[녹색칼럼] 논란에 빠진 산림청의 탄소중립 전략

2021년 6월 3일 | 녹색칼럼, 활동

정규석·녹색연합 사무처장,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산림청이 환경이슈의 중심이었던 적은 흔치 않다. 개별 사안에서 언급된 적은 있어도 요즘처럼 SNS와 기획기사에서 산림청이 주인공인었던 적은 없다. 그만큼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이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10월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해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이것 자체가 넌센스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기존40%),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기존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줄이겠다고 목표(기존40%)를 세웠고, 일본도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였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6%로 높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 감축하겠다는 5년 전 계획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했다가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국가로 비난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진전도 없는 상황이다. NDC 상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후정상회의, 한·미 정상회담, P4G 개최를 하는 동안에도 구체적인 목표 없이 수사적인 선언으로 가득했다. 미루고 미루다 10월에 발표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국제사회에서 보면 무능과 게으름의 전형이다.

여하간 정부의 계획에 맞춰 각 부처는 9월까지 탄소중립과 관련된 정책목표를 마련해야 하고, 9월까지 보완했다는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안)’도 일환이다. 그런데 산림청의 발표는 그 자체로 논란의 시작이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30년이 넘은 나무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니 탄소중립 전략을 위해선 30년 이상 된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조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어낸 나무를 이용한 목재 바이오매스 산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두 번째다. 하지만 30년 이상 된 나무의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산림청의 논리는 합리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설사 산림청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벌기령과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서비스 제공 기능은 비례한다. 결국 온실가스 흡수량/년 최대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벌기령 하향조정은 산림의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제공 기능을 무시하는 폭력적인 발상이다. 목재 바이오매스 산업육성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히가 목재 바이오매스를 친환경에너지로 규정하고,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는 산림청의 주장이 일면 맞아 보이는 것 같아도 사실 목재 바이오매스는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논쟁거리다. 나무를 태우는 행위 자체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위인데 이를 태양과 바람의 재생에너지와 동급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와 REC 인증 등으로 바이오매스 자체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형 발전사 입장에서는 입지 갈등이 수반될 수 있는 태양광, 풍력 발전보다는 기존 시설에서 혼소가 가능한 바이오매스에 집중하는 게 유리했던 것이 현실이다.

3일, 산림청은 지난 1월에 발표한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과 관련해 민-관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거치고, 그 협의체에서 합의된 결론을 수용해 전략을 수정, 보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의 논란은 우선 진정국면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산림청이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 전략(안)’에 대한 시민, 전문가, 시민환경단체 등의 비판과 우려에 귀 기울이고 민-관협의체 구성에 앞서 전면 재검토라는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발전적인 산림 탄소중립 정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이번 논란을 기회로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당장 우리가 내놓아야 해법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원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지 2050년까지 탄소 흡수원을 계산해서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여전히 한가하고 게으른 우리 정부의 정책 의지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