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바로 지금 필요한 것?

2021년 7월 5일 | 녹색칼럼, 활동

 

 

 

 

 

 

 

박지혜 변호사(기후솔루션,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기후위기는 현 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2018년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 가량 상승하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10년에 약 0.2℃의 속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강한 태풍이나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증가, 임계점(tipping point) 위험 등을 거론하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기후변화의 위험을 앞다투어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화답하듯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최근 앞다투어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전지구적 합의와 정치적 선언은 아주 낮설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선언의 역사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처음 합의되던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9년 최초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하고 국내외에 선언했다.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약속은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2124호, 2010. 4. 13. 제정)에 반영함으로써 법적인 근거도 갖추었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배출권거래제 등 감축 기반이 될 제도를 구축하는 한편,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 등 관련 전문기관과 인력을 확충하는 듯했다.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앞둔 2015년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함으로써 장기적인 기후정책의 목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를 반영하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 기준 709.1백만톤으로 목표(614.3백만톤) 대비 15.4%를 초과배출하였다. 이러한 초과 배출 현상은 2009년 처음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이래로 한해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초과 배출율 역시 2.3%에서 15.4%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감축목표의 달성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9년 UNEP에 의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전 세계에서 더 많은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할 7개 국가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것일까. 아니면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탄소중립 선언이 자극제가 된 것일까. 2020년 10월 28일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5월 29일 탄소중립이행계획의 수립을 위한 민관협력기구로 탄소중립위원회가 발족되었다. 2021년 한해 동안은 새로운 장기 기후정책목표를 두고 에너지정책 등 유관분야의 감축정책에 대한 논의가 첨예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50년 탄소중립은 국제사회가 1.5도 목표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그동안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중립위원회의 출범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만 지난 십여년간 이어져온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 때문인지 과연 탄소중립 선언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활동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가 어렵다. 바이든 기후정상회의부터 P4G까지 올해 봄 개최된 국제적인 기후행사에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이 2030년 감축목표 상향안을 내놓았지만, 한국은 11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전까지 감축목표 상향안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한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감축목표 뿐만이 아니라 단기적인 감축 행동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기후정책 목표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실질적인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정책대안은 바로 탈석탄이다.

석탄발전의 기후환경비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저렴한 발전원이 아니고,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작년 9월 ‘대한민국의 2030 탈석탄’을 목표로 하는 시민사회 캠페인 ‘석탄을 넘어서(Korea Beyond Coal)’가 시작되었다(http://www.beyondcoal.kr). ‘석탄을 넘어서’는 전국에 운영중인 57기 석탄발전소와 신규건설 발전소의 기후, 환경, 경제성과 관련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기 폐지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삼척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중단을 요청한 결과로 지난 6월 발행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를 전량 미매각 시키는 성과를 얻기도 했고, 신규석탄발전소에 대한 보험중단 요청에 손해보험사 5개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반기부터는 탄소중립이행계획 수립과정을 주목하며, 전향적인 석탄발전 감축정책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정책제안과 캠페인, 시민참여행동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시민사회의 조기 탈석탄 제안이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이행계획에 전향적으로 반영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