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주민은 '노 골프', 정부는 '골프 공화국'

2009년 10월 10일 | 성명서⋅보도자료

주민은 ‘노 골프’, 정부는 ‘골프 공화국’
– ‘노 골프 데이(No Golf Day)’ 논평

4월 29일, 오늘은 17번째를 맞는 ‘노 골프 데이(No Golf Day)’다. ‘노 골프 데이’는 지난 1992년 태국 푸켓, ‘21세기 민중의 행동, 제3세계 관광포럼’에서 제안돼 1993년부터 시작한 환경 기념일이다. 골프장의 환경․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제안된 ‘노 골프 데이’는 2009년에도 여전히 의미심장한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주민들은 ‘노 골프’를 외치며 생존과 환경권을 지키고자 하는 반면, 정책권자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전 국토 곳곳을 골프장으로 용도변경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도 강원도 여산골프장, 피넘브라 리조트, 섬강골프장, 강릉골프장, 안성 미산골프장, 인천 계양산골프장, 대전 성북동골프장, 충남 보령 천북골프장, 천안 북면골프장 등에서 개발권자와 지역 대책위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80여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2008년 1월 현재 122개소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1989년 기준 48곳이었던 골프장이 2008년 402곳으로 국토의 약 0.3%, 서울시 면적의 절반인 273㎢로 확대되었다. 2000년 이후로만 골프장은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정부의 골프진흥정책에 따르면,골프를 대중화하고 해외로 나가는 골프 관광객을 국내로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다. 각 지자체도 단체장의 치적처럼 앞 다퉈 골프장 숫자 쌓기 놀이에 열심이다. 그 사이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비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골프장 사업에 ‘공익’의 명분을 씌워 ‘토지강제수용’을 벌이는가 하면, ‘골프장의 중점 사전환경성 검토항목 및 검토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골프장을 무작위로 건설하기 때문이다.

골프장 입지규제 완화정책은 어느 정부할 것 없이 공통으로 추진했던 사항이다. 2004년 참여정부는 해안구릉지, 한계농지, 서해안 간척지, 매립지도 골프장 부지로 가능하도록 입지규제를 완화했고, 이명박 정부는 지자체마다 전체 임야 면적 가운데 골프장 면적이 5% 이내였던 규정을 폐지했다. 개발을 위한 유보지인 계획관리지역이 50%만 넘으면 생산관리지역과 보전관리지역에도 골프장 건설을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골프장 사업자에게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정책으로 골프장 난립을 한층 부추겼다. 2008년 발표한 골프장 중과세 완화에 따라 18홀짜리 골프장이 납부하는 세금은 30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고, 시군구로 편입되는 지방세도 7.24억원에서 4.1억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골프장이 지역 세수 증대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도 문제다.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지방 환경청이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를 협의 완료한 곳은 총 125건이지만, 해당 골프장에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된 곳만 10여건으로 전체 협의 건수의 8%에 해당했다. 골프장 사업자가 부실로 작성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지방 환경청이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심지어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멸종위기종 서식이 확인된 경우도 협의가 되었다. 이러다보니 현재 검토 중인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물장군, 소쩍새 등이 발견되었음에도 환경부는 골프장 건설 부동의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 최근 강원지역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서 하늘다람쥐, 수달, 담비, 삵과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었음에도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이 사실이 누락되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사전환경성검토서에 대한 협의를 강행해 주민 갈등이 심각하게 되었다.

현행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은 골프장을 공익 목적의 ‘도시기반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전국 14곳에서 골프장 주변 지역주민들은 토지강제수용을 당했다. 정부는 조속히 현행 법체계에서 골프장을 공익시설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사전환경성검토서는 골프장의 입지타당성을 검토하는 기본 보고서이기 때문에 이를 부실로 작성하는 경우, 강력한 징벌 조항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심의하는 환경부는 ‘골프장의 중점 사전환경성 검토항목 및 검토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절차상의 위법 조항을 공정하게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누가 환경영향평가를 책임지고 검토했는지, ‘환경영향평가 협의책임제’도 검토할 만하다. 또 환경평가제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허가자(지자체) 또는 검토자(지방환경청)가 평가 대행자를 지정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한국의 적정 골프장 수는 골프 인구와 비교했을 때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골프장 사업자와 지자체, 환경부가 내용과 절차를 무시하면서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산림훼손, 토지수용, 건설 후 농약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 친환경농업단지에 대한 경제적 문제 등 숱한 환경․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의 골프장 맹신과 광풍은 정부의 무대책 정책과 법 절차를 무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불러낸 결과물이다. 골프장 사업자는 적절히 빠져나갈 정도로 검토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제 골프장 대신 지역 공동체가 상생하는 방향으로 지역 발전방안이 구상되고 전환되어야 할 때다. ‘노 골프 데이’를 맞이해 골프장 재검토,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2009 년 4 월 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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