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의 환경분야 문제점과 녹색연합의 입장

2009년 10월 11일 | 활동소식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의 환경분야 문제점과 녹색연합의 입장

2002. 11. 28
녹색연합 / 환경소송센터

1. 환경측면에서 본 법률의 평가

이 법률은 경제성장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밀어부치기식 행정’이 만든 것으로 결과적으로 환경문제는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에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WSSD에서 확인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당연직으로 환경부는 참여하겠지만 정책결정과정에서 아무런 구속력과 결정권이 없는 단순한 사전협의부처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현재의 정부체계안에서의 정책결정과정이 경제개발부처가 환경부와 같은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부처의 정책결정권보다도 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모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 법률의 문제점은 환경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특히 이법 제11조 각 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인·허가의 의제조항은 또 다른 무소불위의 법률을 양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환경법을 비롯한 각종 국제환경협약의 규정을 무시하고 관련 법률들의 사실상의 무력화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입법의 퇴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동법 제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세 및 부담금의 감면 규정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원활히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이나 환경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와 환경개선부담금의 등 각종 환경파괴의 야기에 따른 각종 조세와 부담금의 의무를 면죄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는 환경법과 헌법상 규정된 납세의 의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법률은 경제개발관련부처의 경제성장과 개발의 논리에 밀려 환경부의 제재조치가 솜방망이에 불과한 가능성이 농후하다. 각종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이나 환경악화를 사업시행이전에 예측하고 분석하여 환경영향을 미리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제도이고, 이 법률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입법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유명무실한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더욱이 개발사업의 정당성만을 뒷받침하는 제도로서 운영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의 수립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의 강력한 이행노력은 여전히 겉돌고 있음을 관계부처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선진국 못지 않게 일찍 도입되었지만, 영향평가의 협의내용에 대한 미이행율이 50%를 육박하는 등(97년) 평가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법률은 우리나라 환경보전의 장기계획인 ‘환경비전21’에서 천명하고 있는 다섯가지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1) 오염과 훼손이 발생하기전에 미리 예방하고, (2)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추구하며, (3) 환경을 훼손시키는 자와 이용하는 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고, (4) 국민의 자발적인 환경개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하여 경제적인 유인책을 적극 활용하며, (5) 정보의 공개와 국민의 참여로 환경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원칙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스스로 마련한 대원칙을 포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법률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에 양산해 왔던 ‘국제경제대회유치특별법’, ‘설악산관광개발특별법’,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접경지역지원법’ 등 각종 개발특별법의 취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특별법의 대부분은 경제개발과 관광사업 육성, 낙후지역 해소 따위를 구실로, 환경·토지이용규제에 관한 법률상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을 용이해 환경문제에 대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 이 법률은 역시 기존의 특별법처럼 결국엔 자연환경파괴의 면죄부가 되고 말 것이다.

2. 법률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동법률은 제1조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외국인의 생활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률 제3조의 다른 계획과의 관계, 제4, 5조의 경제자유구역지정관련 조항, 제8조 구역지정의 효과, 제11조의 인허가 의제, 제15조 조세 및 부담금의 감면, 제16조의 세제 및 자금지원, 제17조의 다른법률의 적용배제, 제27조 지방자치단체 사무처리특례 등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오로지 외국인투자의 촉진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지역간 균형발전을 고려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자유구역지정이 이루어지면 낙후된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경제성장과 개발지향적 사고를 가지지 않는 한 외국인 투자기업에 의한 환경침해, 기반시설확충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 교통과 통신 등 인프라가 갖추어진 지역이 자유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법률은 외국인투자촉진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에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지역간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지역간 편차를 높힐 소지를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3. 경제자유구역지정과 사업승인 등의 절차와 관련하여

도시계획법, 도시개발법 등 국내 개발관련법률 들은 최근의 환경보전추세에 발맞추어 개발구역의 지정이나 사업승인의 과정에 공청회개최, 이해관계인의 이의 신청권 보장, 지방의회의 의견청취, 주민들의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률은 시도지사의 구역지정신청과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 재정경제부장관의 구역지정결정과 사업승인 등의 절차에서 전혀 지역주민이나 이들의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의견청취라는 민주적 의사수렴과정이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관주도의 개발사업은 필연적으로 지역적 특성이나 환경이익에 대한 배려가 개입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밀실행정이나 권위적인 정책결정은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 왔고, 또 국민들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아 왔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결정과정과 그 이행, 그리고
사후평가까지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관련 정보는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참여는 많은 공청회에서 보듯이 한낱 요식절차에 그치게 되고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4. 경제자유구역위원회 등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하여

동법률은 자유구역지정 등의 과정에서 심의, 의결을 담당할 기구로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하고 있고, 동위원회는 제5조에 의하여 구역지정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과 제6조에 의하여 구역개발계획시 ‘환경보전계획’ 등 일정한 사항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 동위원회의 위원장은 재정경제부장관이고 중앙행정기관의 장 등으로 구성되는 당연직 위원과 위원장의 위촉을 받는 위촉위원으로 구성되는 바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행정부에 의해 구성된 동 위원회가 제대로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당연직으로 환경부가 참여하겠지만 정책결정과정에서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단순한 사전협의부처의 구실밖에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경제성장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밀어부치기식 행정’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역의 지정과 기준 및 개발계획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성장주의를 고집하며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인식에서 지속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이며, 환경부 역시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근거로 환경보전을 주장할 수 있지만 아주 손쉽게 경제성장우위론으로 뒤집어지고 말 것으로 판단된다.

5. 환경관련 법률의 인허가 의제 및 각종 부담금 감면과 관련하여

동법률은 제11조에서 초지법, 산림법 등 30여개 환경관련 법률의 인허가의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주택건설촉진법 등 개발에 관한 법률상의 인허가 의제조항이 관련 법률의 규제취지를 몰각시키고 개발일변도, 개발편의적인 사고의 표현으로 비판받고 있는 현실에서 동법률의 인허가 의제조항은 기존 개발법령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서 ‘입법의 퇴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특히 환경관련 인허가제도는 환경오염의 가능성이 높은 시설물의 설치 또는 운영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오염행위를 직접 제어하는 기능이 강하다는 점에서 환경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제조항의 남발은 대규모사업에 특혜를 주고 서민들의 소규모 개발만 규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평등의 원칙이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동법률 제15조 등이 규정하는 조세 및 부담금의 감면은 조세형평의 원칙과 원인자부담의 원칙 등에 역행하는 것으로서 이중의 특혜를 부여하는 적절치 못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특히 오염원인자부담원칙에 따라 오염원인자에게 오염물질의 처리비용을 부담시켜 오염저감을 유도하고 환경개선을 위한 투자재원을 합리적으로 조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환경개선비용부담금을 감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원인자 부담원칙과 오염자부담원칙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엔 환경파괴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미약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6. 지방자치단체 사무처리 특례규정과 관련하여

동법률 제27조 지방자치단체 사무처리 특례규정은 자유구역안의 시장, 군수 등의 사무 중 특정한 사무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바, 이는 지방자치제의 본질에도 배치될 뿐 아니라 자유구역지정 및 사업시행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시도지사에게 관련 업무에 대한 직접수행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상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본 입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환경파괴를 더욱 부추길 위험성이 존재한다. 특히 시.도지사의 경제특구 지정은 국토 전반에 대한 고려보다는 해당 시도의 공단 및 경제특구화를 부추겨 부가적으로 환경파괴를 현실화시킬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7. 결론

성장제일주의의 이면을 안고 있는 이 법률은 심각한 환경파괴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결과적으로 자연환경의 파괴와 환경오염의 심화를 수반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에 희생되어 환경문제를 양산할 수 밖에 없으며, 정부부처간의 이기주의와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환경관리의 맹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사전예방의 원칙, 원인자 부담원칙과 오염자 부담원칙, 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의 원칙 등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안고 있다.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이 법률은 결국엔 경제성장을 위한 지역생태와 지역사회의 파괴를 당연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가는 헌법상 환경보호의 의무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될 의무가 있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상 환경보호의 의무를 포기하고 국가 환경정책의 기본방향에도 어긋나는 악법인 것이다.

이 법률은 ‘환경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당장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끝>

문의 : 김타균 녹색연합 정책실장 016-745-8500, 02-747-8500
박양규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 02-747-3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