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맑은 공기

2009년 10월 13일 | 활동소식

– 서울지역 1차 시민대기오염모니터링을 참가한 후

당곡고등학교 2학년 박승호

내가 사는 주변의 장소에서 스스로 3일간의 대기오염도 측정을 하고 이 측정이 통계에 반영된다고 해서 조금 들떴다. 옆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함께 다니기로 하고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막상 당일 아침이 되자 너무 졸리고 힘들었다. 처음에는 붙이는 요령도 없고 마땅한 장소를 찾을 줄도 몰라서 친구의 첫 번째 포인트 장소에서 무려 40분이 걸렸다. 결국 테이프로 붙일 자리를 감고 그 위에 측정판을 붙였다. 시간은 없고 마음이 급해서 허둥대다가 울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오리엔테이션 장면>

마침 어머니께서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우리가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을 아시고 아버지와 함께 나오셨다.
그 덕분에 친구의 두 번째 포인트 장소인 강남초등학교로 빨리 이동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경비아저씨께 캡슐이 훼손되지 않게 지켜봐달라고 부탁하고 다음 장소인 나의 첫 번째 포인트 장소인 상도역사거리로 향했다. 한 군데는 무사히 붙일 수 있었는데
나머지 한 군데는 적당한 자리가 없어 자전거 보관대에 붙였다.
자전거 보관대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자리라 최대한 안보이게
붙인다고 애를 썼는데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포인트인 장승백이사거리에서는 대각선으로 교통섬이 있어서 수월하게 붙일 수 있었다.

 

 


이산화질소 passive sampler 캡슐 사진

첫날엔 너무 오래 걸려서 밥도 못 먹고 학교에 갔다.
두 번째 날부터는 차안에서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신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동하기로 하고 부모님과 함께 진행했다. 이번에는 첫 날 붙인 캡슐을 잘 수거해서 뚜껑을 닫고 새로운 캡슐을 붙이는 작업이라 많이 수월했다. 수거된 캡슐을 살펴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나는 캡슐 속에 있는 필터가 까맣게 더러워져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친구와 내가 측정을 잘못한 것이 아닌지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이와 같은 측정을 해보신 어머니께서 원래 필터가 까맣게 보일 정도는 아니라고 하셔서 안심을 했다. 이 날은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요기도 하고 조금 빨리 끝나서 학교에 평소처럼 도착할 수 있었다.

세번 째 날에는 캡슐을 수거하기만 하면 되기에 첫 번째 날보다 40분 늦게 만나서 시작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모님과 함께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수거하기로 했는데 밤새 온 비에 캡슐이 젖어서 필터가 오염되지나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다. 친구 것은 한 개만 비에 젖어서 다행이었는데 내가 처음 붙였던 상도역사거리의 자전거보관대의 캡슐은 측정판까지 깨끗하게 떼어져 사라져 버렸다. 측정판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내 이름과 학교도 적어두었는데 누가 떼어갔을지.

강남초등학교에 붙인 것이 한개도 없어지지 않은 것이 의외이긴 하지만 한편 참으로 다행이었다. 나머지 캡슐들은 모두 무사하기를 빌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건너편에 붙인 캡슐은 다행히 무사히 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인 장승백이역사거리의 캡슐들은 모두 수거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숨 쉬고 있는 서울의 공기는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은 각종 오염물질이 떠다니고 있다. 직접 오염도 측정에 참여해 보니 대기를 오염시키는 많은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한 이 측정이 맑은 공기를 만드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번으로는 많은 변화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들의 이런 활동들이 계속된다면 얼마 후에는 지금보다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공기는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서울 차 없는 거리 행사때의 임시정류장 모습

* ‘내가 꿈꾸는 맑은 공기’ 편은 1차 대기오염모니터링에 참가한
박승호 군이 보내준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