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미군기지 소음 토론회에 다녀와서

2009년 10월 13일 | 활동소식

  군산 미군기지 소음 토론회에 다녀와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우리 옥서면 사람들은 왜 다들 목소리가 크냐고 물어요, 마치 화 난 거 같다고… 여기는 비행기가 날아다녀서 크게 소리 지르지 않으면 우린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조차 없어요. ”

지난 10월 7일 저녁, 군 소음 해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전라북도 군산의 옥서면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열렸다. 군산미군기지에 60여년 가까이 주둔하면서 일으킨 대표적 환경피해라면 소음피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 할 법과 제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고 옥서면사무소에 동네 주민 분들이 한 분씩 모이기 시작하여 준비해 놓은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워 주셨다.  

군산시 옥서면에는 미공군기지(Wolf-Pack 기지)가 현재까지 50년 이상 운영되어왔다. F5, F16같은 전투기들이 하루 평균 50회에서 많을 때는 150회 정도 출격한다고 한다.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미군 기지들은, 헬기나 전투기 이착륙 시 소음 등 줄 곧 주민들의 민원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곳 주민들은 수시로 오르내리는 미군 항공기들로 인해 난청 증상과 건강이상 증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TV를 보다가도 전화를 하다가도 그리고 일상대화를 하다가도 비행기 소리로 인해 이 모든 것을 침해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부재하여 정부에서는 소음∙ 진동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예산과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군용비행장 등 소음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이 절실한 실정이다.

군산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니 초등학교 운동장의 아이들이나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더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늘 그런 환경 속에 무감각해져 일상에 소음이라는 자리 하나를 내 준 듯 슬프게만 보였다. 토론회를 위해 하루를 머물렀을 뿐인데 비행기가 지나갈 때면 말하다가도 갑자기 대화를 멈추거나 큰 소리를 내야했고 항상 이 소음을 의식해야만 했다. 이 심각성은 이렇듯 하루만 겪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보고서나 자료집에서 볼 수 없었던 주민들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마지막 주민분이 하신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자신은 어릴 적부터 줄 곧 전쟁터에서 살아온 거 같다고. 이 말을 듣고 쉽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이곳에 직접 와보지 못했던들 결코 이해할 수 없었을 말이다. 그렇다. 이곳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지역이다.  

누군가는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살기 힘들면 마을을 떠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이사를 가면 되지 뭐가 그리 어렵냐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마을을 떠난다는 것이 우리네 아파트 사정과는 다른 것이다. 부모님과 또 부모님의 부모님이 그리고 자손이 살아갈 이 마을은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치열하게 지켜내야 하는 바로 그런 고향이다. 주민 분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 들리는 비행기 소음에 대한 피해보상이 아니라 평생을 겪어온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이다.

군산미군기지 주변 지역 주민들이 미 공군 비행기의 소음으로 인해 불합리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시라도 빨리 군용비행장 소음 법률이 제정되어 주민들이 받는 피해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글. 백은지 연수생 (녹색연합 녹색사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