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 – 강원도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 –

2009년 10월 13일 | 활동소식

<사진 1> 주민들이 식수와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계곡이 구만산 곳곳에 흐르고 있다.

“구만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은 주민들에게 생명과 같아요. 가뭄이 들어 물이 없을 때도 계곡 물 덕분에 주민들은 살 수 있었죠.” 구만리 골프장 반대 투쟁위원회 반경순 위원장은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구만산을 가리키며 안타깝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이물을 어떻게 이용합니까. 우리 주민들에게는 죽음과 같은 일이예요.”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구만리는 1914년 구성말, 북정골, 운수골을 합하여 구만리라 부르게 되었다. 인구 200여명의 이 마을은 구만산 아래 위치한 깊은 산골짜기다. 마을이 생긴 이래 송사가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사진 2> 27홀 골프장 건설 예정 지역

2008년은 마을 주민 모두에게 힘겹고, 바쁜 나날들이었다. 마을 저수지가 계획되어있던 곳에 골프장이 건설된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강원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 결과 골프장 건설이 가능한 용도지역으로 군관리계획이 변경된 이후 몇날 며칠을 홍천군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강원도, 원주지방환경청까지 바쁘게 드나들었다. 8월에는 사업자가 추진하는 지하수 조사와 같은 현장조사를 주민들이 막기도 했다. 사업자측에서 기초조사를 저지하던 주민 43명에 대해 업무와 교통을 방해했다며 2008년 8월 검찰에 고소하였다. 주민 9명은 11억9천여만원 손해배상소송이 걸려있는 상태다. 송사가 없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마을주민들에게 민사에 형사까지 이게 왠 날벼락인가.

<사진3> 구만리 골프장 반경순 대책위원장이 주민들에게 골프장 대응과 관련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평생을 오르내리던 구만산 입구에는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여러 곳 서있다. 9월 이후 사업자 측에서 설치한 것이다. 구만리 주민이면 누구나 구만산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주민들은 구만산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구만산에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주민이다. “여름이면 계곡에서 쏘가리며,  미꾸라지를 잡 곤 했어요. 산과 계곡에서 사계절 함께 놀고, 즐길 수 있는게 무진장 많은데.. 이 걸 어떻게 돈으로 계산하겠어요.” “골프장이 들어서면 몇 억되는 회원권 가진 사람들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잖아요. 우리는 산을 통째로 빼앗기는 거죠.” 골프장은 마을에서 함께했던 공유 재산을 사적 재산으로 하루아침에 바꿔놓았다. 수 십년간 함께 했던 마을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

<사진 4> 사업자 측에서 설치한 ‘출입금지’ 팻말

구만리 골프장은 주민뿐만 아니라 야생동식물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328호이자 2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하늘다람쥐를 비롯하여 삵, 오소리, 삼지구엽초, 구상난풀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은 골프장을 건설할 수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사업자측에서 작성한 사전환경성 평가서에 하늘다람쥐를 비롯한 오소리, 삵, 삼지구엽초 등의 서식지는 모두 빠져있다. 골프장 예정지가 입지로 적합한지 여부를 계획단계에서 판단하는 사전환경성평가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다. 결국, 골프장 계획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지만, 계획을 돌이킬 수 없고 책임지는 자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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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산 하나에 골프장을 세 개나 짓는데 지하수가 남아나겠는가

구만리 주민들은 왜 우리 마을에 골프장이 건설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의문을 넘어 분노가 차오른다. 주민들이 반대해도, 계획과정의 잘못이 드러나도 골프장을 무대포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홍천군에는 앞으로 11개의 골프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11개나 되는 골프장을 건설하는 이유는 단지 하나, 지역 경제 활성화다. 주민들이 추억을 빼앗기고, 마실 물과 농사지을 물을 빼앗긴 채 지역 경제 활성화가 제대로 된 지역 경제 활성화인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사진 6, 7> 골프장 때문에 얼굴에 근심이 사라질 날 없는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