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수기_자원활동가 정준영

2009년 10월 13일 | 활동소식

녹색연합에서 여러 간사님들과 같이 일하게 돼서 기쁘고 감사하다. 자원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로스쿨 방학기간에 공부와 함께 실무와 관련된 일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환경 분야는 원래 관심이 있었고 학부시절에도 환경동아리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의 많은 이슈들에 대해 둔감해졌고 또 스스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끊었었다. 하지만 마치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달리다 보니 답답했고 지금은 로스쿨에 진학해서 로스쿨의 제도와 취지를 핑계로 여기 저기 관심분야에 다시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녹색연합에 오게 된 계기는 예전부터 이 단체의 활동 소식을 들어와서 친숙했고 또 내심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우리나라 환경시민단체의 쌍두마차인데, 이유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녹색연합의 아이디어를 선호했었다. 그래서인지 여기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친숙하다. 소박하고 섬세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성향이 환경운동가의 기본 성향인가하고 생각될 만큼 예전에 만났던 여러 환경애호가들의 모습과 닮았다. 사실 단체의 성향이나 노선은 별로 따지지 않는 편이라 환경분야라면 환경운동연합이든 참여연대든 내셔널트러스트든 기회가 닿았다면 기꺼이 참여했을 것이지만 녹색연합이 친정처럼 편한게 사실이다. 녹색연합 사이트를 통해 환경소송센터라는 기구가 하는 일을 알게 되었고 이 분야의 법률전문가가 되고싶은 것이 나의 꿈이기에 과연 환경소송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활동하면서 알아보고 싶었다.
  사이트의 컨텐츠를 보고 꽤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은 세 명이고 한 명은 휴직상태라니 좀 놀랐다. 하지만 전현직 자원활동가들과 여러 교수님들 변호사들이 녹색연합을 축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러한 연대의 축이자 사업의 설계와 추진단체로서의 녹색연합의 역할과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다. 환경소송센터가 추진하는 대기오염소송역시 많은 인적 고리를 통해 사업이 추진되는 것 같다.
  이 소송은 나에게는 정서적으로 어필하기도 한다. 소아천식에 심하게 시달렸던 나는 다행히 나아지긴 했지만 사람 못 될 줄 알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병약했다. 피해자인 원고와 소송대리인의 면담에 참여하면서 원고의 고통과 유사한 기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듯 분명 천식이나 폐병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정도로 심하게 고통받는 자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또 대기오염은 외부효과라고는 하지만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며 고통의 근본 원인이라고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방치되기도 하고 은폐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염원하는 선진국가나 선진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리스크를 배분하고 예측가능하게 함으로써 정확히 그 비용을 파악하는, 즉, 사회 구조가 고도화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을 비롯한 소위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환경소송이나 제조물 소송이 바로 그러한 과정이라고 본다. 반면 사회적 비용을 감추고 은폐하여 특정 계급에게 돌리거나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개도국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대기오염소송은 친환경론자를 넘어 이 시점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한 연대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이러한 작업은 항상 갈구해왔던 선진국 진입의 입문과정이기 때문이다.
  환경에 대한 우리사회의 공감대도 많이 무르익었다고 느낀 것은 지나친 것일까? 우리끼리 했던 얘기들이 이제는 뉴스에 나온다. 또 현재 이루어지는 많은 사업과 추진력을 보고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앞으로 일궈낼 성과들에 대해 기대를 갖게됐다.  나 역시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조금이라도 시민사회와 이 터전에 보답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글: 자원활동가 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