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를 위한 환경법률학교 4강 후기

2011년 7월 11일 | 활동소식

 

 

환경운동가의 법적대응에 대해 강의하는 최재홍 변호사(센터 운영위원)

 

 

 

<막가파식 개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처음 환경운동가를 위한 환경법률학교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기대가 되었고, 다른 일정과 겹쳐 1강과 3강을 듣지 못 한 아쉬운 마음은 아직까지 크게 남아있다. 곧 보상 받을 기회가 오길 바라며, 어떤 강의보다 열심히 들은 <4강: 환경운동가의 법적대응활동>을 복습 겸 돌아본다. 녹색법률센터 최재홍변호사님의 우렁찬 강의는 막가파식 개발행위의 진행절차와 법적대응에 대해 잠시라도 놓칠세라 푹 빠져 들었다. 전국의 골프장 개발 사업과 군산 산업단지 악취 소송 사건 등의 실제 사례를 통해 환경운동가의 법적 대응 절차에 대해 마치 실행 계획을 짜듯 살펴보고, 여러 가지 변수도 짚어보며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인간 중심

“ET가 한국에 왔다. ET의 명성을 이용하여 광고계약을 하고 중간에 출연료를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ET는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과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

변호사님 대학 1학년 때 시험중에 비슷한 맥락의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답은 ‘ET는 사람이 아니라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오직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만에 해당이 되지, 사람 때문에 집을 잃어버린 흰수마자, 사람 때문에 대가 끊겨버린 늑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개발 관련 소송이 사람 사이의 이익 관계 속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로 모아지게 될 뿐이다. 숲, 들, 강 그 안에 살아가는 많은 동식물 ㆍ 미생물은 어떤 법적 권리도 갖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막가파식 개발 관련 소송은 막막하기도 한데, 그래도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과 근본적으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들까지 함께 성찰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절차를 잘 알고 잘 대응해야

사실 모든 개발 사업은 근거 법률이 있으며, 이행해야 하는 각종 평가와 조사 절차에서 불리한 부분을 어떻게든 개발이 가능하도록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또 법에 근거한 소송이란 그 절차와 내용 ㆍ 문제제기의 과정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한 반면에 결과적으로는 개발업자에게 면죄부를 제공하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한다. 민원제기가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심판 그 자체가 가장 우선순위이기에 소송 시에 환경운동가들은 법을 아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님은 환경운동가들이 행정법 ㆍ 민법 ㆍ환경법 등을 기본으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셨다. 막가파식 개발 관련 소송을 많이 맡으셨기에 변호사님의 관련 배경 지식과 상황 판단력 등은 놀라울 정도였고, 부럽기까지 했다. 이번 환경법률학교 교재를 시작으로 나역시 틈틈이 공부할 것을 다짐한다. 

 

환경운동가의 최고의 자산은 인적 네트워크

여러 사례의 대응 절차와 방법에 대한 강의 중간 중간에 변호사님은 환경운동가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걸 잊지 않으셨다. 많은 소송에서 법의 심판에 기대를 건 환경운동가들이 지치고, 상처 받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치유와 회복은 소송에서 빠질 수 없는 과정이란 것에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환경도 알고 법률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잘 알고 필요한 건 사람이라는 말씀은 슬며시 가슴에 와 닿았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각각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엮어내고,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 인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꾸려가고 활용하는가는 환경운동가에게 너무 큰 덕목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가만 보면 환경운동가라는 이름은 부끄럽고 부담스럽다. 어느 단체에 속해 있다고 해서 환경운동가가 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그럼 어쩌지? 하고 멈춰서 들여다본다.

 

지치지 않고 상처 받지 않고

‘2011 환경운동가를 위한 환경법률학교’ 마지막 강의가 있던 날은 ‘골프장 개발사업을 이유로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던 날이다. 이번 환경법률학교에 참여하신 배영근ㆍ최재홍변호사님은 마침 해당 헌법소원을 맡고 계셨고, 당연하지만 믿기지 않는 결과에 기뻐하셨다. 최재홍변호사님께서는 실은 그래서 더 우렁차고 힘찬 강의를 하실 수 있으셨을 것이다. 비록 헌법재판소 전체 결정은 완전하게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개발업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마저도 피해 갈 수 있는 여러 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많이 기쁘다. 그러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을 텐데 고마운 마음뿐이다.

10강 정도는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던 마지막 강의 후에는 그동안 고생하신 변호사님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최재홍변호사님이 이메일 아이디로 쓰고 계신 작은나무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의 북아메리카원주민식 이름이다. 할아버지와 소년이 이른 아침 숲에서 바라보던 물안개가 잊혀지지 않는다는 변호사님의 말씀에 그런 삶이라면 이렇게 많은 법이 굳이 필요없어도 될텐데 하는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에게 종종 자극이 되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지치지 않고, 상처 받지 않고, 처음의 뜻과 바램을 이루도록!

 

 

글: 생태지평연구소 이선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