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녹색다운 일주일

2011년 7월 27일 | 활동소식

사법연수생 2년차 이소영

 

 대학 때 환경동아리 활동을 했었고 환경단체 몇 곳의 회원이기도 한 나는, 작년에 사법연수원이란 곳에 들어가고 나서 많은 변화들을 겪게 되었다. 폐쇄적이고, 규율에 잘 따르는 사람을 길러내는 사법연수원이라는 공간은 시골과 동물을 좋아하고 개발사업이라고 하면 덮어놓고 반대하는 나 같은 사람이 적응하기엔 어려운 곳이었지만, 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나 역시도 1년 반 동안 또래집단의 생각에 많이 동화되기도 하고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제약과 훈장 속에서 규율과 국가 이데올로기에 점차 익숙해져만 갔다. 그러면서부터는 즐겨 읽던 녹색평론도 읽지 않게 되고 일회용품 사용도 제동 없이 늘어 갔다.

그러다가 7월 셋째 주를 녹색법률센터에서 보내게 되었다. 연수원 2년차에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법률봉사’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마침 봉사기관 중에 녹색법률센터가 포함되어 있어서 익숙하고 반가운 마음에 주저 없이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NGO에 처음 와 본 사람이라면 인상적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겠지만(사무실에 에어컨이 없는 것이나 점심마다 함께 모여 도시락을 나눠먹는 등등), 나에겐 대부분 친숙하고 편안하게 보였다. 오히려 무언가를 느꼈다면, 의무적으로 무언갈 해야 하는데 그게 하필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일 때의 기쁨이랄까.

5일은 아주 짧았다. 첫 날은 배영근 변호사님과 함께 4대강 소송 중 한강 소송 2심 변론을 참관했고, 둘째, 셋째, 넷째 날은 사무실에서 골프장 소송과 미군기지 고엽제 문제와 관련한 리서치 작업, 마지막 날은 변호사님과 4대강 사업으로 물에 잠기게 되는 낙동강 회룡포에 다녀왔다. 변호사님은 일이 많아 항상 바쁘셨고, 윤희씨 역시 에어컨 없는 사무실의 폭염 속에서 고생스럽게 업무를 하셨다. 나도 뭔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지만 잠깐 다녀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드물었기에 그렇게 스쳐만 가는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했다.

단 닷새였지만, 내게는 정말 오랜만에 초록빛이 감도는 시간들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어 잊고 있던 고민의 끈을 다시 매만져 보는 계기가 되었고, 벌써 센터에 정도 많이 든 것 같다. 센터는, 관여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고 그것들이 모두 다 중요한 일들이지만 인적 물적 제약이 너무 커 보였고, 변호사 한 사람이 지고 있는 과중한 역할들을 조직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름다운 법. 그래서 나는 그 시작으로 녹색법률센터의 후원회원이 되었다.

 글: 사법연수생 2년차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