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예비법률가와 함께하는 환경분쟁지역 톺아보기 후기(박연주)

‘2016 예비법률가와 함께하는 환경분쟁지역 톺아보기’ 후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8기 박연주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변호사 언니가 있다. 환경과 관련한 소송을 주로 하고 있는데,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매우 흥미있게 들어오던 중 동기의 소개로 녹색법률센터의 ‘예비법률가와 함께하는 환경분쟁지역 톺아보기’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3박 4일의 전국 순회 일정에, 분쟁지역의 주민들을 직접 만나볼 수도 있고, 사건들을 법적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이제 막 예비 법률가의 첫발을 내딛은 상태에서 ‘현장’이 주는 생생함을 느껴보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바로 프로그램에 신청했고, 잊지 못할 3박 4일을 보내고 돌아왔다.

우리가 방문한 분쟁지역 중 용인시 부아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실제로 가보면 굉장히 경사가 심해 콘크리트 연구소 건설 허가가 난 것이 의아할 정도이다. 3박 4일 동안 나는 부아산의 그 가파른 경사를 계속 오르고 있는 것처럼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환경분쟁지역 곳곳마다 부조리가 안개처럼 번져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때로는 직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기도 하고, 그런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을 방임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이러한 부조리가 이처럼 쉽게 자행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현행법상 환경영향평가의 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사업, 에너지개발사업 등을 계획하려는 행정기관장이나 사업하려고 하는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법 제9조, 제22조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필수적으로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등 절차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고, 또 평가 결과가 구속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자문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이를 악용하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고, 정작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은 건강상의 피해를 입거나, 소액의 보상금을 받고 고향을 떠나게 된다.

정부나 기업과 싸움을 하는 것은 마치 골리앗과 싸움을 하는 다윗이 된 것과도 같다. 전력을 다해 공격을 해도 쓰러지지 않는 적의 모습을 보면 절망감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지역의 주민들은 비록 오랜 싸움으로 매우 지쳐있을지언정 그 얼굴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전사였다. 자신의 터전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 과학이나 법학의 생소한 단어들과 얼마나 싸워왔을지 가늠하기도 힘들었다.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다. 밀양 송전탑 분쟁 지역에서는 할머니들이 ‘나는 죽어도 괜찮아, 그런데 (송전탑이 건설되면) 우리 자식들이 힘들어질 것 아니냐’며 농성담을 이야기할 땐  ‘제발 그런 말 마시고, 몸 챙기시고, 어디 아프지 마세요’하는 말을 울음과 함께 꾹꾹 눌러담았다. 내가 그 절박함을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그냥 잡아주시는 손을 꼭 맞잡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분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주민들도 그저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국가가 눈앞의 경제적 이익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경각심을 가지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보았더라면, 분쟁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예비법률가로서,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많은 다윗들의 외로운 싸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법률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