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법률센터에서 두 달을 보내며…(신지형 변호사)

2017년 1월 24일 | 녹색칼럼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고 결혼도 했습니다. 생활은 안정되어 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고 허전함이 조금 지나니까 무력감으로 변했습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었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제 꿈을 찾아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 직업 혹은 직장의 선택 기준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남들이 선호하는 직장, 부모님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직업이면 좋은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서 그 선택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이 일로 내 꿈의 어느 부분을 완성할 수 있는가?’가 그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 지자체, 정부 부처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 채용공고를 보게 된 것입니다.‘어떻게 하면 나를 즐거운 흥분으로 가득 차게 해서 세상에 도움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원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제 녹색법률센터에 온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아직은 제가 이곳에서 잘해나갈 수 있을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는 아직 세우지 못했습니다. 다만 법을 통하여 시민들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 환경권이 현세대와 미래 세대, 사람과 자연에게 확장되도록 사회의제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어렴풋이 할 뿐입니다.
 
두 달 동안 녹색법률센터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것은 여러 활동가들과 같이 지내면서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여러 환경문제들을 현장에서 직접 고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활동가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입니다. 또한 같은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입니다.
 
반면에 센터 예산은 대부분 시민들의 정기 후원 등 소액 기부에 의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정’ 문제는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 고민이 될 문제일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라는 명함을 보여주면 친한 사람들은 대부분 “왜 변호사까지 돼서 그런 일을 해? 얼른 다른 곳으로 옮겨.”라고 합니다. 친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로만 “좋은 일을 하시네요.”라고 이야기합니다. 녹색법률센터에서의 일이 오로지 사회를 위해서 100% 헌신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저 자신 또한 이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 뒤에 다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고민하고, 치열하게 활동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