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녹색서재] 녹색시민 구보 씨의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이야기?

2020년 11월 3일 | 녹색칼럼, 활동

 

배영근 변호사(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녹색시민 구보 씨의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이야기?
 
책 소개를 하기 전에
책 소개를 하기 전에, 저의 개인적인 경험 두 가지를 먼저 소개할까 합니다.
제 취미는 ‘목공’입니다. 집에서 필요한 선반, 책장, 책상을 만들고, 도마를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죠. 좋은 원목을 구입하여 가급적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춤으로 정성껏 만듭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죠.
이런 가구들을 만들다 보면, ‘내가 이걸 왜 만들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가구의 자재값 정도면 일반 가구점에서 비슷하게 생긴 가구를 구입할 수 있거든요(제 인건비는 어디 갔죠???). 하지만 생긴 건 비슷해도 내용물은 전혀 다릅니다. 가구점에서 구입하는 대부분의 가구들은 MDF나 PB라고 하여, 목재를 잘게 쪼개거나 가루로 만들어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화학물질을 섞어서 열과 압력을 가하여 만든 자재로 만들어지죠. 이런 가구에서는 계속하여 조금씩 화학물질이 스며나오게 마련입니다. 그걸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마시게 되는 거죠. 또 빨리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 나사못이나 타카못을 사용합니다. 이런 MDF나 PB로 만든 자재에다 타카못을 박아서 만들면 빨리,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그만큼 몸에 좋지도 않고 빨리 부서지게 마련이죠. 이사하면서 조금만 움직이면 바스러지는 경험을 많이 하셨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 버리고 새 물건을 들이게 되죠.
제가 아는 지인 중에 경북 봉화로 귀농하여 흑돼지 농장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도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요, 축사 바닥에는 톱밥이 두텁게 깔려 있고,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널찍한 곳에서 돼지들이 자라고 있죠. 그러니 보통 ‘축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인 ‘악취’라는 게 날 리 없습니다. 심지어 군청 단속반원이 갑자기 들이닥쳤다가 ‘여기는 빵 냄새가 난다’며 돌아가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돼지들 먹이도 당연히 풀 등을 자연발효시킨 것으로 사용하죠. 돼지를 사육하는 기간도 일반 흰돼지에 비하여 두 배 이상 길다고 합니다. 그러니 온라인 정육점으로 직거래를 함에도 불구하고, 집앞 정육점에서 구입하는 삼겹살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경험을 하면서, ‘아, 우리는 평소 제값을 주고 사는 물건이 없구나. 제값을 안 주려고 하니,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그에 맞게 만들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몸에도 안 좋고, 물건도 빨리 쓰고 빨리 버리게 되니 쓰레기가 생기고 환경도 더 오염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제 책 소개 좀 해볼까요?
서론이 길었는데요, 하여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물건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존 라이언과 앨런 테인 더닝의 <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이하 ‘구보씨의 하루’), 애니 레너드의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이하 ‘물건 이야기’) 그리고 박경화의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 10>(이하 ‘기발한 물건’)입니다. 세 권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어떤 환경적인 문제가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나 사회·국가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매우 쉬운 문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세 책에서 소개하는 물건 중에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겁니다.
그 중 하나가 티셔츠. ‘구보 씨의 하루’와 ‘물건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국 허베이 평원의 토양에 살충제를 뿌려 훈증 소독합니다. 목화 씨앗을 뿌리고, 씨앗이 발아하면 제초제를 칩니다, 하얀 목화솜에 얼룩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수확 직전에 고엽제를 뿌리게 됩니다(베트남전에 사용된 바로 그 고엽제죠). 목화씨에서 분리된 섬유질을 폴리에스테르 섬유질과 섞어서 칭다오에 있는 제사 공장으로 보내어 실을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실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서 폴리스티렌과 함께 처리합니다. 그 다음 방직공장에서 면과 폴리에스테르 실을 섞어 직물을 만듭니다. 노동자들이 직물을 표백, 염색하면서 염소, 크롬, 방부제 등 화학물질을 사용합니다. 직물은 근처의 봉제공장으로 운반되어 시급 1,500원을 받는 여성 노동자가 바느질을 합니다. 완성된 옷은 한국에서 수입된 폴리에틸렌 봉지로 포장하여, 역시 한국에서 수입된 골판지 상자에 담아 항구까지 트럭으로 운반된 후, 배에 실려 인천항으로 옵니다. 세관을 통과한 다음 다시 트럭으로 서울 근교의 창고에 옮겨졌다가, 마지막으로 서울 도심 백화점의 150와트 짜리 강력한 조명등 아래의 진열대에 진열됩니다. 소비자인 구보 씨는 구입한 티셔츠를 서울 근교의 재생용지 공장에서 생산된 종이가방에 담아 차를 타고 집으로 오게 됩니다. 이처럼 일상에서 쓰는 물건의 일생을 잘 살펴보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그래서 주변환경과 노동자들을 어떻게 오염시키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좀 다른 측면이기는 하지만, 자전거는 ‘구보 씨의 하루’와 ‘기발한 물건’에서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달리 지구를 살리는 물건으로 소개되고 있죠. 나무와 숲( 내지 공원)에 대해서는 ‘물건 이야기’와 ‘기발한 물건’에서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나무와 숲은 대기 중의 탄소를 격리하여 기후변화를 예방하고, 미세먼지도 줄여주죠. 홍수와 가뭄도 완화해 줍니다. 처방 의약품의 1/4이 열대우림에서 나오기도 한다네요.
 
세 권이라 너무 많다구요? 제가 맞춤형 처방을 드립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의 일생에 대하여 ‘구보 씨의 하루’, ‘물건 이야기’, 그리고 ‘’기발한 물건‘에서 잘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세 책 모두 술술 잘 읽히기 때문에 꼭 전부 다 읽어 보셨으면 하는데요, 혹시라도 세 권 다 보는 게 부담이라는 분께는 다음과 같이 처방해드립니다.
‘내가 하루 동안 살면서 접하는 물건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개인으로서 실천사항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근데 두꺼운 책은 질색이야!’ 하시는 분께는 ‘구보 씨의 하루’를, ‘이왕 읽는 김에 좀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알고 싶어. 하지만 어려운 책은 아니었으면 해!’ 하시는 분께는 ‘물건 이야기’를, 그리고 ‘태양전지, 패시브 하우스, 적정기술 같은 최신 경향을 좀 알아보고 싶어’ 하시는 분께는 작년에 나온 책인 ‘기발한 물건’을, 이렇게 추천드립니다.
 
* 참고로 ‘물건 이야기’에 대해서는 유튜브에 저자가 직접 핵심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21분 24초 짜리 영상도 있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