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녹색서재] 동물들의 소송

2020년 12월 1일 | 녹색칼럼, 활동

 

이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신 변호사,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동물들의 소송
 
외젠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패러디한 개여신(?)이 양손에 총을 든 고양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표지의 책(한국어판에서만 그러하다), ‘동물들의 소송’은 동물 담당 변호사로 일한 경력의 저자가 동물들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고르고 고른 10가지의 문제들에 대하여 독자에게 차분히 이야기를 건네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독자가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지금부터 동물보호에 삶을 바치라고 압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만 한 번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으로만 알고 지냈을 10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다 읽고 나서도 무언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보다 편한 마음으로 다음의 내용들을 좇게 됩니다.
저자가 엄선한 10가지 문제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 중 한 가지만 추려볼까 합니다. 우선 ‘나만 빼고 다 있는’ 고양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바로 ‘왜 고양이는 무릎 위에 앉히고 생선은 프라이팬 위에 올릴까?’라는 질문입니다.
사람은 동물들을 대할 때 어떤 동물들에 대해서는 더욱 애정을 가지고 밀접한 관계로 느끼는 반면, 어떤 동물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곤 합니다. 어떤 동물을 포스터에 넣었느냐에 따라 동물보호단체의 모금액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죠. 저자는 이와 같이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때로는 모순되기도 하고 매우 복잡하게 된 이유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소통’에 있다고 봅니다. 강아지 대신 생쥐가 실험용으로 사용되고 애완용 금붕어 대신 송어가 프라이팬에 튀겨지는 것은 생쥐가 강아지보다 귀엽지 않고 감정적 친밀감이 없기 때문이고 송어가 금붕어처럼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우리 스스로를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이렇게 동물을 구분 짓는 한 모든 동물을 똑같이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동물들에 대한 존중을 위해서는 우리가 스스로 좀 더 겸허한 자세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존중을 배워 가는 것, 가깝게는 유기견과 같은 일상적인 문제에서 나아가서는 기업형 축산, 동물실험의 문제까지 소위 동물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이자 Z가 이것이 아닐까.
동물권 보장에 대한 첫 번째 발걸음은 이제 같이 떼었으니, 다른 9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도 떠나실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