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녹색칼럼]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2020년 12월 2일 | 녹색칼럼, 활동

 
녹색연합 윤상훈 사무처장(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11월 녹색칼럼]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더 큰 걸음’의 상생을 목표로 ‘하동알프스프로젝트’를 ‘한걸음 모델’의 우선 적용과제로 선정하였다. “신(新)사업 도입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편익이 증가하여 국민 모두 규제 혁신의 혜택을 골고루 향유하는 대타협 모델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남 하동군은 삼성궁~지리산 형제봉 15km 산악열차, 형제봉~악양면 2.2km 모노레일, 형제봉~화개면 3.6km 케이블카, 악양・형제봉・삼성궁・회남재・등촌・도심 등 정거장 6개소, 형제봉 알프스힐파크 등 총연장 20.9km의 산악관광 사업을 발표하였다. 궤도 노선이 국립공원 구역 밖에 위치하고 있으며, 기존 임도 노선을 최대한 활용하므로 생태자연도 1등급지 등 자연훼손을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 기간 5년간 총사업비 1,65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천만 명 관광객을 유치하고 100년 미래 핵심프로젝트로 지역경제를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한걸음 모델’로 선정한 과제는 도심 내국인 공유숙박, 농어촌 빈집활용 공유숙박, 산림관광-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등 세 건이었다.
그렇다면 ‘한걸음 모델’은 어떠한 추진 과정을 거쳤을까. 문재인 정부는 산악관광 ‘환경 적폐’를 검토하면서도, 사실은 산악관광 ‘활성화’와 ‘부흥’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였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발족한 환경부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산악관광 사업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을 ‘부당하고 부정한’ 것으로 평가한 보도자료를 2018년 배포하였다.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산악열차 확대, 산악관광특구 지정과 덩어리 규제 해소, 두 차례 부결된 설악산 사업 재추진,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의 부적절한 개입, 비밀 삭도 TF 등 행정부의 부정행위 등이 그 이유였다. 당시 보도자료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설악산케이블카사업이 과거 두 차례의 국립공원위원회 부결에도 불구하고 재추진된 배경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 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대통령의 지시,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제도개선위원회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에 대한 환경부 감사’, ‘사업 타당성에 대한 전면 재검토’,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환경부는 부동의 처리’ 등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흐름과 달리, 기획재정부는 산악관광을 ‘친환경 산림휴양관광’으로 바꿔 부르며 2019년과 2020년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한다. 지자체 사업수요를 바탕으로 관계 장관회의, 민간전문가 논의 등을 통해 산림관광을 ‘18년부터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규제 특례를 통한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 창출, 산림휴양관광진흥구역 도입을 위한 법 제정 등이 그 내용이었다. 기획재정부의 산악관광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지자체 사업수요를 확인해보니, 강원 대관령 1,700억 원, 강원 매봉산 2,400억 원, 경남 하동알프스프로젝트 1,500억 원 등의 투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환경논쟁이 비교적 덜 하다고 판단한 하동알프스프로젝트를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년 경제정책 방향(’19.12.17일)에 따르면, 향후 하동알프스프로젝트를 시범사업으로 지리산 전역, 강원도 대관령과 매봉산 등 백두대간, 군립・도립공원,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으로 산악관광을 확장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온 산악관광의 부정한 의도가 숨겨진 것이다.
‘한걸음 모델’의 애초 취지를 따져봐도 하동알프스프로젝트는 타당하지 않다. 하동알프스프로젝트가 과연 시대 상황에 부합한 신사업을 활성화하고, 규제 혁신에 따른 이익을 사회 전체적으로 공유할 사업인가. 그렇지 않다. 서구 선진국에서 대규모 산악관광은 이미 30년 전에 폐기된 구시대의 유물이다. ‘선진국’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산악관광은 ‘사회악’이다. 또한, 하동군이 주장하는 전기 배터리 협궤열차만으로 산악관광을 정당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전기 배터리 협궤열차는 부산 영도와 같은 산복도로에 설치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규제 완화를 하면 누가 혜택을 받는 것일까. 사업자인가, 파괴된 자연인가, 대한민국 국민인가, 아니면 지역 주민인가. 산지관리법과 국유림법에서 정한 시설입지 경사도와 표고 기준, 국유림 보전이 부당한 규제인가. 기획재정부가 ‘한걸음 모델’을 발표한 후 지난 6개월 동안, 상생과 포용적 혁신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지리산에서 전국으로 확장되었다.
하동알프스프로젝트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처럼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이 아니라, 지리산과 설악산, 전국의 산지와 보호구역, 생명 다양성의 핵심을 걷어내는 최악의 기획이다. 만약 지리산에 20km 이상의 산악열차가 건설된다면, 향후 개발 압력은 경남에서 전국으로, 지리산에서 주요 산줄기로,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핵심지역으로 향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린뉴딜, 2050년 탄소중립을 발표하였다. ‘신기술’과 ‘혁신’이란 작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정의로운 전환’이지 ‘산악관광’은 아니다. 하동알프스프로젝트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문재인 정부의 자가당착 사업이다. 멈춰야 한다. 무대책 대규모 산악개발을 정치의 기회로 악용하는 나쁜 정치인의 나쁜 행태는 멈춰야 한다. 산악관광의 망령을 포기하고 생명과 공생을 배려한 ‘100년 미래’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11.26. 국회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피켓시위를 하는 반대대책위원회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