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해창만을 가다

2021년 2월 1일 | 활동, 활동소식

해창만을 가다 

글. 최재홍 변호사 (법무법인 자연, 녹색법률센터 부소장)

 

사무실에 함께 있던 변호사님이 서울시로 갑작스레 들어가게 되어, 진행하던 사건을 넘겨 받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해창만 수상태양광 관련한 개발행위허가취소사건이다.

수상태양광 사건은 사실 나에게 처음 사건 진행요청이 있었다. 그런데, 석탄과 핵발전을 모두 반대하는 입장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분산형 전원개발은 사건을 맡을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이러한 사건은 승소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거리도 멀었기에 맡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검토나 진행여부를 같이 있던 변호사님께 부탁했었는데, 결국은 맡게 된 사건..

주민들은 이 사건 수상태양광 설치를 처음부터 반대했던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사업자가 당초 설명에서는 하천변에만 수상태양광을 설치한다고 하였는데, 이후 수상태양광을 하천 중심부에 광범위하게 설치하는 것을 알게 되어 그때부터 반대를 하였다고 한다.

기존에 진행하던 변호사님이 사건을 정리하여 소장을 제출해둔 상태였기에, 사실관계 파악은 쉬웠다. 그러나, 사건 진행을 위해서는 답이 있는 현장을 확인해야 했다.

 

2021.1. 7. 주민들과 고흥군 포두면에 있는 반대대책위 사무실에서 13:30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눈이 많이 와서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평소면 천천히 가도 5시간이면 충분했을 텐데 6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환경사건을 하게 되면 현장을 확인해야 하고, 대부분의 현장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져 자가용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제 40만km를 바라보는 애마는 그렇게 나와 함께 전국의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반대대책위 사무실에 도착해 주민들과 진행상황 및 사실관계에 대해 논의를 하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출발했다. 현장확인을 할 때는 ‘알파인퀘스트’라는 앱을 사용해서 이동노선, 지점표시, 지점별 사진 등을 기록한다. 알인퀘는 프랑스인이 만든 앱인데 국내 IT 업계에 종사하는 ‘미도’라는 분도 함께 하였고,GPS 기반 위치 등이 표시되기에, 현장조사에 탁월하다.

‘미도’ 분과는 인연이 되어 내 사무실에서 서울 알인퀘 회원들과 사용법 강의도 하고, 그분도 환경에 관심이 있어 녹색본부 활동가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도 했었는데, 벌써 7,8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현장조사를 했던 경로에서 노란표시가 수상태양광이 설치되는 곳이다. 30% 넘는 수면이 태양광시설로 채워지고,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유수장애로 인한 외수피해 위험이나, 태양광패널 고정시설에 의한 부유물질 증가로 수질오염 등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양수펌프장이었다. 해창만 지역은 간척을 통해 농경지가 된 곳으로, 해발고도가 낮고, 만조시기와 집중호우시기가 겹칠 경우 양수펌프장을 가동해도 침수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해수면에 설치한다고 되어 있으나, 실제는 퇴적토층에 수상태양광이 설치되는 곳으로, 사업자가 개발허가 과정에서 당초 계획과는 달리 허가대상지를 누락한 곳이다. 수상태양광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곳인데 방조제에서 바라본 해창만은 풍광이 아름다웠다.

개발허가 취소소송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재판에서 다퉈볼만한 쟁점들이 있음을 확인한 날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내가 현장을 다녀간 날 위원장분이 반대모임 카페에 글을 남겼다고 한다.

 

“변호사와의 면담

잠에서 막 일어난 듯한 덥수룩한 머리
마치 해창만에서 막 일을 마치고 나온
털털한 갑돌이 같은 차림에 서울변호사

화통하기 그지없다
이런 허접한 것은
한 판 가능한 게 아니겠어요

빈 말이 아니다
어느 거 하나 적법한 게 없는 저들에
화들짝 놀라는 그

우리 해창만 수상태양광 반대대책위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니란 걸
몸으로 느끼게 하는 변호사였다

우리 해창만 수상태양광 반대대책위는
우리에 절박함을 이해하는 촌놈 같은 서울변호사와
환상의 짝꿍이 되리란 걸
이번 변호사 면담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해창만 수상태양광 반대대책위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승리에 그날까지 전진 또 전진할 것을 알려드립니다.”

다른 변호사님을 통해 게시된 글을 전달받고 한참을 웃었다.
“갑돌이 같은 변호사”, “촌놈 같은 서울 변호사”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갑돌이 변호사로 ^^

사건의 내용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고, 제출된 소장과 증거들을 살펴본 후 답을 찾아 현장을 가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