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수습 후기 (조윤용 변호사)

2015년 12월 23일 | 활동, 활동소식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3개월간의 수습 변호사 생활에 대한 기대를 안고 녹색법률센터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평소 생태적인 삶에 대해 낭만적으로 꿈꾸었을 뿐, 딱히 환경 문제나 환경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녹색법률센터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녹색법률센터에 변호사 실무수습을 지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제가 대학원에서 따로 환경법을 공부했거나 환경 문제에 대한 뚜렷하고 거창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오해(?)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해는 오해일 뿐입니다. 실상은 센터 배영근 변호사님께서 대한변호사협회에 수습변호사 모집 공지에 올리실 때, 조그맣게 ‘공익,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올리셨는데, 변호사로서 영리 활동만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제 눈에 그 문구가 들어 왔던 것이 전부입니다. (ㅡㅡ;)
사전 지식 하나 없이 녹색법률센터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저에게는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수습 변호사의 연수 차원에서도 손색이 없었던 곳이라 생각합니다. 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민·형사소송, 행정소송, 가처분 등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었고 직접 서면을 쓰고 재판 기일에도 변호사님과 함께 참석하여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센터에서 진행 중인 손해배상소송, 지위보전가처분신청, 여러 형사 사건들의 기록을 보고 자료를 찾아 서면을 쓰고 변호사님께 첨삭을 받으면서,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던 것과 달리 실제 생생한 사건과 마주하고 해결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정보공개청구, 행정심판청구서 작성 등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 서면 작성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에 직접 가서 사정을 살피고, 의뢰인 및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많았는데 이것 역시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사실관계와 의뢰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변호사 업무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현장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변호사님과 활동가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변호사로서 어떤 자세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할지 느끼고 배운 바가 컸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있던 기간 동안에 ‘녹색법률학교‘라는 환경단체 활동가를 위한 환경법 강좌가 2주에 걸쳐 토요일에 진행 되었는데,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환경법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색법률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 이전, 저에게는 환경 문제가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난개발, 소음, 대기오염, 수질오염, 유독 화학물질, 폐기물, 핵발전소 관련 문제 등, 많은 환경 관련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고,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실제로 그 분쟁의 중심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저는 센터에서 일하며 환경 문제로 인해 재산적 손해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고, 법률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녹색법률센터는 변호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업무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운 좋게 먼저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학생·예비 법조인들의 인턴·수습 장소로 진심으로 추천 드립니다. 수습 기회를 마련해 주신 배영근 상근 변호사님, 이인숙 간사님,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변호사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