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 관람 후기 

2021년 9월 1일 | 활동, 활동소식

 

지난 6.8부터 8.8까지 2개월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는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이 생태 분야 전시에 참여했고,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님이 시민 도슨트 교육과 현장 교육을 맡아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과 사무국 활동가들은 전시 마감일이 다가오던 8월5일에 서재철 전문위원님과 함께 기후미술관 관람을 다녀왔습니다. 

 

시립미술관 입구 앞 고사한 전나무 ©녹색연합

 

시립미술관 정문에 도착했을 때 첫 번째 전시가 방문객을 압도했습니다. 정암사 전나무숲에 살았지만 기후 스트레스로 인해 고사한 전나무를 그대로 옮겨와 전시하였는데, 굵은 나무줄기가 뽀개져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이 기후위기의 암담한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된 모습의 항공사진. 초록색 나무들 사이로 하얗게 고사된 나무의 모습이 보인다.

한라산 구상나무 고사 ©녹색연합

 

전시실 입구에도 고사한 소나무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울진 금강소나무숲에서 살았던 소나무를 가져온 것입니다. 해발 1,000m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구상나무가 해마다 높아지는 기온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사하여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등의 백두대간 능선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모습은 녹색연합의 항공 모니터링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관람을 간 김형진 인턴활동가는 녹색연합이 백두대간 보전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자병산(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의 채석장 사진을 보면서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고 합니다. 여전히 수많은 덤프트럭이 움직이며 석재를 실어나르는 영상은 신도시, 재개발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공간을 누릴 수 있어야겠지만 신도시개발과 재개발이 그러한 취지를 얼마나 따르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박제된 산양과 북극곰을 마주하며 지구라는 집에 살아가는 많은 생물들을 떠올리고, 또르륵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기 좋다며 감탄했다가 북극의 빙하가 녹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는 관람객이 있고, 독극물로 오염된 땅과 물에 의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비춰주는 전시물과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용기들 앞에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아파트 재개발과 함께 사라지는 도시숲에서의 추억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는 저 역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렸습니다. 

 

 

 

이외에도 기후위기로 인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설명, 고온 못지 않게 저온으로 인한 재난에 대한 공포도 크다는 서재철 전문위원님의 설명은 우리가 당장 변화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니었던지 전시실 입구에서부터 서재철 전문위원님의 열정적인 설명을 곁에서 유심히 듣던 시민 두 분이 이후로 끝까지 저희 일행과 동행하여 전시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전시는 지구 생태계라는 ‘큰 집’과 사람이 거주하는 ‘작은 집’의 관계를 통해 기후위기를 성찰하는 전시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지구가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고, 인간에게만 안락한 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기후시민 3.5’ 라는 연대체에서 기획을 하였는데, 이면지를 활용해서 프린트한 전시물의 내용 중에 ‘시민의 3.5%가 동참할 때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희망 3.5% Hope for Climate Action’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 인구를 5천만명으로 보면 175만명만 변화하면 한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녹색법률센터는 기후미술관 관람에 이어 기후 스트레스로 인해 고사한 나무들이 있는 현장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글. 녹색법률센터 이선진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