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체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28일 녹색법률센터 활동가, 녹색연합 활동가,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들,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들은 비글구조네트워크 논산쉼터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우렁차게 맞이하는 비글들의 짖는 소리…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들어섰습니다. 오전시간에는 쉼터, 개, 고양이, 양을 소개받고 청소, 이불갈기, 놀아주기 등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고, 점심식사 후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오후에는 산책봉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이 예쁘고 착한 동물들이 보호자 없이 쉼터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면서 서로에게 입양을 권하기도 했지만, 사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보호받는 동물들은 ‘운좋은 동물’로 불리웁니다.
길을 가다가 추운 날씨에 길을 잃고 헤매는 강아지를 발견하시면 어떻게 하시나요? 지자체 유기동물 신고처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자체의 유기동물 담당팀에서 나와서 포획을 한 후 일정기간 보호를 합니다. 시보호소에서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s://www.animal.go.kr/front/index.do)에 보호하고 있는 동물 사진과 정보를 올려 잃어버린 주인을 찾을 수 있게 10일간 공고를 합니다. 이 기간 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며, 입양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입양공고도 하고 입양비 지원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끝내 입양도 되지 않는다면, 그 동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이때 이른바 ‘안락사’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안락사’, ‘인도적 처리’ 등 용어는 다양하지만 결국 죽이게 되며, 이상과 같은 절차가 동물보호법에 정한 유기동물보호체계입니다. 동물자유연대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시보호소에 입소한 동물은 2018년 자연사율 23.9%, 안락사율 20.2%에 이르러 사실상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의 수가 그 절반에 가깝고, 시보호소에서는 제대로 치료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처럼 동물보호법상의 절차가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결말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동물들을 법적 절차대로가 아니라 사설보호소로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설보호소에 대해서는 법상 아무런 규율이 없다보니, 능력을 넘는 숫자의 동물을 방치상태로 수용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나 ‘보호소’라는 이름을 내세워 강아지들을 모아놓고 불쌍한 모습으로 모금을 하는 사기보호소까지 등장하여 사회적 문제까지 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최대의 사설 동물보호소로서 개지옥으로 불리던 ‘애린원’이 2018. 9.경 폐쇄되고 1300여두의 동물들이 구조되기도 했고, 최근 A단체의 대표가 동물구조한다면서 후원금을 사기모금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또 개인이 구조한다면서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이미 사망한 동물의 병원비를 모으는 사례까지, 현장은 혼란하고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막상 동물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운좋은 동물’만 논산쉼터와 같은 곳에서 보호받으면서 입양홍보도 되고 봉사자들도 만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논의가 나올 때마다 독일의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을 모범사례로 이야기 합니다. 16,000㎡의 규모에 최신식 시설, 1,300마리의 동물들을 직원과 수의사들이 전문적으로 관리하면서 동물의 특성에 맞게 전용면적을 제공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정부의 지원과 법제도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동물보호체계도 이제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길잃은 동물이 오히려 시보호소 포획팀에 잡히지 않고 도망가기를 바라는 상황을 이제 그만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단체나 개인들의 선한 마음에만 기대서 동물구조와 보호를 하는 이 이상한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이에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가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