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염병의 시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문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

2009년 11월 6일 | 녹색칼럼

환경전염병의 시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문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

 

정연경(녹색법률센터 사무국장)

 

예측은 했지만, 비켜가기를 간절히 바랬던 신종플루 대유행이 현실화되었다. 하루 감염자가 1만명이 넘어서고, 사망자가 50명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염병 재난단계를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여 신종플루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신종플루로 명칭을 통일했지만, 신종플루는 초기에는 돼지독감이라고 불렸다. 돼지가 독감에 걸리는 A형 돼지인플루엔자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진원지도 멕시코에 있는 세계 최대 축산회사인 스미스필드 돼지농장이 지목되고 있다. 지금은 신종플루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지만, 세계는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곤혹을 겪어왔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유행하며 8,096명의 감염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닭·오리·야생조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류독감과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는 이제 낯설지 않다. 계속되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전염병의 출현은 신종플루가 진정되더라도 우리 인류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자연의 역습 - 환경전염병>의 저자 마크 제롬 월터스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전염병의 경향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과거에 통제했다고 믿는 옛 질병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으며, 또 하나는 새로운 질병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라졌다고 믿었던 말라리아는 지구온난화와 삼림 파괴 때문에 모기가 산란할 장소가 늘어나면서 발병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2천만명이 말라리아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대 이래 에이즈를 비롯한 새로운 질병이 30종 이상 늘었다고 경고한다. 에이즈, 라임병, 변종 크로이프펠트-야코프병(vCJD), 새로운 결핵균, 니파바이러스 독성쇼크증후군, 카포시육종바이러스, C형 간염, 독성을 띤 대장균 균주, 라임병,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문제는 옛 질병의 출현이든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이든 인류의 생태계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의 집약 농업, 삼림 벌채, 기후 변화, 생물종 감소, 대량축산과 같은 인류가 쌓아온 현대문명이 새로운 질병의 출현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염병들은 ‘Ecodemic’, ‘생태병’, ‘환경전염병’인 셈이다. 우울한 이야기지만, 앞으로 우리는 계속 환경전염병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신종플루 대유행으로 새로운 생활양식이 제안되고 있다. 신종플루 감염을 막는 다양한 생활방법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못지않게 우리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문명의 결과인 ‘환경전염병의 시대’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