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기오염소송에 기대를 거는 이유

2009년 12월 21일 | 녹색칼럼

서울대기오염소송에 기대를 거는 이유

 

김 혁(녹색법률센터 정책팀장)

서울로의 출근길은 언제나 붐빈다. 의정부 민락동에서 성북동 사무실까지 평균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집 앞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도봉산역까지 온 후 지하철로 갈아탄다. 이 버스는 107번 버스 2~3대가 지나간 후에나 오고 서울로 들어오는 초입인 장암동 근처에서 항상 막힌다. 아침이면 자가용, 화물차, 버스들이 한데 얽혀 거북이 행진을 벌인다.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포천으로 가는 새로운 도로가 뚫려 더 많은 차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정체된 차량들이 장암동 일대에 내뿜을 매연을 생각하면 이곳으로 이사 오지 않은게 다행이다 싶었다. 먼지 알레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생활한지 10여년 만에 나는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기침을 하는 먼지 알레르기가 생겼다.

지난 9일 서울지방법원 356호실에는 서울대기오염소송 결심이 열렸다. 서울시내에 거주하는 기관지천식 환자들이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변론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이다. 판결은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 소송에서 시민들은 서울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은 정부와 대기오염의 원인제공자인 자동차회사의 책임을 물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없는 서울에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은 자동차이다. 서울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는 구조적인 이유는 대규모의 집중과 집적 때문이다. 이곳에는 행정기관 뿐만 아니라 금융자본, 서비스, 정보, 노동인구들이 모여 있다. 전체 6%밖에 안되는 면적에 20%가 넘는 인구가 몰려있다. OECD중 최악이라는 한계레 기사도 있었다. 서울에 많은 것들이 모여들어 도시가 커지면 커질수록 교통체계에는 더욱 부하가 걸린다.

이런 도시의 집중과 집적으로 오히려 자동차 회사들은 혜택을 본다. 이번 소송의 법적 책임을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자동차회사는 도로시설로 대표되는 사회적 자본과 하부구조를 이용하는 이익, 도시내에서 사회적 분업에 의해 발달한 각종 비즈니스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익, 안정된 거대 소비 시장에 근접해 있으므로 얻어지는 이익, 도시에 집중된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이익, 도시에 집중된 연구 기능을 이용하는 이익, 행정 중추 기능으로부터 얻어지는 정보의 이익을 향유해왔다. 정부는 경제 효율만을 생각한 공간적 생산시스템을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한계용량을 벗어나버린 도시에는 문제가 발생했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도시기능 마비와 대기오염문제가 그것이다. 적절한 대기환경정책과 교통정책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일단 물어야겠지만, 근본적인 대책 또한 마련해야한다. 해법은 지역균형발전에 있다. 서울시에 집중된 도시의 기능을 세종시 등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우리 동네에는 올초부터 펼침막이 붙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부용산이 뚫려 포천으로 오가는 새로운 도로가 생긴다는 내용이다.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주는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도로가 만들어지면 공기질부터 달라질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끝 모를 팽창. 가중되는 교통체증의 문제. 새로운 도로의 건설과 대기오염의 심화. 호흡기질환의 악화. 이런 악순환을 얼마나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산들이 허물어져야 할까. 천식환자 수의 증가는 위기에 처한 우리사회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거대한 팽창과 확장의 흐름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필요하다. 서울대기오염소송 판결에 우리가 기대를 걸야야하는 까닭이다.

* 위 칼럼은 12월 21일자 한겨레 신문 “왜냐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