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기오염소송 1심 판결에 대하여

2010년 2월 17일 | 녹색칼럼


서울대기오염소송 1심 판결에 대하여

                                                                           변호사 이영기(운영위원)

 

2007. 2.경 서울에 거주하는 기관지천식 환자들을 중심으로 서울대기오염소송을 제기한 이래 3년의 시간이 지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 2. 3. 1심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 패소.” 허나, 법원의 아래 판결요지를 볼 때, 허탈하기 그지 없다.

“1. 이 사건의 경우 입증책임의 완화 법리가 적용되어 역학조사를 통한 입증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으나, 역학조사의 한계상 역학적 의미의 상관관계가 인정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자동차배출가스와 건강피해 사이의 일반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2.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보건대, 국내외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연구결과들의 내용에 따르더라도 각 결과에 나타난 상대위험도가 크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 결과들 내에서도 물질별, 농도별 상관관계의 유무 및 그 정도에 대하여 상이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고 상당수의 연구 결과가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부정하고 있으며 위 연구결과들 스스로 지적하고 있듯이 많은 연구 결과들이 개인별 노출 조사의 부재, 자료로 사용된 대기오염자료, 병상자료들의 대표성 문제 등 내재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위 연구결과들만으로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3. 자동차 등 도로이동오염원이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등의 배출원 중 하나임을 인정한 연구결과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미세먼지 오염도와 자동차 증가 추세가 일치하지 아니하는 점, CAPPS 자료는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고려하지 않은 점, 위 연구결과들과 견해를 달리 하는 연구결과 또한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연구결과들만으로 자동차가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주요배출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자동차배출가스와 건강영향 사이의 일반적 인과관계를 부정한 위 판결은 가정적 판단하에 원고와 자동차배출가스로 인한 건강영향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나 일반적 인과관계를 부정한 이상 개별적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족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역학조사 결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입증책임의 완화 법리상 일반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역학조사 결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인정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일반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결과적으로 입증책임의 완화 법리를 부정하는 듯한 결론을 내리고 있고, 나아가 역학조사들의 상이한 결과 및 각 역학연구들에서 지적하고 있는 자체 한계를 근거로 대기오염물질과 호흡기질환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은 바, 역학조사들이 조금씩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하나 주요 논문들은 대부분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고, 연구의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하나 그것으로써 연구결과의 성과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역학적 인과관계를 부정한 위 판결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나아가 자동차가 호흡기질환을 유발악화하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의 주요배출원인지에 대하여는 이미 학계에서도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도 위 판결은 그러한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다. 적어도 피고측 증인들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미세먼지의 경우 자동차가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나아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영향이 다른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심각하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산화질소의 경우는 자동차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판결은 아예 자동차가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의 주요배출원 중 하나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야 주요배출원이라고 인정될 수 있다는 말인가?

서울대기오염소송의 결과는 담배소송의 결과보다 참담하다. 담배소송에서는 적어도 담배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하여 일반적 인과관계는 인정하였으나, 위 판결에 의하면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물질은 건강에 대하여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저 별볼일없이 해로운’ 물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대기오염소송단은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물질이 ‘그저 별볼일없이 해로운’ 물질이 아니라 ‘치명적으로 해로운’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