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의 공간, 민관협의체

2011년 10월 28일 | 녹색칼럼

주민 참여의 공간, 민관협의체

                                                                                                    
                                                                             
                                                                           
                                                                            최재홍
(운영위원, 변호사)

 

 야생화의 꽃내음 사이로 나무들이 벌목되어 나뒹굴고 있는 산자락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홍천군 구만리 사업현장, 울창한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 차 있을 산자락은 자기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었고, 그 곳에 살았을 수많은 동식물들은 파괴되어 버린 서식처를 떠나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마을에는 골프장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가옥이 골프장 반대 깃발의 설치 여부로 확연히 나뉘고, 평온한 시골 마을 풍경의 한켠에는 적막감이 휘감고 있는 구만리.

강원도에는 구만리와 같은 골프장 개발 문제가 이슈화되어 있다. 자연환경의 훼손과 이해관계자인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가운데 일사천리로 진행된 골프장 사업 인허가 절차는 곳곳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그 절차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토건국가에서 개발사업은 공공복리의 증진 수단으로 적극 권장되고 있지만, 그 개발사업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주민들은 공익이라는 유령앞에 자신들의 피해를 감수하도록 강요받는다.

행정의 적법성과 예측가능성, 법적 안정성이 오직 개발사업자에게 유리하게만 적용되는 우리의 법현실에서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주민들과 자연환경은 자신들의 권리주장을 위한 최소한의 통로마저 막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강원도에서는 골프장과 관련된 민관협의체를 만들었다. 민관협의체에서는 골프장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하였던 주민의 의견과 환경침해 사례를 조사하여, 행정의 적법성을 사후적으로나마 확보하려 하고 있고,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려 한다.

물론 민관협의체의 조직과 운영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 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관협의체는 주민의 실질적인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로서, 개발앞에 무방비로 방치된 자연환경에 대한 절차적 보호장치를 강구하는 수단으로서 개발중심의 행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