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영산강)소송 최후변론

2012년 1월 27일 | 녹색칼럼

지난 1월 26일 광주고등법원 전주부에서 4대강(영산강)소송 항소심 최후변론기일이 있었습니다.
이날 재판부에 구술로 변론한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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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이 사건 처분들의 구체적인 절차적, 실체적 위법성에 대하여는 이미 원심에서의 준비서면, 항소심에서의 항소이유서와 준비서면, 그리고 각 구술변론을 통하여 충분히 주장, 입증하였습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우리 인간이 자연()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고, 그러한 개입에 대한 결과는 어떠하였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4대강사업은 과연 그 본질이 무엇이며, 어떠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지, 어떠한 의문점이 있는지에 관하여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인류사적 관점에서 본 강과 인간
메소포타미아의 농부들은 정교한 수로를 이용하여 경작지에 물을 대었습니다. 이러한 관개시설은 단기적으로는 수확량 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수메르가 가장 번성할 시기에는 인구 2,000만명 정도가 메소포타미아 경작지 56,000가운데 거의 1/3을 관개시설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 유역과 삼각주에 위치하여 지하수면이 지표 가까이 있는 곳에서, 모세관 작용이 지하수를 흙층으로 끌어올려 증발시킴으로서, 흙에는 소금이 축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로써 소금 농도에 민감한 작물인 밀을 주요 작물로 하던 수메르가 쇠퇴하게 되는 한 가지 원인이 되었습니다.
반면 이집트농업은 고대 파라오부터 로마제국을 거처 이슬람시대에 이르기까지 7,000년 동안 여러 문명의 젖줄이 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집트의 농업용 물 대기는, 범람하는 물길이 강 유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자연현상을 철저히 이용하였다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강의 천연 둑을 무너뜨려 충적평야의 특정지역으로 물이 흐르도록 하여, 정교한 수로 없이도 경작지에 물을 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집트 농업이 오래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강에 최소한의 손길을 보태면서 자연범람을 이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64년 이집트는 아스완댐을 건설하게 됩니다. 길이 약 480km, 너비 56km의 거대한 댐으로, 나일 강이 한 해에 범람하는 양의 곱절을 가둘 수 있는 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막의 태양 아래서 해마다 호수 수면에서 증발로 사라지는 물이 깊이로 따지면 1.8m나 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실어오던 흙 13,000ton이 나세르 호 바닥에 쌓이게 되었습니다. 반면 수천 년에 걸쳐 발달해 온 나일 삼각주는 오늘날 침적토의 공급이 끊긴 채 쓸려나갔습니다. 지하수위가 상승하여 인근을 침수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농업용 관개를 위한 댐 건설이 지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농업환경을 교란시킨 것입니다. 이로써 인류의 가장 건강한 텃밭의 본거지인 이집트가 이제는 7,000년만에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로 전락하였습니다.
이러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교훈은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보를 설치하여 자연의 흐름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업을 하는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요?
중국의 황하는 어떻습니까?
현대의 중국은 1950년대에 황하의 모든 유역에 걸쳐 계단식으로 새로운 댐 46개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삼문협 댐입니다. 이 댐은 높이 120m, 1,000m 이상, 그 저수지는 3,000에 이르며, 350의 물을 저장하고 적어도 50년 동안은 진흙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물을 담기 시작한지 불과 4년 만에 댐의 벽에선 높이가 20m에 달하는 진흙의 퇴적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4대강사업에서도 낙동강 함안보 하류에서 준설 후 1년 남짓 한 기간 사이에 52.1%의 재퇴적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중국은 다시 저수지 좌안에 터널을 만들어 퇴사를 흘려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댐을 완성한지 18년만인 1978년에 퇴사 허용용량의 39%가 모래 속에 파묻히게 되었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설치되는 보에도 퇴사를 내보내기 위한 마찬가지의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다를 수 있을까요?
이러한 사업실패의 원인으로 중국은 계획성과 과학적 연구의 부족, 현장에서의 조급한 작업, 조기달성을 위한 무리한 강행군으로 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요? 4대강사업을 전광석화처럼 시작하라, 이 정부의 임기 내에 완공하기 위하여 속전속결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3. 4대강사업에 관한 상식에 입각한 판단
과연 우리는 4대강사업으로 홍수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까요?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여러 지역에서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일대가 잠기고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피고는 4대강사업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시급한 사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피해는 왜 발생한 것일까요? 등록문화재인 낙동강의 남지철교가 주저앉았습니다. 한강의 지천인 간매천, 금당천, 소양천의 둑은 왜 무너졌습니까? 여주의 신진교는 왜 주저앉았습니까? 낙동강 지천인 용호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4대강사업 이전에는 보기 힘든 피해였습니다.
그러면 4대강사업으로 가뭄 피해는 줄일 수 있을까요?
피고측은 4대강사업으로 용수를 확보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확보된 용수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지난 해 신문기사를 잠시만 검색해 보면 4대강사업으로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용수 부족으로 제한급수가 실시된 지역은 4대강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속초시, 전남 완도군 보길도, 제주도 등이었습니다. 4대강사업이 완성되고 나면 이러한 지역의 제한급수는 발생하지 않을까요?
4대강사업을 하면 수질이 개선될까요?
물론 4대강의 보에 물을 저장한다고 하여 곧바로 물이 썩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은 우리 조상들이 수많은 경험을 통하여 얻은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수질이 악화된다는 지식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낙동강에서도 강정보에서부터 식물플랑크톤이 증가해 함안보에 이르러서는 99ppb에 이르러 조류경보의 수준을 넘어 조류대발생 수위에 임박한 실정이라는 사실이 속담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4. 나오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사법부는 실체적 위법성 내지는 적절성을 판단하기에 부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요?
중국에서 칭송받는 고대 왕 중에서 우왕(禹王)강을 지키려거든 산을 지키라고 하였습니다. 숲을 보존하고 땅과 흙을 지킬 때에만 강에도 맑은 물이 흐른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홍수예방과 용수확보, 수질개선이라는 미명하에 강에만 수술 메스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원고들이 4대강사업의 위법성에 대하여 충분하게 주장, 입증하지 못하였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본류의 하상을 낮추어 역행침식을 유발하는 준설이, 물 흐름을 막는 보를 설치하는 이 사업이, 어떻게 홍수를 예방하고 용수를 확보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필요적인 최소한의 주장과 입증은 이미 모두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에 입각하여 볼 때 어떠한 주장이 타당한지, 과연 피고들은 이러한 상식적인 의문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였는지, 엄정하게 판단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