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지역 송전탑 건설에 의한 식물생태계 훼손 현황
이경재(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 교수)
최근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국으로 공급하기 위한 대형 송전탑을 전 국토의 종횡으로 건설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이 SOC사업이라는 명목하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실행되고 있어 생각있는 시민들은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송전탑건설을 하는 한국전력주식회사(이하 한전)측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여 환경부서에 협의까지 한 바,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은 법 상에도 언급되었듯이 공사를 전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전과 환경부서에서 자체 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는 항상 송전탑 건설, 양수댐건설같은 국책사업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서술하고 있으며, 아울러 그 대책도 거의 세우고 있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항목 중 생태계 부문은 공사를 하게되면 파괴되므로 송전탑건설 노선에 대해 정밀하게 생태계를 조사하여 보존할 지역이 위치하면 송전탑 건설노선을 옮기거나 중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직선노선은 생태계가 옮겨갔는지 보존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서에 기술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전의 환경영향평가서 중 생태계 부문은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리산 양수발전소 건설에 의한 환경영향평가서이다. 생태계부문 중 식물분야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현존 식생마저도 현장과 전혀 달랐다. 현지에는 굴참나무가 우점종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신갈나무가 우점종이라고 도면화하고 있어 이점을 지적하였건만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이 덮고 지나쳤다. 이후에 필자는 한전 환경영향평가서는 믿지 않고 있다.
생태계는 파괴하면 그것으로 끝나기에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말이 생태계 평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생태계는 보존하던지, 파괴하던지 양자택일일 뿐이다. 이런 속성을 갖고 있는 생태계를 한전사업에서는 항상 보잘것 없고 파괴해도 문제가 없다고 서술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송전탑건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건설도중 생태계의 구조파괴, 전자파에 의한 생물의 영향, 자연경관 파괴로 알려져 있다. 건설도중 생태계파괴는 얼마전 모 TV방송에도 방영되었듯이 공사도로에 의한 생태계의 파괴가 핵심사항이다. 우리 국토는 65%가 산지인데, 대체로 경사가 급해 도로가 건설되면 절토면이 크게 만들어져 도로에 의해 생태계가 거의 단절된다. 우리국토는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최근 50∼70년간 완전하게 훼손되었다. 그러기에 나무의 나이 20∼50년에 달하는 녹지자연도 등급 8이상의 전체비율이 13.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녹지자연도 등급 8이상 지역은 가능한 보전하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환경영향평가시 각종 개발사업을 억제하고 있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한전은 가능한 한 녹지자연도 등급 7로 판정하여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협의요청을 한다. 지난번 TV방송화면에 잘려진 소나무의 나이가 40년 이상임을 보면 분명 녹지자연도 등급은 8인 것인데, 어떻게 도로개설을 위해 훼손할 수 있을까?
생태계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 초원에서 들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적이 있다. 초원 한 복판에 쥐가 이동할 수 있는 그물코를 가진 철조망을 몇 백 미터 설치하고 5년 후에 양쪽의 생태계를 조사했더니 식물군집이 달라진 것이다. 들쥐가 이용가능한 철조망을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벽이 설치된 것을 기피하는 들쥐는 서로 내왕을 하지 않아 양쪽 들쥐집단은 분리가 된 것이다. 5년 동안 분리된 들쥐는 뜯어먹는 풀 종류가 달라져, 한쪽에는 들쥐가 잘 먹는 A라는 풀이 거의 사라진 반면, 다른 쪽의 들쥐집단은 A라는 풀을 거의 뜯어먹지 않아 무성해져 양쪽 식물구조가 5년만에 변한 것이다.
생태계구조는 이렇듯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송전탑을 설치한다고 산 정상까지 도로를 만드느라 40여년 된 나무를 베고 흙을 파헤쳤으니 생태계를 초토화한 셈이다.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절규하는 생태계는 말이 없는 무생명체나 다름없다고 함부로 파헤친 것이다.
이 땅의 주인은 사람뿐만 아니다. 이 땅에는 1만 7천종의 고등생물이 한반도가 생성된 이래 우리 조상보다 먼저 마을을 이루어 살아 왔으니 진정한 주인은 그들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1만 7천 종의 생물들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인간이외의 다른 생물들이 생명을 가진 고귀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 어찌 땅을 파헤칠 것인가? 우리가 진정코 인간인가? 다른 생명체를 먹이 이외의 이유로 학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우리는 1만 7천 종의 생물 어느 종보다 못한 하등생물이다. 아니 다른 생물들이 우리 인간을 생물의 대열에나 끼워 줄지 모르겠다.
송전선이 지나는 개울에는 가재가 자라지 않는다는 말을 이런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흔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였다고 무시하고 있다. 학자들이 게을러서 송전탑설치 이전과 이후의 환경변화를 조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생활경험에서 얻은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주민이 무식하단 말인가?
가재가 없어진다면 미세한 미생물, 곤충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텐데, 한전은 수없는 송전탑을 세우면서 이런 영향을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으니 완전한 직무유기이다. 하등생물인 인간에게 송전탑설치 이후 전자파에 의한 영향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로도 송전탑건설이 얼마나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가 있다.
이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송전탑건설은 중지해야한다. 송전탑건설이전에 전기사용을 최대한 절약하고, 전기가 부족해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 아니라 최대한 대체에너지 공급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도 모자랄 때는 원자력발전소가 논의 되어야하고, 이때에 공개적으로 송전탑 건설을 생태계 전문가와 환경단체와 논의해야 한다.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노선을 결정하고, 돈이 들더라도 공사를 위한 도로는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중간과정이 생략된 송전탑건설은 우리 국토의 생명체를 다량 학살시키는 행위이다. 이것을 항의하는 주민과 환경단체가 어찌 억지란 말인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일대에 세워진 송전탑 137기, 138기, 140기 주변과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 일대에 세워진 송전탑 159기 주변의 훼손현황 및 식생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1999년 4월 8일에 1회 조사하였다. 본 조사에서는 송전탑 건설 및 작업도로 건설에 의한 훼손현황, 주변식생 훼손현황 및 식물군집구조조사를 병행하여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Ⅰ. 산림훼손실태
1. 문제점
ㆍ 151km, 308기(환경영향평가서 3p)
ㆍ 실질적 317기(녹색연합조사)
2. 작업도로 개설에 의한 산림훼손
ㆍ11m(작업로 폭) + 14m(인근 산림훼손지) = 25m
ㆍ 작업로 길이 535km
ㆍ 산림훼손면적 535km × 25m = 약 1,300ha
ㆍ 계곡생태계 : 언급 없음
3. 산사태 현황
ㆍ 노선에서 772개소 중 136ha에 걸쳐 산사태 발생(녹색연합 1998년)
ㆍ 길이 : 150∼300m
ㆍ 복구 : 오차드그라스 같은 외국풀씨를 절개면에 뿌림 → 지역생태계 교란
4. 송전탑에 의한 산림훼손
ㆍ 환경영향평가서(164p) 1기당 25m(가로) × 25m(세로) = 625m2
총 307기의 훼손면적 19.3ha
ㆍ 실측치
104호기 5,200m2 : 총 317기의 훼손면적 164.8ha(영향평가서 면적의 8.5배)
ㆍ 작업도로 + 송전탑 산림훼손면적 = 1,465ha(영향평가서 훼손면적의 76배)
ㆍ 훼손 수목수
① 영향평가서(168p) 10,000본(12.5ha에 해당)
Ⅱ. 환경영향평가서 문제
1. 진입도로에 관한 사항 누락
(51p : 진입도로공사 중점평가항목에 삽입)
ㆍ 훼손면적 전부 누락
ㆍ 진입도로 훼손면적이 송전탑부지 훼손면적의 7.8배
2. 산림훼손면적 축소
ㆍ 영향평가서 면적의 76배
3. 녹지자연도 문제
ㆍ 조사지역 모두 녹지자연도 등급 8∼9
ㆍ 환경영향평가서 철탑 137, 138, 159 : 등급 7 : 140 : 등급 8
4. 철탑재료 운반문제
ㆍ 자연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도활용, 삭도운반, 헬기운반(168p)
ㆍ 실질적으로 삭도는 1개소만 설치
헬기는 2개소만 설치
ㆍ 일본 : 진입도로 40%, 삭도 40%, 헬기 20%
Ⅲ. 기타
1. 전원개발특례법(1978년 개정)
ㆍ 제6조 1항 19재 행정상 허가절차 생략
2. 경관평가가 생략됨(257p)
ㆍ 주변경관과 어울리게 잔디 및 관목류 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