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활동과 수계오염
– ‘양면성의 조화’를 찾아서 –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윤성택
1. 서언
지표수와 지하수로 구성되는 수계의 오염을 야기하는 요인으로는 자연적인 암석의 용해로부터 인간활동에 의한 오염물질의 유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인류 생활과 산업화의 근간이 되는 필수 재료 물질(유용 광물 및 석탄 등)을 생산하기 위하여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광업활동(탐사, 채굴, 선광, 제련 등)의 이면에는 일반적으로 지반침하 등 환경역학적 문제 뿐 아니라 수계(및 토양) 오염이라는 중요한 환경 문제가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광업활동의 수행에 있어서는 반드시 환경 오염 평가와 함께 적절한 오염 저감 및 오염원 관리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과거 수십여년간 우리나라에서는 광업활동이 매우 활발하여 근대화와 산업화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적절한 오염 방지 대책 없이 진행된 광업활동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주변 환경은 많이 황폐화되었다. 특히, 전국토에 걸쳐 적절한 오염방지시설 없이 휴광 또는 폐광 상태로 남게된 수많은 광업활동의 잔재는 오늘날 우리에게 환경 오염이라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광업활동에 의한 환경 오염(특히, 수계 오염)의 원인과 특성 및 대책에 대하여 간단히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한국의 상황
선진국에서 산성광산폐수에 대한 연구는 한국에서 한창 금속 및 석탄 자원을 개발하던 1970년대 이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와서 오염방지대책 없이 많은 광산들이 대거 폐쇄되면서 비로소 산성광산폐수의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산재된 휴·폐광산(특히, 금속 광산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1,500여개의 폐광이 보고됨)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광산폐수가 유출되어 지표수 및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정부 차원의 대책이 논의 수립되고 있으나, 매우 미미할 뿐 아니라 근본적인 치유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찍이 자원개발과 환경보호라는 양면성에 관한 적절한 조화가 인식되고 시행되었다면 이 문제는 그만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전문적인 연구 역시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되었을 뿐, 아직도 그 인력과 연구개발 투자는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3. 광업활동에 의한 수계 오염의 원인과 특성
(1) 수계 오염의 원인
금속 및 비금속 광산과 석탄 광산의 채굴 후에 버려지는 갱도 내의 잔존 광석과 채굴 잔재인 폐석(waste)과 광미(tailings)에는 일반적으로 황철석(pyrite; FeS2)이라는 황화광물이 함유되어 있다. 이 황화광물이 적절한 대책 없이 지표에 노출된 상태로 방치되면, 이 황화광물은 산소가 풍부한 물(빗물, 지표수, 지하수)과 반응하게 되며 결국 황산(H2SO4)이 생성된다. 황철석의 산화는 몇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일반적으로 황과 철을 산화시키는 미생물의 개입에 의해 그 반응이 촉진된다. 이렇게 생성된 산성 유출수를 산성광산폐수(Acid Mine Drainage; AMD)라 부른다. 이 산성폐수는 계속해서 중금속을 함유하는 여러 황화광물을 무차별하게 공격하여 용해시키며, 그 결과 광산 주변의 수계에는 강한 산성과 더불어 중금속 이온의 함량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중금속 오염수는 물의 순환과 더불어 지표수는 물론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결국은 동식물과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광산폐수에 의한 환경 문제는 가행 중에 있는 광산에서는 상대적으로 미약한데, 그 이유는 채굴활동을 위한 강제 배수에 의해 지하수와 황철석 간의 반응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한편, 채굴한 광석의 선광을 위해 사용하였던 화학물질(예를 들면, 시안화합물과 수은) 역시 수계오염을 야기하는 중요한 물질이 되고 있다.
(2) 수계 오염의 특징과 환경 영향
산성광산폐수(AMD)의 환경적 영향에는, i) 강한 산성수(흔히, pH<4)에 의한 직접적인 생태계 영향, ii) 산성수가 폐석과 광미 내에 함유되어 있던 다른 유독성 중금속(Cd, Cu, Pb, Zn, As, Hg, Cr, Ni 등)을 용해, 이동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중금속에 의한 생태계 피해, iii) 녹(rust)과 같은 황갈색 또는 백색의 침전물(또는 부유물)에 의한 하상 및 주변환경의 착색에 의한 경관 피해 등이 있다.
AMD의 유입으로 인한 수질 악화는 pH의 감소, 산화상태 또는 용존 산소량의 감소, 중금속을 포함한 용존 물질의 증가에 기인하는데, 이들은 하천수 및 지하수 이용의 중요한 제약 요인이 된다. 특히, 낮은 pH를 갖는 물은 금속에 대한 부식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물-암석 반응을 활성화시켜 물의 용존 물질과 경도의 증가, 황산 이온과 중금속의 농도 증가를 야기하며, 결국 여러 생물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생태계를 파괴한다. 특히, 산성광산폐수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되면 지표수나 토양의 오염과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오염 자체를 확인, 조절하고 정화 처리함이 매우 어렵게 된다. 지하수의 오염 특성은 그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과 지하수의 흐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된다.
한편, 수계의 오염 정도와 오염물질의 종류는 폐석과 광미의 지질학적 특성에 매우 의존하며, 또한 산성화에 대한 주변 환경의 취약성(즉 환경 피해의 정도) 역시 기반암과 토양의 지질학적 특성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광업활동에 의한 수계 오염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질학적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4. 산성광산배수에 의한 오염 저감과 수질 관리 방안
산성광산폐수의 처리 방법은 크게 i) 산성 광산 배수가 형성되지 못하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 ii) 이미 형성된 산성 광산 배수를 산화 및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성광산폐수의 사전 관리는 근원적인 오염 저감을 위해 보다 효과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i) 폐석 또는 광미로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것, ii)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하 채굴 방식이 지배적으로 사용된 경우, 광산폐수에 의한 위해성을 사전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i) 지형 특성, 적용된 채광법, 채광장 처리 방법, 갱구의 심도, 갱내 충진물, 배수 시스템 등의 환경적 여건, ii) 광
석광물의 광물학적 특징, 갱내수의 배수 상태와 pH와 전기전도도 및 기타 수질 특성, iii) 주변 하천의 수질 특성, iv) 유출수의 수리학적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신규 광산 채굴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관련법을 신설하여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상기한 항목들은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미 형성된 산성광산폐수는 하천수 및 지하수로 유입되기 전에 적절한 pH를 갖도록 중화 및 산화시킴으로써 다량으로 녹아있는 철을 위시한 여러 중금속들을 제거하여야 한다. 광산폐수의 중화 및 산화 과정은 크게 i) 수동처리 방식, ii) 강제처리 방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생략한다.
주변 환경으로 유출된 산성광산폐수는 그 변화와 위해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감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후 수질 관리를 위해서는 i) 광산폐수의 처리 효율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 ii) 지하수 및 하천 수질의 시간 흐름에 따른 개선 여부 확인, iii) 새로운 광산폐수 형성에 대한 예방책 마련 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광산폐수에 의한 지하수 및 하천수의 수질 변화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기 위한 국가 수질관측망의 설정 및 가동이 요구된다.
5. 결론 및 제언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광업활동에 의한 환경 피해가 중대한 환경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적으로 환경 마인드가 결여된 상태에서 강행된 광업활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광산폐수 발생 지역의 대부분이 도시에서 먼 오지라는 점에서 그 위해성과 환경적 중대성이 대단히 과소 평가되고 있음이 우리의 현실이다.
휴·폐광산 주변의 환경 오염은 그 분포 면적은 짧지만 그 위해성의 측면에서는 가장 강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광업활동이라는 인간활동에 기인하지만, 그 발생 기작(메카니즘)에서 보면 무엇보다 지질학적·지구화학적 측면의 자연발생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광산의 종류 및 위치, 지역적인 지질조건 등에 따라 광산폐수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상이하며(심지어 발생치 않을 수도 있음) 또한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오염 특성 및 위해성은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광업활동은 산업화의 필수 원자재를 공급한다는 기간산업활동으로서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특히, 과학적으로 예측되거나 증명되지 않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나지 않을 환경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광업활동 마저 원천적으로 위축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막대한 양의 광물 원자재 공급을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산업구조적 취약성을 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광업활동은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적극 보장하고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개발과 환경보호라는 양면성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한 이성적 판단이 전제되어야 하는 광업활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며 오직 과학적 판단 기준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광업 분야에서도 사전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됨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광업계의 영세성(특히, 광업활동은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투자 위험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특성이 있음)과 기술적 취약성을 고려하여 보면,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환경영향평가는 정부의 재정적·기술적 지원에 의해 수행됨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함께, 광산 환경 조사·복원 분야의 전문가 확보 및 그들에 의한 정밀한 환경 평가 및 효율적인 복원사업 수행을 위하여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