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을 정치적 안배로 기용하는 한 대한민국에 환경정책은 없다.
청와대는 사표를 낸 곽결호 환경부장관 후임에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을 내정했다. 우선 그간 국가 환경정책에 있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현 곽장관을 교체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해온 것처럼 환경정책에 대한 능력과 자질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안배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여전히 면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의 환경부장관 내정은 분명하게 지역을 배려한 낙선자 챙기기 인사이다.
지금 한국의 환경정책은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올해초 발표한 국가 환경지속성 평가(ESI)에서 146개국중 122위를 차지했다. OECD 29개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라는 환경후진국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또한 경제위기를 명분으로 한 각종 개발사업은 우리 산림과 습지, 농지를 막론하고 전 국토를 개발의 공사장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 임명될 환경부장관은 이런 심각한 환경위기의 상황에서 소신을 가지고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개발부처와 힘 있게 겨뤄 나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물론 이재용 내정자가 지역에서 환경운동 단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경력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치적인 경력 쌓기가 아닌, 자신의 모든 능력과 정치력을 다해 국가 환경정책을 바로 잡으려는 의지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국가지속가능비전 선언’을 발표했다. 그것이 말뿐인 선언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환경의지를 진심으로 담은거라면, 국가의 환경정책을 이끌고 나갈 수장을 임명하는 일은 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하게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2005년 6월 28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