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0. 삼성중공업의 선박책임제한 절차 결정에 대한 항고가 기각되었습니다.
국제 해상법은 선박 충돌, 혹은 선박으로 인해 생긴 사고에 있어서 선주들의 책임이 일정한 범위로 제한되도록 하는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상법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를 선주책임제한 절차라고 합니다. 삼성중공업 소유의 해상 크레인 선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서 생긴 거대한 비극인 태안 유류오염 사고에서도 이러한 선주 책임 제한 제도가 적용되어 서울지방법원은 삼성중공업에 대한 선주책임제한절차개시 결정을 받았습니다. 선주책임제한제도로 인해 삼성중공업의 법적 책임은 약 56억원 가량으로 제한됩니다.
태안 주민들은 이러한 선주책임 제한 절차 개시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하였고, 2010. 1. 20. 에 서울고등법원은 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기각한 이유는, 삼성중공업의 행위가 선주책임제한이 배제되는 사유(선박 소유자 자신의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태안주민들은 즉각 재항고를 하여, 이제 사건은 대법원에서 진행됩니다. 태안주민들은 삼성중공업이 당시 기상 악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크레인 선단을 운항하였던 점으로 볼 때 고의 또는 손해발생의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인줄이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서 결국 크레인선이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충돌하게 된 점으로 볼 때, 삼성중공업이 평소 예인줄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편, 보상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사고 후 2년 이상이 지났지만, 피해주민 절대 다수에 대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보상 신청후 이루어져야 하는 피해 사정 절차도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극히 일부 보상이 이루어진 사례에서도 보상액이 피해주민들이 주장하는 액수보다 작은 경우가 많아서 향후 소송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글: 박서진변호사,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