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법원, '일단 막고 보자'식의 경찰 관행 제동

2009년 10월 13일 | 활동소식

환경소송센터(소장 박오순 변호사)는 최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개정안에 대한 찬반 격론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 집회와 시위에 있어 경찰의 직무집행의 한계를 정한 판결(11월 11일 선고/12월 1일 송달)을 받아냄으로 집회와 시위 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법원, ‘일단 막고 보자’식의 경찰 관행 제동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행위로 인한 대규모 피해구제 소송 예고

2002년 5월, 미군기지 1번 게이트 앞에서 7박 8일 간의 「2002 미군기지 녹색순례 – 빼앗긴 땅에 생명의 씨앗을」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2002년 녹색순례보고대회를 마치고 녹사평역 방향으로 귀가를 하려는 녹색순례 참가자들에 대해 경찰은 불법행진이라는 이유로 약 2시간 동안 노상에 억류·감금하고, 이를 항의하는 순례 참가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자행하였다. 이에 녹색연합은 책임자의 문책과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경찰은 일관되게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변명과 피해자의 요구를 무시하는 행태로 일관하였고, 이에 지난 2002년 7월 녹색연합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경찰의 위법행위와 과잉진압으로 녹색순례 참가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는 내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

▲ 2002년 5월 14일 평화집회 후 귀가하려는 녹색순례단을 불법적으로 포위, 귀가를 방해하는 경찰.
   이 집회는 사전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집회였다.

경찰은 법원에서 녹색순례 참가자들이 신고되지 않은 불법행진을 하려고 한 점, 주한미군기지 내에 기습 난입·점거가 우려되는 주한미군기지 앞 집회 및 시위의 경우 주한미군기지에 대하여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범죄 예방적 차원의 일시적 감금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의 주장대로 녹색순례 참가자들이 “불법행진을 하려고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미군기지에 대한 위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목전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려고 하고 있었다거나……, 집회 후 해산하려는 움직임만으로는 원고들이 목전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르려고 하고 있었다거나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미군기지 앞 집회 및 시위에 대해 유난히 자의적인 법률판단과 법집행, 그리고 과잉진압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용산경찰서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 시민사회단체는 법원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차행전 판사, 2002가단203453)은 녹색순례 참가자들의 피해를 인정, 원고들에게 총 10,500,000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경찰은 집회 해산 및 귀가 과정에서 자의적인 판단으로 불법행진 차단과 범죄 예방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거나 포위·감금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그동안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귀가 방향을 임의적으로 정하거나, 집회를 완전 포위해 집회참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등 경찰의 자의적 해석에 근거한 관행이 계속되어 왔고, 특히 귀가방향을 정해놓고 따르지 않을 경우, 불법행진으로 몰아 포위·억류·감금을 해 왔었다.

최근 위법여부가 가려진 외교시설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확대 해석해 열린시민광장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경찰의 자의적 해석의 문제처럼, 집회 해산과정에서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일단 막고 보자식’의 자의적 포위·감금에 대해 법원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집회장소가 군사시설 등의 주요시설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완성되지 않는 한 경찰은 집회를 우선적으로 보호·보장해야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시위 문화에 있어 경찰 자의적 판단에 근거한 집회 참가 제한·포위 및 감금, 억류 등 기존 관행에 변화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집회를 참가하기 위해 가는 주민들을 억류·감금하거나, 집회를 무리하게 해산하는 행위, 귀가하는 집회참가자를 다시 포위·억류하는 일들이 빈번한 부안에서 피해구제 및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환경소송센터와 녹색연합은 최근의 부안사태와 노조집회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피해에 대해 대규모 소송인단을 모집하여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집회 제한 및 포위·감금·억류·폭행 등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끝>

2003.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