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고유가 시대다.
출근길 차를 가지고 나온 운전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그럼에도 도로는 여전히 차들로 넘쳐난다.
날마다 치솟는 기름값이 원망스러워도 에너지위기론이 우리를 불안하게 해도 사람들은 오늘도 차를 가지고 나온다.
자가용은 이미 너무 깊숙이 우리내부로 들어온 것일까?
모든 일은 처음 시작이 힘들뿐이다.
자전거 출∙퇴근도 마찬가지였다.
집이 있는 수유에서 사무실이 있는 성북동.
자전거 출∙퇴근이 합리적이고 탁월한 선택이 되려면 도로를 이용해야했다.
‘자전거 또한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 엄연한 차량이다.’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며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 도로로 내려서는 순간 차들이 빵빵거린다.
도로는 자전거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시민들에게 확산되는 것이 필요한듯 하다.
도로를 달리는 것이 무섭고 인도에 사람들이 없어도, 묵묵히 도로를 다녀야한다. 도로가 바로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출발지점은 화계사 입구 사거리이다.
요즘은 주로 금요일 날 자출을 하게 되는데 자출을 할 때 마다 황사가 끼는 것 같다.
하긴 서울에서 맑은 날을 기대하는 게 너무 과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겐 ‘노스크’가 있다. 코에 끼우는 미세먼지 필터링 도구이다.
‘자출이 아무리 좋고, 자출에 대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해도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해야 하나?’
이런 질문에 ‘노스크’가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뻑뻑거리더니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서울의 대기질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홍보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그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아니 몇 시간만이라도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도로를 달렸으면 좋겠다.
서울시 도로망을 계획하고 정비하는 공무원들도 자전거를 한번 쯤 이용해 보았음 한다. 차타고 휙 하니 다니지 말고 자전거를 통해 도로와 거리를 느끼고 그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느껴 보았음 한다. 차가 아닌 사람의 시각에서 서울을 보고 느꼈음 한다. .
매연으로 숨도 헉헉거려보고 눈도 따끔거려 보았으면 한다.
그럴 때만이 탁상행정의 비판을 면하고 현장에서 살아있는 정책을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비릿한 기름 냄새나는 끈적끈적한 바람이 아니라 풀 냄새 머금어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기회를 꼭 한번 가져보았음 한다.
자출 코스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미아리고개다. 1970년대 신문을 보다 우연히 한 가족이 모두 천식이 걸려 집을 내놓았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지금도 오르막길을 오르는 차량들의 배기가스는 매섭다. 이 오르막을 그래도 꾸역꾸역 오르는 것은 곧바로 내리막길이 나타남을 알기 때문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의 속도감에 심취해 있노라면 한 번쯤 핸들을 놓고 팔을 높이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싶어진다.
자전거를 타는 재미는 이런 내리막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보게 되는 주차장처럼 변해있는 도로.
하지만 아무리 차가 막혀도 자전거 한 대 쯤은 너끈히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은 있기 마련이다. 유유히 정체구간을 빠져나가는 자전거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만날때면 그들에게 살며시 미소 짓는다.
‘자출에 합류하세요.’
바야흐로 고유가 시대다.
올라만 가는 기름값에 허리가 휘청이는가?
그럼에도 습관처럼 자동차에 시동을 걸게되는가?
도로가 막힐때면 한숨을 쉬게 되는가?
힘든 일상의 연속 선상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탈을 찾아다니고 있는가?
그런 이들에게 자출을 권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 닥칠 것이다. 느닷없이.
모든 일은 다만 처음 시작이 힘들뿐이다.
글/ 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