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모아야 한다.

2009년 11월 27일 | 활동소식

 

11월 6일, 4대강 정비사업소송을 위한 원고적격자 지역설명회를 위해 여주에 다녀왔다. 가는 내내 ‘우리 나라 가을산이 참 예쁘구나.’느끼며 갔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마을회관 앞에 모인 주민들은 서로 아귀다툼을 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이 낳은 또 다른 얼굴이었다. 겉보기에는 ‘도장날인’싸움 이었지만 그 속에는 4대강 사업이 낳은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이권이 갈린 것이다.

설명회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렵게 내려온 변호사와 각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어찌할지 몰라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볼 수 밖 에 없었다.

그런 혼란 속에 갑자기 마을의 큰 어른이 나섰다.
“들을 사람은 듣고 말 사람은 말라 그랴.”
이 한 마디로 모든 사건이 정리되었다.

정말 들을 사람은 듣고, 말 사람은 말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설명회는 시작되었다.

 

처음엔 다들 말하기를 꺼리셨다. 그러던 와중 설상가상으로 면장이 그의 수행원과 함께 설명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담당 활동가는 면장의 출입을 통제하려 했으나, 면장은 웃으며 권위로 눌러버렸다. 면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질문이나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말에 장내는 더욱 조용해 질 수 밖 에 없었다.

역시 그 용감한 할아버지가 손을 드시며 첫 말씀을 떼셨다.
“아는 건 농사짓는 거 밖에 없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앞으로 토지가 수용 당하며 어딜 쳐다보며 살란 애긴가?”4대강 사업을 하더라도 살게끔 만들어 놓고 하던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하고 그게 조바심이 난다.”

‘생존여부’…

너무나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불안함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농민들 아니 사람들의 생존권을 흔들게 하는 4대강 사업은 도데체 뭐란 말인가?

또 다른 한분은 이렇게 질문했다.

‘법대로 집행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젠 농촌분들도 ‘나랏님’ 그리고 ‘나라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라는 생각은 가지지 않고 계셨다. 다행이다.

 

 

녹색법률센터 우경선 소장은 이에 답했다.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

녹색법률센터의 운영위원인 최재홍 변호사는 이렇게 애기했다.
‘4대강 사업이 주민들의 생계를 뒤흔들 만큼 꼭 필요하고 시급한 것인가?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문제제기 했다. 그리고 사업고시가 있는 날로부터 90일 이내에는 행정처분을 막는 행정소송을 할 수도 있고 민사상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할 수도 있으니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아무말 없던 주민들도 4대강 사업이 부당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송을 하던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하든 지금 가장 중요한건 주민들의 마음을 합치는 것이라고 우경선 소장은 애기했다. 사실 주민들이 마음을 하나로 합쳐도 될지 말지한 싸움에서 마음을 합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며…

‘마음을 합치는 것?’ 어쩌면 그것은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기 위해선 해야만 하고 또 싸워야 한다.

그것만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살길 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 지역설명회가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길 간절히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글: 이윤희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