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예비법률가와 함께하는 환경분쟁지역 톺아보기 후기(조인영)

2016 예비법률가와 함께하는 환경분쟁지역 톺아보기 후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인영

 

 

내가 ‘환경분쟁지역 톺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을 간다고 했을 때 내 동생은 한국에 ‘환경분쟁’이 많은지에 의문을 가졌다. ‘환경분쟁’이라는 말은 ‘지역적’이라는 말보다는 ‘국제적’이라는 말과 더 친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환경분쟁이 전국 각지에서 문제되고 있지만 환경분쟁의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은 이들에게 환경분쟁은 낯설다. 나 또한 예비법률가로서 밀양송전탑 사건처럼 뉴스화되는 환경분쟁에는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환경분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분쟁이 해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환경분쟁에 어떤 사안들이 존재하고 법률가는 주민들과의 관계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법리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우리는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을 시작으로 강원도 홍천 구만리 골프장 예정부지, 서울 다산동 공영주차장 부지, 용인시 시멘트 연구소 건설부지, 밀양시 부북면 송전탑 건설현장, 청양군 폐기물처리장을 답사하였다. 이 지역들을 답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민들의 열정과 끈기, 인내였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환경분쟁소송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앞으로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좋은 환경의 터전을 물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밀양주민들을 뵙고 송전탑 부지에 움막을 설치했던 일, 배변이 든 통을 목에 걸고 건설을 저지했던 일 등을 듣고 난 후에 이미 완공이 되어버린 송전탑을 직접 보니 765kV송전탑은 이런 주민들의 의지를 이어서 우리 세대가 싸워나가야 할 구태의 상징으로 보였다.

 

문헌으로 접했을 때 환경분쟁소송은 행정부와 거대 자본, 넓게는 개발주의 자체를 상대로 하는 지난한 소송 중에 하나로 보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열의를 갖고 싸워나가는 주민들을 뵙고 나니 그들의 노력 덕분에 개발주의라는 거대한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갈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살아갈 나는 이 분들께 많은 것을 빚지고 있고 이 빚을 갚기 위해 나도 법률가로써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배영근변호사님과 함께 환경분쟁지역을 답사하면서 법률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이라는 너무 많이 회자되어 지극히 상투적인 이 문구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국의 부조리한 법현실을 목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문구는 ‘부조리한 법현실에 순응하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법률가들’을 조롱하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은 법률가들의 영원한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공감하면서 좋은 공동체가 되는데 법을 활용하는 변호사의 이미지를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나 또한 이 문구를 보면서 한국 사회에서 이것이 가능하냐며 조롱하면서도 이런 이상에 닿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 법조인으로 살아보지도 않은 나는 법을 공부하면서 벌써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과 비판을 미뤄두고 내 공부가 조금 더 먼저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었다. 법이 사회와 떨어질 수 없는 것임에도 법을 공부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사회와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답사를 통해서 나는 법이 때로는 공정성, 정의, 사회적 약자와 함께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사회를 후퇴시킬 수도 있지만 법률가는 의지를 갖고 좋은 공동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영근변호사님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밤마다 답사한 지역에서 벌어진 환경문제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행정청의 결정에 대해서 논의했는데 그 때마다 답답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엄격성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어떻게 정부는 국토개발을 계획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있고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하다 보면 법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주민들과 활동가분들을 뵙고 나면 법률가로서 환경사안에 대한 법리를 고민하고 기존의 법체계에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열정에 휩싸이는 이중적인 하루를 반복했다.

 

아마 이 3박4일 동안 내가 느꼈던 이중적인 감정들이 법을 공부하는 내내 또는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내내 내가 느끼게 될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질 수 있게 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고 그 시간들을 만들어주신 배영근변호사님과 이인숙 간사님 그리고 녹색법률센터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 이 문구를 상투적으로 만들지 않는 많은 순간들을 한 명의 법률가로서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이 시간들을 보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