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삼척’

박지혜 변호사((사)기후솔루션 이사,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녹색칼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삼척’

 

2018년 겨울 센터에서 상근 변호사로 일하면서 처음 맞았던 겨울에 삼척으로 향하였다. 강릉에서의 재판을 마치고 허겁지겁 밤늦게 달려간 우리를 맞아주시던 수심가득한 얼굴들. 대형 석탄발전소가 들어서면 사라지게될 고향 바다의 풍경, 앞으로 삼척의 미래가 될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어른들을 만났다. 발전소 측의 설득에 넘어가 마을 이장이 마을 사람들 몰래 동의서를 써주었다며, 발전소 건설의 절차적 부당성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설명해주시는 목소리에서는 오랜 싸움끝에 핵발전소를 막아 내었고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온 줄 알았는데, 이제는 또다시 석탄발전소를 맞이하여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실망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날 이후 녹색법률센터는 삼척의 주민들을 대리하여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오는 8월 21일 제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호기당 규모로는 국내 최대급인 1.05GW짜리 석탄화력 발전소 2호기를 시내에서 불과 5킬로미터도  안되는 폐광부지에 건설하는 전대미문의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은 지금 이순간에도 중단됨이 없이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삼척 석탄발전소 추진 과정의 문제점 

삼척 석탄발전소는 여러 모로 우리가 기억해야할 사업이다. 그 시작은 2011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시멘트(주)는 시멘트용 석회석을 채굴했던 폐광산 부지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던 중 석탄화력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2011. 11. 4. 동양파워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12. 7. 25. 발전소 건설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하였다. 당시 동양파워는 화력발전소와 연계하여 총 85만평 규모의 친환경 복합발전단지를 조성하는데 총 11조를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주민들을 설득하였고, 삼척시의회는 이러한 투자계획을 믿고 2012. 10. 23. 동양파워의 화력발전소 건설계획에 동의해 주었다. 2013. 7. 5. 동양파워는 이러한 주민동의를 바탕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발전사업 허가를 획득하고 난 뒤 바로 동양그룹 사태가 벌어졌고, 2013. 11월 경 동양파워는 대규모 산업단지계획 승인신청을 철회하였다. 당시 동양그룹이 대규모 발전소 건설사업과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무적 역량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왜 그러한 점이 발전사업 허가 과정에서 재대로 심의되지 않았는지 아직까지도 큰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결국 2014. 8. 29. 동양파워는 정상적으로 발전소 공사계획을 진척시키지 못하였고,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4. 11.경 포스코에너지(주)에 지분를 100%를 양도하였다. 포스코에너지는 당시 동양파워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4,31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발전사업자가 사업 개시를 미루다가 사업권을 매각한 것만으로 폭리를 취한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과정에서 건설의향서 평가를 통해 발전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의 부당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위 제도를 폐지하게 되었고, 발전소 건설에 있어서도 사업자가 지체없이 건설에 임하도록 착공기한 도과시 발전사업 허가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도 포스파워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도록 착공을 하지 못하여  2017. 1.과 2017. 7.경 추가로 두 차례나 착공기한 연장 신청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연장된 기한인 2017. 12. 31.까지도 포스파워에 대한 공사계획 인가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대신 착공기한을 다시 연장해 주었고, 2018. 1. 11. 실시계획을 승인함으로써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이렇게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는 관련 법령상의 미비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살아 남은 마지막 석탄화력 사업이다.

 

달라진 현실, 계속 거부할 것인가?

당초 삼척 지역에 석탄화력 발전소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경영자들은 석탄 발전소는 조금은 더럽지만 저렴하게 지어서 현금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낼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원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를 둘러싼 현실은 201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석탄화력 발전소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을 보장하던 전력시장 제도는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조만간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간 사업이 지연되어 오면서 건설비용은 현재 사업자 자체 추산에 따르더라도 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처음 발전사업허가 당시 동양파워가 추산하였던 공사비(3.3조 원)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발전소 건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동해안에 들어서는 대규모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소비처인 수도권으로 실어나르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강원도 전 지역이 들끓고 있다. 석탄 항만 공사를 이제 막 시작한 맹방 해변에서는 심각한 해안 침식이 이미 관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수년에 걸쳐서 진행하면서, 순응적인 해안 침석 저감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석탄발전소 사업에 동의해 주었다는 환경청의 답변과 달리 2018년 여름에 해상공사가 착공된 이후 침식저감시설 공사는 인허가 미비를 핑계로 전혀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삼척’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가 이대로 건설된다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먼지 등이 발생하면서 조기사망자수가 연간 최대 36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석탄 연소과정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역시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는데,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우리나라 국가 배출량의 2%에 달하는 대규모 배출원으로써 전세계적인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데 한 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는 모두 가까운 미래에 우리들에게 특히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인 이들의 삶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요구할 것이다.

삼척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 

 

▲삼척 맹방해안침식_2020.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