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8월 인턴활동가 후기

2021년 9월 2일 | 활동, 활동소식

권나현 인턴활동가

 한여름의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던 7월 초, 저는 성북동에 있는 녹색법률센터에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블라우스를 입고 녹색법률센터 앞에 난 우거진 녹음을 확인하던 더운 날이 생생합니다. 8주가 지나 싸늘한 가을 장마가 시작되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났던 두 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변호사님들을 뵙고,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분들을 뵙고, 같은 신분의 인턴활동가이지만 너무도 배울 점이 많은 형진 인턴활동가님을 뵙고, 누구보다 가까이서 많은 것을 알려주신 이선진 간사님과 수빈 활동가님을 뵙고, 또 새로운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환경 민원 상담이라는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했던 녹색법률센터는 말 그대로 다양한 사고를 지닌 분들의 만남의 장소였습니다. 매번 대학생이라는 신분의 사람만을 만나왔던 저에게는 특히 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추상적으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법이 제안되는지, 그 사이 알력다툼이나 여러 단체 간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정치인이 아닌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등 많은 부분을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변호사님들과 진행했던 동물해방세미나, 로스쿨 재학생분들과 함께했던 로스쿨 실무수습, 그 외 입법제안세미나 등을 관통하여 제가 배우게 된 것은 자연을 인간의 영역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동물권을 논할 때도 동물을 인간의 재산처럼 여기고 있을 뿐 그 자체로 존중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자연의 권리에 대해 논하는 것 역시 자연에게 인간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자연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그 권리를 따져 법적 문제로 끌고갈 수 있는지 등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국 법이라는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인가, 그렇다면 법을 이용하여 환경을 보호할 수는 없는가’ 라는 깊고 어려운 사고를 처음으로 떠올리게 해 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알 수 없고, 오랜 시간 고민해야 저만의 답변을 가질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보게 해주는 사고의 확장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느낀 것은 현장에서의 무력함입니다. 녹색법률센터 인턴으로 활동하며 동물해방세미나에 참석해주신 김영주 변호사님의 이야기, 광양만녹색연합 간담회에서 듣게 된 적나라한 환경피해의 현실 등 현장의 모습을 엿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제법 있었는데 환경과 관련된 법이 실제로 적용되었다는 이야기는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우울감과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의 뒤로 해외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인권위원회의 활동들을 조사하면서 약간의 희망이 따라왔기에 저는 또 다시 법체계가 환경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그리고 어딘가의 또 다른 나라가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를 기본권 침해라고 인정해주는 오늘날의 모습이 미래에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모습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나라 법조계에서도 자연과 인권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이런 기대와 희망의 시작이 되어준 녹색법률센터의 인턴활동가로 활동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대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갑니다. 열심히 강의를 듣고 환경에 대해 대학생들과 토론하고 아무도 우리의 얘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녹색법률센터에서 활동했던 8주를 떠올리고 다시 희망과 기대를 품겠습니다. 8주간 함께해주신 김형진 인턴활동가님, 이수빈 활동가님과 온라인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좋았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늘 저희의 편의를 위해 힘써주신 이선진 간사님께 감사인사드립니다. 

 

 

김형진 인턴활동가

 

 

 

 

 

 

 

 

 

지난 두 달간의 인턴 활동은 제 인생에서 벌어진 가장 희한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법알못’인 제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로스쿨 진학에 관심 있냐”는 질문을 받아본 것이 난생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녹색법률센터에는 환경단체의 분위기를 탐색하고자 지원했는데, 이렇게 많은 변호사님들을 만나뵙게 되어서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어 두 달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가장 크게 배운 것 하나는 단연 법과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환경정책을 공부하며 항상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거의 자동응답기처럼 외우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절차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매주 입법제안세미나를 통해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일련의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수빈 활동가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과 어떻게 추진력 있게 진행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또, 최재홍 변호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환경 소송의 판례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법이란 자연을 지키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조항이 아니라던지 재산권에 비해 이익이 작다던지 하는 이유로 기각이 되거나, 반대로 사문화된 법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시 사용되기도 하는 과정을 들으면서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치적 의지나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되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하나 크게 생각이 바뀐 것은 ‘권리’에 대한 것입니다. 권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된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자연의 권리’ 세미나 시간, 이병일 소장님께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그 질문이 참 새롭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오히려 ‘자연에는 권리가 없다’는 말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권리를 추상적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권리란 민법에서 규정하는 법적 개념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있는데, 자연에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시스템에 편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소장님께서는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써 인정하려는 시도라고 하셨지만, 생명 그 자체의 존엄성과 공존하는 방법은 없는지 앞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자연의 권리 뿐만 아니라 동물권,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박지혜 변호사님의 청소년 기후소송, 지현영 변호사님의 인권위 진정서 작성 강의를 들으면서는 기후변화 앞에서 자연과 인권이 따로 떨어져있는 것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저는 “로스쿨 진학에 관심 있냐”는 질문에 번번이 “없다”는 답변을 고수했습니다만, 이번 인턴활동을 통해 조금은 누군가의 권리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19로 현장활동에 참여해보지 못하고 대부분 재택근무를 해야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oom으로라도 나현 인턴활동가, 수빈 활동가와 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비대면이어서 저희가 아쉬움이 없을까 끊임없이 생각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선진 간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