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동계 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2022년 2월 4일 | 활동, 활동소식

 

2021 동계 로스쿨 실무수습이 1월 17일부터 27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여러 운영위원 변호사님들께서 강의 및 과제 검토 등으로 교육기간을 채워주셨습니다. 녹색법률센터의 로스쿨 실무수습 과정에 참여해주신 두 분의 실무수습 후기를 공유드립니다.

 

윤찬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환경문제…

학부 때 환경 전공을 선택하여 입학할 때만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환경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회의감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관점에서 환경을 바라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만들어져 있는 소위 ‘환경법’들이 얼마나 엉성한 법인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회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론과 실무는 다르다고 하니, 현장에는 답이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것이 녹색법률센터에서 2주를 보내게 된 계기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도 변화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현장에서 본 현실은 더욱 절망적이었습니다. 헌법에서 환경권을 배웠지만, 현실은 사실상 형해화되어 있는 권리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었습니다. 재생에너지와 같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선도해 나가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자연물을 권리주체로서 인정하지 않고, 재량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며, 과도한 증명책임을 부과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대를 해볼 만한 요인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변호사님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나무나 동물이 소송상의 권리주체로 인정되지 않기에 헌법부터 시작하여 모든 성문법과 관습법을 살피면서 권리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근거들을 제시하고 계셨습니다. 또 과도한 증명책임을 부과하는 현실 속에서도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사회 각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협력하면서 입증하기 어려운 피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환경 문제에 비해 턱없이 느리게 개정되고 있는 환경 법령을 적극적으로 개정하기 위한 입법 청원 등 국회나 지방의회와의 연계도 꾸준하게 하고 계셨습니다.

 

문득 학교의 교수님 한 분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성공하는 변호사는 설득력 있는 1가지의 주장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얼마나 많은 논리적인 주장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한 가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주장을 해보고, 그것도 기각된다면 또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며 열심히 달리시는 변호사님들을 보며 사회 변화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학업의 길로 돌아갑니다.

 

언젠가 녹색법률센터가 가는 길에 또 다른 발자국을 찍을 미래를 꿈꾸면서.

 

 

김혜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돌이켜 보면 지난 학기 녹색법률센터에서의 실무 수습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할 당시의 마음가짐은 호기심 반, 진지함 반이었습니다. 저는 환경공학이나 임업 등을 전공한 분들과 같이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있어 일상에서 사소한 절약을 의식하곤 하며, 이따금 기사를 보고 안타까워하고, 관련 활동에 몇 차례 참여하기도 한 사람. 아마 제가 가진 환경에 관한 관심은 그저 평균보다 약간 높은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번 녹색법률센터 실무 수습은 저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는 관심을 가지긴 쉽지만, 그것을 위해 활동하기는 어렵고, 활동하는 것만큼 환경에 대해 잘 알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녹색법률센터 실무 수습 활동을 통해, 환경 이슈에 대해 보다 깊은 차원의 문제의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 수습 활동은 여러 운영위원님을 찾아뵙고 강연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현영 변호사님께 ESG 특강을 들으며 이상적으로 보였던 ESG의 한계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고, 여러 환경 법제들이 등장하면서 그와 기업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박지혜 변호사님께는 기후 위기의 구체적인 현황, 그리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들과 해당 법제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에 관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재홍 부소장님의 강의에서는 구체적인 환경소송 사례들과 국내 환경소송 사례들의 진행 과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 문제의 대응 방안으로서 소송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고찰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송이란 “승소”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소송은 현재 현실적으로 승소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라는 1차 목적 이외에 그것을 사회에 의제를 던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또는 개발을 지연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서현공공주택지구의 “맹꽁이” 보호를 위한 소송이나,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대한 “도롱뇽”을 당사자로 한 사건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위와 같은 소송이 바탕이 되었기에 이번 민법 개정안에서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을 두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환경에 있어 입법이 가지는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해결을 위해서는 분쟁 당사자가 필요한데, 환경소송은 분쟁 당사자인 “인간”이 명확하지 않아 소송 자체의 시작이 어렵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미래 세대, 또는 환경 그 자체가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법제 자체가 변화해야 할 것이 아닌지 싶었으며, 이것이 전공 분야인 문화인류학에서 배웠던 ‘행위자-연결망이론’의 “비인간 행위자”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실무 수습은 제게 공익에 이바지하는 변호사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볼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위원분들께서 진행해 주신 세미나를 통해 국선변호인 및 논스톱 국선변호인, 공익 사단법인 변호사, 일반 변호사에서 공익변호사로의 이동, 공공기관에서의 근무, 일반 중소법무법인 변호사 겸 공익단체 활동의 병행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로스쿨 1학년에 재학하다 보면 주변인들 대부분이 빅 펌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쩐지 자기 또한 그래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고, 빅 펌 이외의 가능성에 대하여 알아볼 기회도 적습니다. 그런 제게 이번 기회는 법조인이 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탐구할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아직 진로를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이번 실무 수습은 제게 미래의 변호사로서, 나아가 환경변호사로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볼 단초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일 소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인적 ‘자원 순환’이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큰 도움을 주신 모든 운영위원님들 및 이병일 소장님과 최재홍 부소장님, 함께 실무수습 진행했던 찬주 님과 늘 꼼꼼히 챙겨주신 이수빈 활동가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