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인권ㆍ환경대회일정이 일부 취소된 이유는?

2010년 3월 15일 | 녹색칼럼

                                   
                                           제1회 인권ㆍ환경대회일정이 일부 취소된 이유는?

                                                                                                  배영근(운영위원, 상근변호사)

제가 법학을 처음 시작하면서 배운 법언 중에는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도 불려왔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불가피하게 그 약속을 취소해야할 사정이 있다면 그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지난 2010. 2. 22.~23. 청주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제1회 인권ㆍ환경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권ㆍ환경대회가 진행중이던 2. 22. 오후 갑자기, 다음날 예정되어 있던 환경대회 세션3(한국의 환경문제 및 변호사의 역할)이 별다른 이유 없이 취소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2. 22. 저녁 만찬 진행 중, 변협 집행부에 세션3이 취소된 이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였습니다. 변협 집행부로부터 “이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한 것 같다, 내일 아침에 그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저는 다음날을 기약하며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환경대회를 시작하면서 사회자는 단순히 ‘사정에 의하여 세션3이 취소되었다’는 말 한 마디만 전한 채 대회를 계속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오후 세션2가 끝나갈 즈음 다시 도대체 어떠한 사정에 의하여 취소되었다는 건지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세션2 주제와는 상관이 없는 질문이다. 세션2가 끝난 후 나중에 다시 설명해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입니다. 그 후 저는 회의장을 빠져나왔는데, 변경된 일정인 사법개혁 결의대회 및 인권재단 발기인대회 중에 어떠한 해명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언론 보도와 변협에서 변호사들에게 보내는 전자우편에 의하면, ‘토론의 주제인 4대강 정비사업이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주제이고, 토론 패널 중 3명이 4대강 사업의 반대자이고 한 명만이 찬성자여서 균형도 맞지 않아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변명입니다.

변협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정치적으로 탄압받던 우리 국민을 위하여 활동한 매우 자랑스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 집행부도 최근까지 정치적으로 논쟁이 되는 주제이더라도 법적 문제가 관련되는 사안에 대하여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하여만 변협이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변협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4대강 정비사업이 과연 경제적, 환경적으로 타당한 사업인지, 법률적으로 어떠한 하자는 없는지 토론해보자는 것일 뿐인데, 굳이 토론조차 막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첫날 인권대회에서도 역시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찬반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도 전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토론회 이전부터 토론 주제와 패널은 정해진 상태였고, 토론 주제에 관한 찬반 내용도 자료집에 이미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굳이 찬반 균형을 맞추자면 처음부터 적당한 패널을 모색하였어야 할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인권ㆍ환경대회는 외국의 여러 변호사들도 초청한 국제적인 행사였습니다. 이들 외국 변호사들은 한국 내에서는 어떤 환경적인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 할 것입니다. 그러한 자리에서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아니한 채 갑자기 국내 문제에 대한 토론회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법언에도 맞지 아니하고 외국 손님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외국의 손님들이 대부분 떠난 자리에서 납득할 수도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변협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처사일 것입니다.

변협이 계속하여 이 문제에 대하여 명백하게 해명하지 않는 한, 저로서는 변협이 어떠한 외압에 굴복한 것이라거나 아니면 행사의 갑작스런 취소를 통하여 변협 집행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어떠한 정치적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