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특법의 연혁과 법경제학적 문제
전 재 경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1. 전특법의 연혁과 관련법제
전통적인 공익사업들은 대규모를 지향하고 자본집약을 추구하고 고급 기술에 의존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력 산업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러 발전소들을 여러 송전 시스템으로 연결하도록 허용하는 전력 그물망으로 덮여 있다. 이른바 망(network)산업으로서의 특성 때문에, 한국의 경우, 종래 전기사업은 공기업 독점체제를 유지하였다.
: 1998), 41쪽 이하, 참조 이 독점체제를 유지시킨 법제는 전원개발특례법과 전기사업법 그리고 한국전력공사법이다.
1) 전원개발에 관한 특례법
(1) 전원개발사업자 : 전원개발사업은 전기사업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하여 허가를 받은 일반전기사업자 및 발전사업자(이하 “전원개발사업자”라 한다)가 시행한다(법 제3조).
(2) 전원개발사업 : 전원설비를 설치 또는 개량하는 사업을 말한다(법 제2조제2호).
(3) 전원설비 : 발전 및 송변전을 위한 전기사업용 전기설비와 그 부대시설을 말한다(법 제2조제1호).
(4) 개발 행정절차상의 특례 : 전원개발사업자가 제5조(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의 승인)의 규정에 의하여 승인 또는 변경승인을 얻은 때에는 도시계획법·국토이용관리법·산림법·원자력법 등 총19개 법률에 규정한 인가·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법 제6조제1항).
2) 전기사업법
(1) 전기사업은 일반전기사업과 발전사업을 말한다(법 제2조제1호). 전기사업자는 일반전기사업자와 발전사업자를 말한다(법 제2조제2호). 다만 농어촌전화(電化)촉진법(1965년 12월 30일 공포 / 1990년 1월 13일 최근개정)(제2조제3호)상의 전기사업자는 “한국전력공사”를 말한다.
(2) 일반전기사업은 전기를 발전하거나 타인이 발전한 전기를 구입하여 일반의 수요에 응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법 제2조제3호). 발전사업은 발전한 전기를 일반전기사업자에게 공급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법제2조제5호).
(3) 일반전기사업자는 법 제5조(사업의 허가)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일반전기사업의 허가를 받은 자를 말한다(법 제2조제4호). 발전사업자는 법 제5조(사업의 허가)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발전사업의 허가를 받은 자를 말한다(법 제2조제6호).
(4) 전기사업의 허가 : 일반전기사업 또는 발전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공급구역 또는 공급지점별로 통상산업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법 제5조제1항).
(5) 일반전기사업 허가기준 : 동일구역이 2 이상의 일반전기사업자의 공급구역으로 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법제6조제5호).
(6) 발전사업의 허가기준 : 일반전기사업자의 전원개발능력이 부족하거나 국민경제상 불가피하여야 한다(법 제6조.제6호).
(7) 일반전기사업자외의 자(발전사업자)의 전기공급 : 발전사업자는 그가 발전한 전기를 일반전기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경우외에는 타에 공급할 수 없다. 다만 그 발전용전기설비 설치장소와 동일구내에 있는 겸업설비 또는 사원용 주택에 대하여 공급지점마다 통상산업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전기를 공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법 제15조제1항).
3) 한국전력공사법
(1) 한국전력공사는 법인으로 한다(법 제2조).
(2) 공사의 자본금은 6조원으로 하되 정부가 100분의 51 이상을 출자한다(법 제4조).
(3) 공사의 자본은 이를 주식으로 분할한다(법 제5조제1항).
(4) 정부가 소유하는 주식의 주주권은 통상산업부장관이 재정경제원장관과 협의하여 이를 행사한다(법 제6조).
2. 국책사업론의 허실
개발사업에는 으레 ‘국책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에너지나 수자원 개발사업이 그렇고 공항이나 고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사업이 그렇다. 일각에서는 지역이기주의를 잠재우기 위하여 국책사업특별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국책사업의 사회적 통념은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볼 때 국책사업이라는 개념은 실체가 모호하다. 정부예산을 사용한다고 하여 모두 국책사업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업은 국책사업이 되고 만다. 이러한 추론은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와 어울릴 수 없다. 경제적으로 볼 경우 정부도 사업의 주체로 나서는 한 기업자에 불과하다.
국책사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제논리보다 해당 사업에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 주기를 바란다. 법률상의 각종 규제를 피해나가기 위하여 애써 국책사업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실정법은 이른바 ‘국책사업’에 대하여 별도의 지위를 부여하지 아니한다. 국책사업 특별지위론은 ‘공법상의 특별권력관계’가 지배하던 구시대의 유산이다. 전원개발에서 행정절차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각종의 특례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사업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자가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 등과 같이 공기업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법률상 공기업은 있지만 국책사업은 없다.
3. 전원개발사업자의 법적지위
전특법은 전원개발사업자에게 공기업으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원개발사업자로서의 한국전력공사가 분할·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거친후 민영화될 경우에도 계속 공기업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통신·전기·수도·가스·철도 등과 같이 네트워크화된 에너지·운송등의 사업은 따지고 보면 모두 공공성을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예컨대, 통신사업은 공기업의경영구조개선및민영화에관한법률의 취지에 따라 우월적 지위를 상실하고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상법상 주식회사로서 활동한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한국가스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화(電化)의 완성과 함께 전원개발사업자의 사회경제적 실체는 이미 바뀌었다. 법적 실체와 사회경제적 실체를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4. 전력시장의 실패와 법적안정성
에너지의 생산에 이용되는 자연자원들은 `시장의 실패`(failures of the market)가 존재하기 때문에 종종 경쟁적으로 작동되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 석유 및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들은 시장에 대한 적정한 공급을 방해하는 재산적 특성(특히 그들의 천이성)을 보유한다. 또 전기 및 천연가스의 수송과 같은 산업들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 대한 시장지배력(market powe
r)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직된다. 그리고 공기 및 물과 같은 자원들의 이용은 생산가격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비용을 수반한다.
시장이 경쟁적이지 아니할 때 정부는 당해 시장이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입할 수 있다. 시장의 실패를 확인하는 첫 번째 일은 시장의 비효율성 또는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단 시장의 실패가 확인되면 이 확인된 결점은 정부개입을 정당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어떠한 종류의 규제수단이 적절할 것인가를 지시하는데 이바지한다. 독점, 차임규제, 외부비용(externalities), 정보비용, 과도한 경쟁, 희소자원배분, 불공정협상, 표준화(rationalization), 보호주의(paternalism) 그리고 도덕적 위험 등은 시장의 실패를 가늠하는 척도들이다.
5. 규제완화와 절차간소화의 혼동
관련업계와 행정실무에서는 특례법에 의한 인허가 의제 등을 절차간소화로 파악하고 이를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절차간소화와 규제완화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전원개발에 대하여 특례를 인정함은 에너지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며 경제적 유인규제를 가로막는 처사이다. 종래 전력산업에 대한 독점적 지위의 인정은 규제에 대한 반대급부이다. 규제가 후퇴하면 독점적 지위도 후퇴한다.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의 방식과 목적은 크게 변하였다.
정보통신, 천연가스 및 전기와 같은 망(network)산업들에 있어서 OECD국가의 규제자들은 광범위한 서비스비용 규제(cost-of-service regulation)를 세 가지로 이루어진 새로운 복합적 구성 즉 ⑴ 제품 및 서비스의 분화(unbundling), ⑵ 자연적 독점 설비들에 대한 강제적 평등접속(mandatory equal access) 및 ⑶ 비독점(non-monopoly) 제품 및 서비스에 관한 경쟁적 계약체결(competitive contracting)로 대체하였다.
특히 발전과 같이 경제적 규제와 현저한 환경적 규제를 다 같이 받는 시장들에 있어서 규제자들은 두 가지 형태의 규제를 통합하는 방법을 안출하고자 노력한다. 전기, 천연가스 및 물의 지역배분과 같이 여전히 자연독점적인 시장들에 관하여 규제자들은 전통적인 서비스비용 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인적 규제”(incentive regulation)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6. 자유시장경제와 경쟁의 평등성
시장교환의 매개체는 돈이며 돈은 혈통과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의사결정은 투표함을 통하여서가 아니라 지갑(pocket book)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렇게 하여 자유와 평등은 자유시장의 인증각인(hallmark)이 된다. 이러한 미덕들 – 효율적 가격, 공정한 분배, 부의 창조, 기술혁신 및 자유와 평등 – 은 미시경제 이론에서 정의된 바와 같이 시장에서 비롯한다. 자연자원과 관련된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청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며 권한남용·자의지배·안정성침해와 무관함에도 당해 행정청의 조치를 법원에서 다투고자 하는 당사자는 헌법적 사유들에 의존하여야 한다. 헌법은 법원에 다툼을 제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법적 배수진을 마련한다. 헌법원리에 비추어 볼 때, 전특법은 그 적용을 받는 주체 즉 전원개발사업자의 설정부터 평등성을 침해하고 있다.
헌법상 경제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은 정당화된다. 시장의 실패가 있을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의 에너지시장 특히 전력시장은 과거와 달라졌다. 공기업독점체제에서 자유시장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길목에 있다. 그럼에도 전특법은 여전히 전기사업법과 결합하여 전기사업에 대한 시장진입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수많은 특례법으로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반법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전특법은 시대적인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전특법의 단계적인 폐지가 요망된다. 적어도 불공정한 특례들의 대폭 정비가 시급하다. 행정절차간소화는 일반법과 관련법의 정비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절차간소화를 특례법으로 대처함은 처분입법의 위헌성을 극복하기 힘들며 다른 부문에도 좋지 아니한 영향을 미친다. 전특법의 반환경성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