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2009년 10월 15일 | 법률대응 자료 및 기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위의환(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Ⅰ. 서 론

Ⅱ.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독점구조

Ⅲ. 전력산업구조개편계획의 문제점

Ⅳ. 전력산업 독점해체와 구조개혁을 위한 방안

Ⅴ. 결 론






1.서 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에 대해 ‘한전의 민영화’란 문제로 전력산업 관련노동조합과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초점이 통제 불능의 거대공룡 공기업인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해체가 일부 실현될 수도 있는 전력산업의 분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이 발전시설의 민영화와 해외매각문제에만 너무 경도되어 있다.

정부는 1999년 1월 21일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다음은 산업자원부에서 발표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 보도자료 내용 전문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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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산업자원부는 그동안 한국전력공사에 의하여 독점되어 왔던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게 될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확정하였다.

ㆍ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1961년이래 한국전력공사에 의하여 독점적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그동안 규모의 급속한 팽창에 따른 비효율이 지적되어 왔다.

ㆍ이에 따라 1970년대 이후 역대 정권에서 정권 교체시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시도되었으나 기득권층의 반발 등을 이유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ㆍ정부는 작년 7. 3일 발표된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국내 최대의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포함하여 대대적인 민영화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ㆍ 그 주요내용은 첫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전 주식 58.2%중 5%(약 3,380만주)를 해외시장에 DR 발행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금년 1/4분기중 매각을 목표로 현재 미국 SEC(증권관리위원회)에 등록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각 가치는 약 8억∼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 안양·부천의 45만kW급 열병합발전소 2기를 금년 말까지 국제입찰 방식에 의하여 매각할 계획이며, 매각 가치는 약 10∼12억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추진인 바, 산업자원부는 이를 위하여 학계·업계 및 전문가 등 12인으로 구성된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를 구성하여 그동안 10여차례에 걸쳐 개편안을 심의·검토해 왔으며, ’98. 9월부터는 영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참여하였던 Rothschild社를 자문기관으로 선정하여 검증작업을 실시한 바 있다. 또한 ‘98.11월에는 각계 대표 약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수렴하였다.


ㆍ금일 확정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의 기본방향을 보면, 먼저 한전의 발전부문을 5∼7개의 자회사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며, 배전부문도 지역별로 분할하여 민영화하고, 다만 송전부문은 특성상 한전에 의한 독점체제를 지속하게 된다.

ㆍ이를 연차별로 보면, 우선 금년중에 한전의 발전부문이 분리되어 원자력 1개사, 수·화력 5∼6개사의 전문 발전회사가 설립된다.


ㆍ발전회사의 형태는 일단은 한전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 형태로 출발하나, 금년중 1개 회사가 국내·외 매각을 통하여 민영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민영화할 계획이다. 다만, 원자력부문의 경우는 운영상의 안전문제와 발전형태의 특수성 등을 감안하여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였다.


ㆍ이 경우 발전회사 1개당 약 30∼50억불 내외의 자산 가치가 추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회사가 해외 매각될 경우 얻어지는 외자유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ㆍ또한 금년중 전력입찰거래가 이루어지는 전력입찰시장의 설계가 마무리되어 2000년부터는 전력입찰 시장에서 매일마다 전력 가격과 거래량이 주식시장에서와 같이 일반에 공고되게 된다.

ㆍ한편 2003년부터는 한전의 배전부문도 실질적인 발전경쟁이 가능하도록 5∼6개의 지역 배전회사로 분할되어 입찰 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하여 관할 배전지역에 공급하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배전망의 개방을 통하여 소비자가 직접 배전회사를 선택하거나, 발전회사와의 직거래도 가능케 된다.

ㆍ산자부는 이러한 구조 개편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하여 1월중 산자부 자원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 기획단을 발족할 계획이다. 동 기획단은 정책·운영·법무·재무·홍보의 5개팀별로 구체적인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법령 개정작업을 거쳐 공식기구인 「전기위원회」 출범 이전까지 제반 준비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ㆍ「전기위원회」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체계적인 집행과 전력입찰 시장의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되며, 민간 전문가등을 포함한 10인 내외의 위원과 산자부·한전 및 전문가 등이 포함된 사무국으로 구성된다.


ㆍ영국은 대처수상 재임시 이와같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최초로 실시하여, 전기요금이 15∼20% 인하되고 정전횟수도 1/5이하로 감소하는 등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바, 산업자원부는 금번 구조개편안이 영국 모델의 단점을 보완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하여 작성된 바, 보다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전력산업구조개편 기획단을 발족하여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행 중이다. 1999년 7월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안 입법예고와 9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과 제도방향이 구체화되자, 전력산업 관련노동조합은 9월 20일 다음과 같은 신문광고를 통해 발전시설 분할·매각에 대해 반대의 견해를 밝히면서 강력한 반대투쟁을 선언하였다.



발전소 분할·매각은 매국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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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이 분할·매각되면, 전기요금이 대폭 상승합니다.
한국전력은 ‘정부’ 재산이 아닌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전력산업이 해외 투기자본에 분할·매각되면 한국전력이 공익적 차원에서 발전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농어촌, 도서벽지 등지의 전기요금과 IMF관리체제 탈출의 유일한 원동력인 산업체의 전기요금도 대폭 상승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영국과 다릅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은 구조개편 초기에 20-30%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북해에 유전을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자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98%를 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고철철도 사업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모두들 잘 아는 바와 같이 서울 부산간 고속철도는 계획대로 완료되려면 당초의 예산(5조 8천억원)보다 3배가 넘는 17조 6천억원이란 엄청난 재원 부담을 순전히 국민이 져야 합니다. 불행히도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전력산업의 미래 모습이 고속철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국내의 전력관련 모든 산업이 붕괴됩니다.
발전소의 분할 매각은 국내의 석탄산업 및 가스산업 그리고 발전설계 및 정비와 설비생산업체의 동반붕괴를 가져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직결되어 있는 원자력산업의 해외종속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북한경수로(KEDO)사업 역시 위태롭게 되어 함께 참여중인 한국중공업, 한국전력기술, 한전기공, 한전원자력연료 등 관련사에서 그 동안 축적해온 원자력기술은 사장될 것입니다. 이는 원자력에 대한 연구개발 의욕 상실로 이어져 관련산업의 황폐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전력산업은 국가경제를 뒷받침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정부는 지금 국민을 볼모로 위험한 해외 투기자본에게 전력산업을 분할·매각하려 합니다. 정부 정책이 잘못 결정되면 그 직접적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됩니다.


전력산업관련 6개사 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일방적 발전소 분할·매각정책을 즉각 중지하라!
둘째, 전력요금의 대폭 상승을 유발하며, 막대한 국부유출로 국민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안의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정부는 초국적 투기자본의 음모에 의한 IMF와의 밀실협약을 공개하고, 공기업 개혁을 국민적 합의하에 투명하게 추진하라!
넷째,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전력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이 제시될 때까지 전력산업관련사에 대한 무원칙한 매각추진과 구조조정 작업등을 즉각 중지하라!


우리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력주권을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 전력산업관련 6개사 노동조합은 오는 10월 3일까지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5만여 전력관련 노동자들은 총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연대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1999. 9.20

전력산업구조개악저지공동투쟁위원회(전국전력노동조합 한국중공업노동조합 한국전력기술노동조합 한전기공노동조합 한전원자력연료노동조합 과기노조/원자력연구소지부)

전력산업에 대해 가장 깊은 고민과 치열한 투쟁을 해온 반핵·환경단체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점은 무척 아쉬우나 늦게나마 그 시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인해 상당수의 전력산업 관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IMF이후 사회전반에 거쳐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볼 문제이며, 이 문제의 해결은 노사정위원회 차원에서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마땅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에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전력산업 관련 노동자의 아픔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는 차원에서 전련산업관련 노동조합에서 제기하는 논리에 대해서 반박하는 것을 삼가하고 싶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서는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해체를 가져올 수도 있는 한전의 분할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분할·매각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를 한다.

전력산업은 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며 증가하는 전력수요와 노후시설 교체를 위한 신규설비계획 수립에는 무엇보다 투자의 효율성 제고가 강조되고 있다. 또한 발전설비의 적정배합은 장기전력수급 계획기간중의 기술개발 가능성을 포함하여 발전원가, 부하형태, 에너지 자원의 부존상태, 환경문제 등 제반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적 합의의 토대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전력에너지의 안정공급은 기 확립된 국민적 합의에 속하며 더욱이 국민복지의 관점에서 경제·사회 운용계획의 조정이 요구되는 현 우리 여건에서는 전력산업의 역할이 전력의 안정공급뿐 아니라, 에너지부문의 균등발전 나아가서는 국민생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주요 비전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자립도가 3%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면서 친환경적인 전력산업으로 개혁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과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을 살펴보면 영국식 전력산업 개편 모델을 참조하여 마련하였다 하지만, 한전의 독점에서 한전의 자회사를 통한 또다른 독점인 한전과 그 자회사의 과점적 지배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부채와 외채를 많이 지고 있는 전력산업이 더욱 공룡화 되겠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개혁의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또한 5-7개규모로 한전의 분할된 자회사의 민영화는 재벌의 전력산업 독과점만 낳을 뿐이다.

발전설비의 무분별한 해외매각 또한 IMF로 인해 외화가 바닥났을 때의 궁여지책이었지 외환보유고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는 우리경제와 국가기간산업의 대외종속 심화를 가져온다. 해외매각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발전설비의 진출을 계기로 해외자본은 전력의 배전·판매시장에 까지 진출시키는 교두보를 마련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국민의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5.16 군사정부에 의해 공기업 독점구조로 일괄해 온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구조에 대해 독점의 구조를 깨고, 에너지 수요관리를 효율적으로 해내면서, 지속가능한 재생가능 에너지(대체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으로 구조개혁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이 점을 무시하였다. 또한 시민·환경운동단체역시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건너 불구경하듯 너무나 안이하게 방관하였다.

전력산업은 산업의 원동력이요, 국민생활의 필수 불가결한 소중한 존재다. 이러한 전력이 존재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희생이 존재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오늘의 한전이 존재하는 것이다. 발전소와 전력은 전력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한전의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의 것이며, 미래세대들에게 안전하게 물려주어야 할 국가유산이다. 즉, 우리 모두의 공유의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공유의 재산을 안전하게 운영하면서 미래에 물려 줄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게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나라 헌법 제10조가 보장한 행복추구권과 제35조가 보장한 환경권, 즉, “모든 국민은 쾌적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찾고자하는 소망이기도 한다.


2.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독점구조


1). 서론


우리의 전력산업은 공기업 자연독점으로 한국전력공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독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특권적인 지위에서 대형화에 비례하여 국민에게 독점의 횡포를 부려왔다고 단언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전력산업의 독점하에서는 발전시설도 대규모 집중적 발전형태가 된다. 한전은 독점구조에서는 전력시장의 변화에 유연할 필요가 없고 전력수요 예측이 이루어지면 이에 상응하는 생산시설을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수요가 늘어나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을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면 되지 특별한 다른 가능성을 찾을 이유가 없다. 전력생산 다변화나 효율의 향상, 부드러운 에너지와 전기절약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개념인 네가와트라는 말도 독점 하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렵고, 또 이를 실행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독점하의 전력산업의 구조 속에서는 92년 리우환경회의가 채택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ESSD)이 실현될 수 없다.

또한 에너지수요관리(Demand Side Management, DSM)를 통한 신규발전소의 건설이나 공급시설의 확충 없이 소비절약과 부하관리를 통하여 투자재원 부족, 환경오염 및 국제환경규제, 입지문제 등을 해결하고 에너지의 수요절감을 도모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은 요식행위나 겉치레에 불과할 것이다.

에너지자원은 국가경제의 기본적인 생산요소로서 식량자원과 함께 생존을 위한 국가의 전략자원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개발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전기는 여러 형태의 에너지 중에서 가장 고급에너지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전력산업은 그 동안 단순한 공공재(Public Utility)를 생산하는 사업이라기 보다는 국가의 기간산업(Key Industry)이라는 데 대해서는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일치된 견해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와서 전력산업 중 송전망만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송전을 제외한 발전과 배전은 민영화나 해외매각을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은 현대산업의 원동력이며 국민복지 생활에 필요 불가결한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서 국가의 산업활동 및 국민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동력원으로 저장이나 재생이 불가능하며 타재화로 대체하기 곤란한 재화이다. 그런 까닭에 전력에 대한 정책수립이 에너지 정책수립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력에 대한 에너지정책이 가장 비효율적이며 국가의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 의해 독점으로 공급되고 있기에 수급중심의 에너지체계를 거의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2). 전력산업의 구조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는 전기사업법 및 동 시행규칙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전기사업은 일반전기사업과 발전사업으로 구분되며(전기사업법 제2조) 발전사업자는 수급계약에 따라 생산된 전력을 일반전기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나(전기사업법 제15조1항) 일반전기사업자는 발전 또는 구입한 전력을 수용가에게 공급할 의무가 있다.(전기사업법 제16조)

전력을 생산(발전)하고, 수송(송전)하고, 각 소비자에게 판매(배전)하는 모든 과정이 국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독점체제인 한국전력공사가 일반전기사업자가 되어 독점하고 있다. 한전은 일부 발전사업자(수자원공사, 한화에너지) 및 자가발전용 설치자(포철, LG 등 19개)와 수급계약을 맺어 독점으로 전력을 구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일부 발전사업자는 발전만을 담당하여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고 자가발전용 설치자는 잉여전력을 한전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되어 있다가 98년 전기사업법의 일부를 개정하여 진입규제를 약간 해제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전력공급별 설비점유율은 90년말 현재는 표1)처럼 일반전기사업자인 한전이 85.7%, 타사의 발전사업자가 5.4%, 자가용설치자가 8.9%이었다.

96년말 현재는 전력공급별 설비점유율은 표2)처럼 일반전기사업자인 한전이 33,492Mw(85.92%), 타사의 발전사업자가 2,223Mw(5.69%), 자가용설치자 3,301Mwh(8.41%)로 총 39,239Mw이다.

96년말 전력공급별 발전량은 자가용설치자를 제외한 현재 일반전기사업자인 한전이 198,893,315Mwh(96.7%), 타사의 발전사업자가 6,600,239Mwh(3.2%)로 총 205,493,554Mwh이다. 또한 자가용설치자의 총발전량은 22,059,507Mwh이다.


표1) 사업형태별 현황 (90년말 기준)  

                 |         전 기 사 업 자      |
————-  |————————-||———————-
                 |일반전기사업자| 타사발전사업자|  자가용 설치자|  계
발전설비(MW)   |19,789        |1,238           |  2,054        | 23,075
  비 중 (%)      |(85.7)          (5.4)          |  (8.9)         | (100)
  ————————————————————-

표2) 사업형태별 현황 (96년말 기준)  

              |        전 기 사 업 자             |  
             ———————————
              |  일반전기사업자| 타사발전사업자   |   자가용 설치자 |  계
    ————————————————————-
발전설비(MW) | 33,715         |  2,223           |   3,301          | 39,239
비 중(  %)   |(85.92          |   (5.69)          |   (8.41)         | (100)
96년말 상용자가발전설비량은 3,523,902kw이며 상용자가발전량은 우리나라 총발전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전력 수요가 많은 산업국가에서 전력산업이 한 기업에 의해 독점되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에서만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한전은 전체 계통의 발전설비 규모가 89년에 2천만 kw를 넘어서서 96년에는 35,715,433kw, 98년에는 4천 3백 77만kw에 달하는 공기업독점으로 인한 여러 가지 비효율성 때문에 경쟁도입과 지역분할, 지방공사화, 제3섹터, 전력조합, 민영화 및 수직·수평분할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전력산업 구조개혁에 대한 문제가 진작부터 제기되고 있었다. 더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전력수요로 인해 막대한 투자수요가 발생됨에 따라 정부는 전기사업법에 의해 계획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매 2년마다 수립하는 장기전력수급계획의 95년계획에서 “전력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민자발전물량 확대반영”과 IMF이후 발전부문의 외자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또한 경제 전반적으로 민간주도에 의한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국민의 정부의 정책기조와 IMF의 시대를 맞이하여 공기업이 지배하는 전력산업도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특히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의 전력산업이 보다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으며, 개도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전력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민간참여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투자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산업의 시장수요를 여러 개의 기업이 분할하여 생산하는 것보다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경우에는 생산비가 적게 소요된다면 그 산업에는 한 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다. 이러한 산업을 자연독점산업이라고 하며 전통적으로 공익사업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전력산업의 자연독점여부는 수직통합된 일반전기사업을 대상으로 볼것이냐, 아니면 기능에 따라 수평적으로 분할된 발전, 송전, 배전의 각 부문을 별개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전에 대한 전력산업 구조조정 논의는 70년대말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장기전원 투자를 위한 재원조달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처음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전부문의 규모의 경제성에 관한 실증분석이 아직 행해진 바 없으나 일본의 연구결과에 비추어 볼 때 1980년대 말경을 전후하여 발전부문에서의 규모의 경제성이 소멸되고 있는 것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추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 대형 화력발전소, 불필요한 양수발전소

– 96년 우리나라의 총발전량 205,495,000Mwh 중에서 양수발전을 위해 6개의 양수발전소에 투입한 전력량은 우리나라 전체전력의 1.82%인 3,741,694Mwh이다.

6개의 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한 총발전량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량의 1.35%인 2,776,961Mwh로 양수발전소 소내에서 사용한 전력량 13,229Mwh를 제외하고 실제 송전소에 공급한 총전력량은 2,763,738Mwh이다.

이는 발전을 위해 투입된 총전력량(3,741,694Mwh)의 74.21%인 2,776,961Mwh의 전력을 생산하여 소내 사용량 13,229Mwh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73.86%인 2,763,738Mwh밖에 생산하지 못한 가장 비경제적인 발전방식이다.

양수발전은 대용량의 기저부하 발전소에서 발전한 전기를 이용, 양수하여 발전을 행함으로써 에너지 이용효율이 떨어지는 발전방식이다. 양수발전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가동률 및 효율향상과 첨두부하를 위한 발전방식이다. 96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35,702Mw 중 양수발전의 설비용량은 1,600Mw로 점유율은 4.5%이다. 산청양수와 양양양수가 준공되면 양수발전이 차지하는 발전설비 비율은 5.3%이다.

우리나라 양수발전에 투입된 건설비는 청평양수 680억원, 삼랑진양수 1,532억원, 무주양수 2,997억원으로 총 5,209억원이며, 앞으로 산청양수에 3,798억원 양양양수에 5,27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96년의 양수발전소의 전력판매총액은 전력 1kw당 평균 판매가 63원을 적용하면 2,763,738,000kwh×63원 = 1천741억1천5백만원이다. 양수발전을 위하여 투입된 총전력량 3,741,694,000kwh를 1kwh당 판매가 63원을 적용하면 2천 357억 2천 6백7십만원이다. 투입된 총전력량과 생산된 전력량의 판매원가를 1kwh당 63원으로 단순계산 했을 때 616억 1천 1백 7십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등의 건설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분쟁의 주된 원인은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전력생산의 다변화, 에너지 효율의 향상, 전력소비의 절약 등의 대안적인 길을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도 한전의 독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전은 전력산업의 독점뿐만 아니라 가스와 난방, 과다한 해외투자와 정보통신, 방송사업 등 방만한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으나 모두 한전의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93년부터 한전의 전력산업의 독점체제 개선을 위하여 한전의 경영진단을 실시한 바 있다. 이 경영진단에 기초하여 ’95년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발전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민자발전을 2010년까지 총 15기 635만 kw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정부는 IMF체제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전력산업의 진입규제 완화를 위하여 민자발전사업자 및 자가발전사업자의 직공급 범위 확대와 특정전기사업제도 신설, 전기소매분야 경쟁도입 등을 98년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그 추진이 지연되었다.

WTO출범이래 국제무역 및 투자촉진을 위한 규제완화로 정부조달협정이 97년 1월 1일 발효되어 가입국에 대한 내국민 대우와 회원국간의 무차별적 원칙하에 시장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96년 12월 OECD의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래 무역자유화 및 규제개혁에 동참하고 있으며 최근 다자간투자협정(MAI)에도 대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PEC도 전력부문에 민자사업자(IPP)의 투자촉진을 위한 투자자유화, 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에 따른 에너지 서비스의 조기자유화를 위해 규제완화 등 법률·규제개혁과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논의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전력산업의 규제완화와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지만 독점체제를 그대로 온존하려는 세력과 신자유주의의 시장경제 신봉자에 의해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의 개혁은 쉽게 이루어지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92년 한전의 용역의뢰에 의해 이루어진 “전력산업구조정책에 관한 연구” 50 – 51쪽의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구조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한전의 공기업 독점의 병폐를 지적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공기업 독점운영체제는 수요급증에 따른 막대한 전원개발 투자재원의 조달이 큰 부담이 되어 있으며 경쟁부재 및 불필요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의 폐단을 무시할 수 없다. 한전에 비해 큰 규모를 가진 전력회사가 외국에 몇 개 존재하나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경쟁이 존재하며 프랑스는 사회주의 경제체제로서 전력산업이 국유화되어 있다. 일본의 동경전력도 최근 증가하는 수요를 자체설비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어 광역계통운영을 통해 다른 지역 전력회사로부터 부족전력을 융통하고 있으며 지역독점체제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재원조달 및 경영능력의 부족으로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개도국과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전력산업이 이미 지방지차단체의 자급 또는 제3섹터, 민영화, 자영화 되었으며 수직적으로든 또는 수평적으로는 분할된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전력사업의 수직·수평 통합운영의 당위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직·수평적 통합 운영시에는 전력수요의 증가에 따라 발전뿐 아니라 송·배전 및 급전부문의 투자재원도 확대되기 때문에 자금부담이 더욱 커진다. 경쟁이 수반되지 않는 가운데 투자수익율을 보장해 주는 총괄원가주의 원칙의 적용은 비용극소화의 유인을 제공하여 주지 못함으로서 효율적 경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기업체제하에서 정부에 의존하는 재원조달 방식 하에서는 책임경영에 근거한 자구노력이 약화된다. 독점공기업 운영에 따른 각종 비효율성의 발생에 관해서는 경제이론 뿐 아니라 많은 국가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전의 수익율은 외국에 비해 훨씬 높은데 이는 공기업 독점체제하에서 총괄원가주의 적용에 따라 쉽게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Ⅱ.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에 따른 문제점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 모든 부분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접근은 새로운 문명사회의 패러다임을 창출하려 하고 환경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전의 독점이 경제적 비능률과 경쟁력 저하로 인한 경영의 부실, 그리고 이로 인해 국가적 차원의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경제논리에서 개편이 거론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새로운 문명사회의 패러다임은 창출되어야 하고 환경도 경제와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서 환경에 더 우선적인 가치를 두는 사람들은 전력산업을 단순한 개편이 아닌 개혁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한전은 전력산업 독점 구조하에서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해마다 10% 가량 늘려 왔다. 그 당연한 결과로 귀중한 에너지 자원을 점점 더 많이 사용했고, 황산화물과 질소 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을 더욱 많이 내뿜었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여 지구온난화를 조장하는 데 일조 했으며, 또한 인간의 조종능력을 벗어난 핵폐기물을 수 백톤 이상 만들어냈다. 이러한 사실에 직면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전력산업 개혁의 방향은 전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오염물질, 핵폐기물, 온난화 기체의 배출을 줄이는 방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즉 전력산업을 개혁할 때 대전제로 삼아야 할 것은 삶의 질과 환경의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을 보면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어느 정도는 흔들리게 될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문명사회의 패러다임을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과 환경을 우려하는 사람은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생각의 출발점은 정부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본다. 그것은 전력산업의 독점구조가 삶의 질과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전이 대안은 모색하지 않고 대형 발전시설의 건설을 통해서 전력소비 증가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이 독점체제이기 때문이다. 독점구조는 획기적인 대안이 도입되기 어려운 체제이다. 이 체제에서는 독점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는 가능한 한 배제된다. 기존의 제도하에서 기존 기술을 가지고 현상유지를 하거나 그것을 확대하는 것이 독점을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만약 태양광, 풍력, 소수력, 바이오매스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시설이 우리나라 곳곳에 세워진다고 가정해 보자. 전력회사에서는 물론 발전단가가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러한 시설을 도입하는 데 저항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그들이 저항하는 근본 이유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같은 소규모 발전시설이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변화 때문일 것이다.

한전이 독점구조의 틀 속에서 그 스스로 소규모 시설을 도입하든, 소규모 업자들이 전력시장에 개입해서 분산적 방식의 전력생산을 시도하든 변화는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변화는 획기적인 것으로서 종래의 대규모 발전시설을 이용한 중앙집중식 전력공급방식을 무너뜨리고, 소규모의 분산적 전력생산 및 공급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시설이 널리 보급되고, 그에 따라 설비비가 크게 낮아진다면, 주택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자가소비를 위해서 손쉽게 이러한 시설을 설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은 한전의 전력독점으로부터 벗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한전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될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시설의 도입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궁극적으로 독점구조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려는 세력들이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에 저항할 것은 분명하다.

독점구조는 전력소비가 증가할수록, 즉 총 전력수요가 많을수록 공고해진다. 개별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이들은 독점 공급업체에 덜 종속적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많은 양의 전력을 공급받아야만 경제와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종속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고려하면 독점구조 하에서 전력수요 관리와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일이 왜 진지하게 추구되지 않는가를 알 수 있다.

에너지의 수요관리와 효율 향상은 결국 독점구조를 위협하여 독점기업의 지배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규모 제조업체가 타산이 맞는다고 판단될 경우 자체 발전소를 건설하여 독립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독점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점구조에서는 차등계약을 통해 제조업체들에게 싼값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이러한 경우도 가능한 한 배제된다. 이때 이들 제조업체들을 위한 차등계약에 의해서 희생당하는 것은 독점기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의 소비자들이다.

독점공급업체에서 제조업체에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는 대신 여기서 초래되는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소규모 소비자들에게는 비싸게 값을 매기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전기요금은 1kwh에 얼마로 거의 고정되어 있는 반면 가정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전기를 많이 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그 이유는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명분보다는 제조업체로부터 입은 손실을 상당부분 보충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표3) 1996년 우리나라의 용도별 전력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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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 공공용|서비스용|농림ㆍ어업|제조업|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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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 3.3    | 24.4   |  2.1      | 55.8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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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97년 에너지 통계연보: 에너지경제연구원


표3)처럼 1996년 우리나라의 용도별 전략판매량은 가정용 전력이 전체 전력의 16.8%를 차지했다. 1996년 우리나라의 전체 평균 전력요금은 kw당 63원으로 가정용 전력 요금은 7단계로 1단계인 50kw까지는 30.70원에서 7단계인 500kw이상은 405.10원까지 누진율이 엄청나게 책정되어 평균요금이 kw당 88.95원이었다. 반면 kw당 제조업 대동력의 평균 전력요금은 49.23원으로 우리나라 전력의 55.8%를 소비하는 제조업에 공급하여 본 손해의 결과를 가정용과 서비스용 전력요금으로 충당하였다. 한편 농림·어업용 평균 전력요금은 kw당 37.11원으로 무척 싼 편이지만 전체 전력판매량의 2.1%에 지나지 않으며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식량산업 보호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독점적 지위의 대형 전력공급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도입을 통한 환경 질의 향상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일반적 현상이다.

일본은 오끼나와를 제외한 지역을 9개의 전력회사가 분할하여 독점적으로 전력공급을 하고 있는데, 일본의 태양광발전 기술수준이 상당히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회사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의 도입에 소극적 또는 저항적이다. 오히려 태양전지 제조업체나 주택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지속가능한 재생가능 에너지에 관심을 보이는 전력회사는 총 3,200개의 전력회사 중에서 과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 전력공급업체가 아니라 소규모 지방공사 형태의 전력공급업체들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태양광 발전에 의한 소규모 분산형 전력공급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전력회사는 주 전력의 74%를 공급하는 3개의 대형 전력회사가 아니라 4%를 공급할 뿐인 새크라멘토 전력공사라는 작은 지방공사이다. 이 작은 공사에서는 미국 전체의 태양광 발전 시설용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설비를 가지고 태양광발전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형 전력 생산업체에 부여하던 “특권”을 없애고 “발전의 자유화”, “규제완화”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도입을 활성화하려는 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전력업체는, 예를 들어서 라인-베스트팔렌 전기(RWE) 같은 대형의 과점적 전력생산업체가 아니라 아켄이라는 작은 도시(인구 25만)의 지방공사였다. 1997년 4월에는 뒤셀도르프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로만 생산된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회사(Naturstrom AG)가 설립되었는데, 설립자로는 Bund 등 커다란 환경단체의 대표자 등이 참여하였다. 이 회사의 설립도 독일의 전력산업구조가 환경친화적 전력생산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중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이와 같이 작은 지방공사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이 사는 지역과 지구 전체의 환경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직접 공사 운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독과점 전력업체, 특히 우리나라의 한전과 같은 완벽한 독점업체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관여하거나 압력을 넣을 여지가 거의 없다. 오히려 한전은 우리나라의 거대 기업 중에서 환경을 염려하는 시민들과 가장 자주 충돌하며 독점으로부터 오는 “권력”을 이용해서 이들 시민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누르는 기업이다. 그러므로 분명한 것은 거대 독점기업 한전에게서 환경친화적 전력생산과 공급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친화적 전력공급은 결국 한전의 전력독점을 철폐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전은 우리나라 환경단체의 공적 1호로 꼽히고 있다. 그 동안의 한전이 야기한 모든 민원문제는 한전이 수행해온 전력산업의 독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에너지와 전력관련 정책의 재검토와 더불어 한전의 독점해체를 위한 체제개편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환경친화적인 국가에너지 구조를 새로이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로서도 지나치게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매년 10% 이상씩 전력수요가 증가하여 2010년에는 현재 전력의 250%가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29개의 대형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고 한전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된다고 해서 전력수요가 같이 비례해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에너지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효율성 제고에 한 개의 발전소 건설비용만 투입한다 하더라도 10개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항상 전력예비율이 모자라기 때문에 언제든지 전기공급이 끊어질 수 있다고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협박하였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우리나라의 전력 설비용량은 울진 핵발전소 3호기 상업가동 등으로 인하여 대폭 늘어났지만 전력사용량은 97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어 공급예비율이 50%를 훨씬 넘어서기도 했다. 설령 공급예비율이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핵발전소나 대형화력발전소는 공급예비율에 문제가 되는 첨두부하의 전력의 비율과 무관한데도 말이다. 핵발전소나 대형화력발전소로 전력예비율을 높인다는 것은 평소에 전력시설을 낭비하겠다는 것이며, 따라서 불필요한 양수발전과 같은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유연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은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므로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켜서 무역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급히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에서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후변화협약의 충격은 한국경제를 현재의 IMF 체제보다 훨씬 가혹하게 파탄시킬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과다한 건설을 지양해야 하고 전력이나 에너지의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전환도 또한 시급하다.

그러나 전력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세력들은 유연하게 정책의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창출된 수요에 맞추어 공급만을 맞추려다 보니 우리나라의 에너지 부문을 왜곡시켜서 에너지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할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3.현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와 문제점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방향은 에너지 사용의 경제적 효율성 향상과 환경친화적인 측면의 강화에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나라에서는 에너지의 절약과 효율성 향상은 에너지 다소비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이는 곧 국가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 70년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했던 일본은 오일쇼크로 인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두 가지의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내렸다. 우선 첫째로 국가의 적극적인 산업구조조정이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 다소비적이고 환경부담이 큰 산업에서 에너지 효율성이 크면서 부가가치가 큰 산업으로의 전환이 강력하게 추진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향상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오늘날 일본산업의 에너지 효율성과 기술수준은 선진국 중 최고수준에 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의 부존량이나 환경의 외부비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임에 틀림없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기술개발과 지원을 적극 추진한다면 이미 2050년에 전체 에너지의 개발 잠재량은 크다는 연구가 나왔다.(Nitsch/Luther 1990)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은 결국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의 향상과 함께 재생에너지 활용의 활성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못하고, 개발에 무척 긴 시간과 투자가 요구된다. 따라서 전력산업 구조개혁에 관한 논의의 중심을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향상에 두면서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활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력산업을 유도하는 틀을 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에 관한 논의들이 지닌 중요한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Ⅱ, Ⅲ, Ⅳ장의 발제 내용중에는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문제에 대해 친환경적인 시각에서 함께 고민하는 이필렬, 임성진 교수와 전재경 박사님 등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포함되어 있음을 밝혀둔다.


① 전력시장의 경쟁력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정부의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에 관한 대부분의 주장들은 본질적으로 전력산업에 자유시장경쟁의 원칙을 최대한 수용하고 그 운영을 민영화시킨다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또한 전력산업에서 국가의 규제를 최소화시킬 것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지닌 문제점들을 지적하기 위해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그 성격상 시장에서 취급되고 있는 일반 상품과 다른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재화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전력산업의 구조가 가져온 문제는 전기라는 에너지의 이러한 재화적 특성이 무시된 채, 단순한 교환대상의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는 데서 출발한다. 전력사업자는 최대의 이윤추구라는 시장경제의 경영논리에 따라 전기라는 상품의 판매를 극대화하려 노력해 왔다. 그로 인해 에너지의 엄청난 낭비를 낳고 있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공공 에너지 공급사업의 민영화나 시장의 자유방임적인 확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공공재 성격의 에너지 공급사업이 실제적으로 자본의 논리에 내맡겨져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있어야 한다.


② 규제완화가 아니라 잘못된 규제를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력산업 만큼 정부의 비호 아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산업분야는 드물다고 본다. 전력산업의 송·발전에 대한 왜곡된 과잉 투자비용과 그에 따르는 위험은 규제기관에 의해 철저하게 보장되고 다시 전기요금을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떠넘겨 왔다. 따라서 현재의 많은 논의들은 전력산업의 국가규제에 대한 이러한 비효율성을 이유로 정부의 간섭이 가능한 배제된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산업의 독점남용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추구해야하는 규제의 역할이 전력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자기의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즉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성은 전력산업의 지나친 규제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상품의 이윤추구 영업활동이 정부의 정상적인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왜곡된 구조상의 문제이다.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의 논의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잘못된 규제를 올바른 규제로 바로 잡는 데서 찾아져야 한다.


③ 전력시장의 경쟁이 가격경쟁에 경도되어 있다


자유시장원칙에 기초를 둔 전력시장에의 경쟁도입에 관한 대다수의 논의들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은 에너지공급에 따르는 비용의 감소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력시장의 경쟁이 곧 가격경쟁으로 치우치게 됨을 의미한다. 이것은 국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 필요하다는 경제 중심적인 주장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에너지 가격이 반드시 산업경쟁력과 역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높은 전기요금이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투자와 기술을 향상시키는 유인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의해 그 동안의 저에너지 가격정책이 산업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지 못했음이 밝혀졌다.


④ 에너지 생산과 절약간의 대체경쟁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전기사업자의 에너지 생산에 대한 과잉투자가 보호 또는 장려되는 왜곡된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에 대한 투자증대를 유도하는 새로운 산업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만일 에너지 절약을 위한 투자의 한계비용이 발전에 소요되는 한계비용보다 낮다면 전기사업자에게는 에너지 절약에의 투자가 추가적인 발전설비 건설보다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 이러한 경제성 있는 에너지 절약량에 대한 개발은 현 전력산업 구조와 규제제도하에서 방해받고 있는데도,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들은 이러한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만일 새로운 전력산업의 구조를 둘러싼 제도적 논의가 자유시장의 원리에 경도된 가격경쟁에 머문다면 자칫 시장의 개방이 ‘에너지생산과 절약’간의 대체경쟁이 작동하기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경쟁의 도입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떠한 경쟁의 도입이냐가 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⑤ 새로운 산업집중의 문제

전력산업에의 자유시장 도입에 관한 대다수의 주장들이 독점해체의 필요성에 관해 많은 지적을 하고 있지만, 경쟁도입으로 발생하게 될 새로운 산업집중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 시장에 참여하는 전기사업자들의 출발조건과 기회의 공평성에 대한 철저한 보장이 없이 단순히 시장을 개방한다면, 경쟁의 도입이 독점의 폐해를 제거하는 자유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독과점의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순박한 전력시장의 개방이 가져올 이러한 대기업이나 외국 거대자본에 의한 전력시장의 독과점은 생태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⑥ 구조적 장애요인에 대한 분석의 불충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개편은 시장의 효율적 기능과 가격수단에 지나친 믿음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증적 분석들이 보여주는 결과는 단지 한정된 부문에서만 가격을 통한 시장조절 기능이 그 효력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정한 에너지 절약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큰 폭의 가격상승이 요구된다. 실제로 70년대 국제 석유가격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원유소비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감소세를 보여 주었다.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성 향상, 지속가능한 에너지 활용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구조적, 제도적인 장애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경쟁의 도입은 이러한 장애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부문간 목표별로 특유한 조치들을 함께 묶은 통합된 정책수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⑦ 환경의 외부비용에 대한 고려의 결여


지금까지의 환경정책은 대부분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요구에 의해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의 활성화와 결부된 지구환경문제는 환경문제에 대한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없이는 그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다.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을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외부효과의 내부화가 전력산업의 구조개혁과 결부된 가격규제의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⑧ 전력시장 일부의 외국자본에의 매각에 따른 문제점


정부는 민자 화력발전은 물론 한전소유의 화력발전시설을 상당량 외국에 매각하여 외채문제를 해결하고 한전의 구조조정을 꾀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경제를 더욱 대외적으로 종속시키는 우를 범하고 에너지 자립을 더욱 어렵게 할 따름이다.

외국자본은 우리나라의 발전시설을 매입할 때 경쟁력이 있고 첨단시설과 신규 환경설비 등이 잘 갖추어진 시설을 매입하려하지 낡은 시설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설은 매입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좋은 발전시설은 외국에 내주고 낡은 발전시설만을 떠맡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배전시장까지 허용할 따름이다.


4.전력산업 독점해체와 구조개혁을 위한 방안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발전소 증설로 전력공급사의 공급위주의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이는 환경파괴의 악법중의 악법인 전원개발특례법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진행하는데서 잘 알 수 있다.

이제 전력산업 정책은 핵산업 드라이브 정책 탈피,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정책과 지속가능한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의 전면 재검토, 대규모 발전시설의 지양, 미래를 예상한 연구투자의 확대, 낭비적 전력소비 체제의 개선, 발전소 운영효율의 증대, 환경규제의 선진국 수준강화 등이 절실한 과제로 등장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전 국토를 유린하면서도 인접주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핵발전소와 대형화력발전소, 초고압 송전탑의 건설은 안된다. 지금이라도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여 국가기간산업인 전력분야의 후진성을 탈피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전력수급 방식은 예상되는 증가분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핵발전소와 대형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정부와 한전의 발전소 건설 계획을 보면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는 계속되는 환경의 파괴로 나타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정부와 한전이 전력수급 계획을 세우면서 환경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는데서 찾을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력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더 나아가서 태양열, 풍력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염물질의 방출을 줄이고, 발전소의 건설로 인한 자연훼손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에서 정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한전의 민영화인 것 같다. 이미 한전의 화력발전 부문을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안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민영화의 종류도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단순히 한전을 분할해서 매각하면 몇 개의 거대 민간 전력회사가 생길 뿐이다. 이 전력회사들이 지역을 분할해서 전력공급을 하게 되면 독점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일본식의 지역분할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한전의 발전, 송전, 배전을 분할해서 매각하는 영역분할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한전을 지역별로 나누어 분할해서 지방공사화 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진행중인 전력시장의 완전 자유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가장 커다란 관심은 그와 같은 개편방식이 과연 환경을 살리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무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한마디로 말하면 핵산업 탈피와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도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여기서 시장원리가 배제될 필요는 없다. 시장을 잘 이용하면 활성화에 쉽게 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바이오매스 등을 이용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전 시장의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배전회사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다른 전원으로 생산한 전력에 우선해서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는 구입의무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구입시에 발전원가를 보장하는 가격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발전설비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 또는 세제 혜택을 통해서 재생가능 에너지 도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겠는데, 어떤 방식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고 가장 효과적일 것인지는 잘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지역에 하나의 배전회사만이 존재하여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경쟁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안에 대해서 경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가비교를 통해서 그 비현실성을 지적할 것이다. 물론 도입 초기의 단가는 전통적 생산방식에 의한 전력단가보다 훨씬 높을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오염물질이 배출되는데, 이로 인한 환경질의 저하에 의해서 초래되는 비용은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그 가격에는 “생태적 진실”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환경훼손을 유발한 사람이 복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면 값싼 전력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오염물질 배출의 원인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이에 대해서 상당한 액수의 환경부과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그것을 소비한 사람은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어느 지역의 소비자들이 받은 전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부터 온 전력과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한 전력이 혼합된 것이라면 각각의 소비자는 당연히 오염부담금을 약간 높은 가격의 형태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이 점차 확대되면 그 발전설비의 대량생산도 이루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설비비용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발전 단가도 떨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전통적 방식의 발전에 의한 단가보다 더 유리한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근래 화석연료나 핵발전에 의한 대규모 발전은 그 비용이 갈수록 상승하고 입지문제로 인한 주민의 저항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열병합 방식이나 수요자관리에 의한 에너지 효율성의 향상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은 이미 또는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면에서 더 효율적임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과거 에너지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바탕으로 한 ‘공급의 논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력의 과잉공급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왜곡된 투자는 결국 소비자와 환경의 부담을 키워 왔다. 이러한 이유로 에너지 절약의 잠재량 개발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활용에 근거한 소위 ‘부드러운 에너지'(soft energy)의 논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타당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전력산업의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경쟁의 확대, 산업의 비집중화, 소규모 독립사업자들의 시장진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팽창하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구미 국가들이 앞다투어 수요자관리 수단을 도입하기 시작하거나 시행을 검토중이다. 즉 전력산업의 성격이 에너지공급에서 에너지 서비스공급으로 서서히 이행되고 있다.

이처럼 전력산업에 대한 개혁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구조개혁에 관한 정책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올바른 방향설정과 추진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개혁이 어떠한 원칙 하에,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역사가 보여주듯 하나의 개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길고 무거운 시간과 희생의 누적이 요구된다. 그러나 주어진 기회에 잘못 이루어진 개혁은 자칫 더 나쁜 결과를 낳게 되고, 그로 인해 역사적 성과물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먼저 현재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혁에 관한 논의들이 지닌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어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전력시장이 지닌 독점적 지위 남용으로 인한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낭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을 위해서는 경쟁의 도입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전력시장에서의 경쟁이 생태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순박한 자유방임적 시장경쟁의 도입이 아니라 올바른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채찍과 당근이 필요한다. 새로운 전력산업의 구조개혁을 위한 몇 가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0. 전통적인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가 아닌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0. 가격경쟁이 아닌 에너지 생산과 절약간의 대체경쟁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0. 시장경쟁의 도입이 이루어지기 전에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동등한 기회와 조건이 주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0. 에너지 효율성이 높거나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소규모 전기사업자의 불리한 시장진입 조건이 제거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 하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① 전력산업의 구조개혁이나 독점해체는 민영화냐 공영화냐가 초점이 아니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혁(독점해체)이 현재 문제로 제기된 이유는 발전에서 판매까지의 전 과정의 전력시장이 한전이라는 공룡기업에 의해 독식되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한전의 지분을 국가가 절대적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독점적 권리로 인해 과잉투자, 과잉공급, 에너지의 왜곡된 사용에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 독일에서 현재 수요자 관리 등의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전력회사가 대부분 공영회사들이라는 사실은 전력회사의 공기업화가 에너지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경쟁의 도입이 반드시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져서는 안된다.


② 전력산업의 각 단위별 시장(발전, 송전, 판매)의 완전한 분리


열병합 방식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에 대한 장벽의 제거, 대규모 전력사업자들의 가격정책으로 인한 시장잠식의 방지를 위해서는 전력시장의 각 단위가 분리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발전, 송전, 배전 부문간에 일어날 자금의 상호보조를 막을 수 있어 전력시장의 효율적인 직접경쟁을 유도할 수 있으며, 에너지 공급과 절약간의 대체효과도 상승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판매 부문에서는 전기사업자에게 배전과 최종공급의 권한이 함께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전력의 구입, 배전, 공급 및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 등의 비용이 통합되어 관리될 때 비로소 판매부문에서의 에너지서비스에 대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


③ 영역분할이 경쟁구조로 직결되지는 아니한다


전력 사업체의 숫자를 늘려 독점구조를 해체한다고 하여 전력사업체의 숫자를 평면적으로 늘리는 것은 경쟁구조의 촉진과 무관하다. 예컨대, 현재의 한전을 그 사업을 중심으로 발전·송전·배전 등의 영역으로 분할하여 수 개의 사업체로 분할하더라도 -에너지 사업의 효율은 달성될 수 있겠으나- 분할된 사업체 상호간에 경쟁이 일어나지 아니한다. 경쟁은 발전·송전·배전 등의 모든 영역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영역 내부에서 예컨대, ‘발전’ 상호간에 또는 ‘배전’ 상호간에 이루지는 것이다.


④ 지역분할 후 영역분할을 실시하여야 한다


전기사업의 영역을 발전·송전·배전 등으로 분할하면서 새로운 전력 관리시스템을 짜야 된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먼저 영역분할을 실시하면 지역분할은 더 멀어진다. 외부 또는 외국 자본이 참여하면 지역분할 구도는 더욱 더 요원해질 수도 있다.


⑤ 판매부문에서 활동하는 공급회사에 대한 소규모 지역공급권의 보장


만일 모든 전력공급회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기를 직접 판매하는 완전한 자유경쟁구조가 도입되면 대규모 전력공급 사업자들에 의한 낮은 가격 공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환경 친화적인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별로 공급구역을 하나로 묶어서 판매부문의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소규모 지역단위의 에너지 공급은 열병합방식 등의 에너지 고효율성 사업이나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기반을 제공하여야 한다.


⑥ 지역공급권 보장에 따르는 독점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기관의 감독 필요


지역공급회사 선택이 단순한 공급가격의 비교에 의하거나 지역자치단체의 재정적 수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되지 않도록 규제기관의 감독이 필요하다. 정부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전기위원회를 신설하여 규제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기존의 장기전력수급계획 대신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대체되어 있다. 규제기관으로서는 기존의 장기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는 장기전력수급계획심의원회의 기능과 전기위원회의 기능을 함께할 규제·의결기관으로 국가전력계획위원회를 설립하여 이곳에서 담당하여야 한다. 여기서 규제기관의 판단 기준을 소비자가 지불하는 kwh당 요금에 두는 게 아니라 공급된 전기로부터 소비자가 얻게 되는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총 지출액에 두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산업자원부 장관의 자문기관이 아닌 심의·의결기관이 되어야 한다.


⑦ 요금 규제기관의 허가기준의 변화


수요자관리 등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미래지향적인 전력공급사업자가 경쟁의 도입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공급사업자가 수요자 측면의 절전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비용이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요금허가의 기준이 다양화해야 한다. 이는 전력공급시장에서의 경쟁을 가격경쟁에서 에너지 공급과 절약간의 대체경쟁 구조로 유도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규제조치의 다양화이다.


⑧ 발전시장에의 Pool 제도 도입


현재 많은 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Pool제도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전력산업구조에도 도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하여 가격경쟁력이 높은 사업자가 유리한 입장을 얻게 된다. 이 제도의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Pool에 참여하는 사업자를 상당한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한정하여 신규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가격 경쟁력을 보호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투자규제기관이 전력생산이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의 주요 원칙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예들 들어 어느 발전사업자의 전력생산에 드는 (한계)비용이 절약에 드는 (한계)비용보다 클 경우는 규제조치를 내릴 수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발전하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Pool에의 참여 대신 일정한 유예기간 동안 Pool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사업자에 의해 구매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력의 판매가격에 외부비용을 포함시키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⑨ 송전부문은 1개의 공기업이 담당


전기의 송전은 충분한 간접시설과 운영능력이 요구되는 시장부문이다. 전력의 송전 과정에서 발생할 장애나 비효율적인 비용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1개의 공기업이 전국 단일망으로 이 시장부문을 담당해 사용자부담원칙에 따라 비용을 배분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단 발전사업자의 특정지역 집중을 가능케하는 환경파괴적인 초고압송전사업은 규제되어야 한다.


⑩ 에너지(전력) 지방자치 실현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방식은 정부 주도에 의한 중앙집중 방식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정부는 에너지의 수급안정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에 관한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시책을 강구하고 이를 시행할 책무(법 제3조1항)를 지고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은 지방자치단체에게도 관할지역의 특성을 참작하여 국가에너지정책의 효과적인 수행과 지역경제의 발전을 기하기 위한 지역에너지 시책을 강구하고 이를 시행할 책무를 주고 있다.(법 제3조2항) 또한 지방자치단체에게 동법 제5조 1항에 따라 지역에너지계획수립과 동법 제16조 1항에 따라 에너지이용합리화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할 책무를 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정신에 따라 에너지문제의 해결과 에너지 사용패턴의 변화를 지방으로부터 꾀하여야 한다. 지역사회는 에너지의 최종 소비부문의 집합체이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궁극적 주체이다. 또한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을 통해 지역경제의 경쟁력 재고와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위한 성장 잠재력 배양을 도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 주도의 전력원개발, 미활용 에너지의 극대화, 지역난방 등을 통해 지방정부가 주도하여 국가에너지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정신에 따라 당연히 에너지 지방자치실현을 위해 노력을 하여야 하고,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전력공급을 비롯한 에너지 공급에 주체로 나서야 할 때이다. 전력지방자치 실현은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실시될 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조류이다. 전력지방자치 실현이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는 더욱 견고하게 독점이라는 공룡기업으로 왜곡될 것이다. 전력지방자치는 전력지방공사, 제3섹터, 민간위탁 전력회사, 지방민간전력회사, 전력조합, 공동체자가발전, 지역민방과 같은 컨소시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⑪ 에너지 지방자치 실현 후 지역 민간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한전이라는 거대 단일 공기업을 일순간에 민영화시킨다거나 사업영역을 분할함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에너지 지방자치 실현의 정신에 따라 먼저 단일 공기업 자체를 여러 개의 공기업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이 경우 떠올릴 수 있는 대안이 지방공기업(예컨대, 경기전력공사·전남전력공사·제주전력공사 등)을 설립하는 것이다. 어느 지방의 에너지·자원의 미래를 그 지방의 결단에 맡김은 오히려 지방자치의 이념과 어울리는 것이다. 발전설비가 특정 지방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분할이 곤란하다는 논리는 단기적이다. 발전용량이 부족한 지방은 다른 지방에서 전력을 사다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송·배전이나 영업 등의 분야도 자유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전력수요의 증가에 따라 발전 또는 대체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민간 사업체의 참여를 유도할 경우 점차 경쟁구조가 확립되어 갈 것이다. 단 민간기업의 참여는 재벌의 참여를 규제하여야 한다. 그 예는 지역 민방 설립시 재벌참여를 규제했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⑫ 전력산업 구조개혁을 위한 법령과 제도 정비 방안


전력산업의 구조개혁 이전에 먼저 해결하여야 할 몇 가지 선결과제들이 있다. 이는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혁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99년 정기국회를 통해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 제정과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제도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한 전력산업과 에너지 지방자치 실현과는 거리가 먼 입법이다. 또한 기존의 대표적인 전력악법인 전원개발특례법을 그대로 온존시킨 채, 또다른 전력악법을 만들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혁은 먼저 개혁의 차원에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혁적으로 정비하여야 한다.


⑬ 전력산업 구조개혁은 국민과 함께


IMF시대 하에서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산업의 구조조정은 단기적인 위기극복의 차원으로 접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과 외환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은 바로 실물경제 부문의 취약에서 비롯되었고, 이는 과거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자랑스러운(?) 한국형 생산양식이 국제 정치경제의 새로운 변화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산업은 21세기를 맞이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분야이다. 에너지 산업의 구조개혁이 자칫 눈앞의 불을 꺼야 한다는 조급하고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출발하거나, 시장효율성에 대한 지나친 기대 속에서 이루어지거나, 외자유치의 한 방편으로 생각되어진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전체 산업경쟁력에 회생 불가능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오늘의 경제위기에 자기책임을 공감하고 있으며, 불평등한 요구가 아니라면 고통을 감내할 각오도 가지고 있다. 단기적인 자본의 논리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래 세계시장에서 한국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긴 안목에서 오늘의 위기를 새로운 창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혁에 관한 정부의 논의가 보다 신중하고 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어떠한 전력산업 구조개혁안을 마련한다하더라도 국민의 지지와 동참을 얻지 못하면 그 개혁안은 실행단계에서 실패하거나 정부 일방통행식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정부는 국가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의 대폭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이른바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산하에 부문별 전문위원회도 두지 않고 단지 12인의 위원과 외국의 자문을 통해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안을 만들었다. 이러한 개편계획안도 형식적인 통과의례인 단 한차례의 공청회만을 거쳤을 뿐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군사독재와 문민독재를 청산하고 국민들의 대타협에 의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개혁이 가능한 시대이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듯이 개혁은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어 추진하여야 한다. 이는 참여민주주의에 의한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민운동이 정부와 함께 개혁을 추진하여야 한다.


⑭ 지속가능한 전력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중전기기(重電機器)를 비롯한 전기공업(電氣工業)부문을 육성·발전시키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의 드라이브정책은 공룡기업 한전에 의한 전력산업 독점과 문어발식 기업경영, 과다한 발전설비 투자, 핵마피아에 의한 핵산업추진 드라이브 정책이다. 한국형 원자로, 차세대 원전, 액체금속로 등과 발전설비 및 관련시설 등을 연구·개발하기 위하여 매년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면서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공업 부문을 육성·발전시키는데는 너무나 소홀히 하였다.

국내 전기공업의 시장규모는 92년에 145억$에서 96년에는 241억$로 늘어났고, 97년에는 255억$이나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핵산업 관련분야 기술연구에만 투자를 집중한 결과 전기공업부문에서 자립을 이룩하지 못하여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공업 제품의 수입이 92년에 43억 7천 9백만$에서 96년 81억 6백만$로 늘어났고, 97년에는 83억 6천 6백만$(10조 8천 7백 58억원)이나 되었다. 핵발전소 1기의 건설비용이 20억$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되지도 않는 핵산업의 자립화에만 치중하다가 매년 핵발전소 4기 이상의 건설비용을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공업 제품의 수입으로 외화를 낭비하였다.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공업은 핵산업보다는 고도의 기술이나 자본이 필요한 산업이 아니다. 그리고 핵산업과는 달리 전세계에 거쳐 중전기기의 시장이 펼쳐져 있다. 현재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공업의 강대국은 핵산업을 포기한 미국과 독일 등이란 점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다 하더라도 핵산업을 포기하고 중전기기의 세계시장에 뛰어 들어야 한다.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공업에 집중투자를 하여 자립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육성·발전시켜 세계적인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중전기기 시장의 수출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5.결 론


공기업 독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에 대한 구조개혁의 첫출발은 한국전력공사의 독점해체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이 해체되지 않고서는 전력산업 중에서 구조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할 핵산업은 계속 핵마피아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전의 전력산업 독점해체는 핵산업구조조정, 장기전력수급계획, 에너지수요관리, 재생가능 청정에너지 등의 전력산업 구조개혁과 맞물려 있는 모든 문제들을 풀어내는 매듭이 된다.

전력산업 독점해체 첫걸음은 먼저 한전의 독점해체문제이다. 한전의 독점해체는 한전의 분할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전력산업 관련 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주장하는 한전의 분할반대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산업의 분할 후 민영화나 해외매각은 더더욱 찬성할 수 없다.

전력산업의 분할은 곧 한전의 완전한 독점해체로 귀결되어야 한다. 독점해체는 필연적으로 경쟁체제 도입으로 이어지지만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수단이 곧 민영화만은 아니다.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경쟁체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에서는 전력산업의 공공성 유지는 핵발전 부문의 공기업 유지와 송전부문의 공기업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핵발전 부문은 한시적인 전력체계로 유지되어야 한다.

핵발전소가 과학·기술적으로 아무리 안전하다고 할지라도 결코 사고는 한 사람의 순간적인 실수로 일어날 수도 있는 점은 최근 일본 도카이 무라의 원전연료주식회사의 방사능 누출사고에서 잘 알 수 있다. 또한 울진핵발전소의 수소누출과 월성핵발전소의 중수 누출은 체르노빌, 드리마일과 같은 핵발전소의 사고가 남의 나라일이 아니고 맹신해도 좋을 만큼 안전한 것이 못된다는 것은 핵산업의 역사 그 자체가 증명하고 있다.

찬핵진영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의 대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고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강력히 추진한다. 핵발전은 전력생산 과정에서 일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옵션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선 핵에너지 이용만으로는 지구적 규모의 이산화탄소 감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핵발전소에 의한 전기공급이 최종에너지의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적으로 평균 2%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금의 핵발전소 설비를 두 배로 증가시키고 같은 발전량만큼의 화력발전소를 대체한다고 해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감소는 매년 세계적으로 배출되는 총량의 20분의 1에 해당되는 200억 톤에 그칠 뿐임을 의미한다. 또한 핵발전은 우라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