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러브호텔관련 교육환경과 도시계획과의 관계

2009년 10월 15일 | 법률대응 자료 및 기타



일산 러브호텔관련 교육환경과 도시계획과의 관계


                                                                          이 희 정 박사(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1. 들어가는 말
우리는 최근 ‘학교교육의 위기’, ‘청소년 문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것은 ‘교육’ 자체의 여러 가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환경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옛 고전에도 ‘맹모삼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부모들이 이에 얼마나 민감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장 유교적인 문화가 발달하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러브호텔’의 문제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교육환경’이란 개념은 협의로는 학교시설이나 교육자재 등 교육현장의 여건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광의로 보면 통학로, 교통환경, 주변 분위기 등 학교 주변 환경, 더 넓게는 도시의 생활환경 전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육환경’이란 궁극적으로는 현실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미래사회에서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교육’이라는 큰 틀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도시환경 조성 및 교육은 주로 양적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행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고도성장사회에서 서울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주택 200만호 건설, 늘어나는 교통량을 수용하기 위한 각종 도로의 건설 등 끊임없는 개발중심의 논의 일색이었다. 도시계획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원활한 개발행위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개발중심의 각종 규제 완화를 거듭하여 왔다. 이 와중에 환경피해의 당사자인 주민들은 항상 소외되고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발제자가 부여받은 논제는 일산 러브호텔문제를 통해 본 ‘교육환경과 도시계획 문제’에 관한 것이다. 이번 일산 러브호텔문제는 궁극적으로는 양적 성장위주의 엉성한 도시계획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 바탕 하여 현재 일산의 러브호텔로 인한 교육환경 및 생활환경의 문제실상과 그 원인 그리고 앞으로의 해결방안에 대해 주로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타산지석의 의미에서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지, 어떠한 시사점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2. 일산주거지 학교주변 러브호텔 문제실상
최근 신문지상 및 방송을 통해 제기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쾌적한 전원도시 일산이 향락도시화해 간다’, ‘학교와 아파트에 인접한 러브호텔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러브호텔의 입지를 허용한 것은 문제이다’, ‘고양시가 건축허가를 제한할 아무런 권한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이미 지어졌거나 건축허가가 난 러브호텔의 건립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등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이러한 문제발생과 행정대응에 대해 주민들의 이의제기와 항의방문 그리고 시장퇴진운동, 서명운동 등이 긴박하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결정과 관련하여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거부 취하소송과 장차 건축용도허가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일산의 주거지 학교주변 러브호텔문제는 주민과 행정간의 불신의 골을 깊게 하고, 이에 따라 주민의 법적 대응에 이어 검찰과 감사원의 감사까지 촉발시킬 만큼 그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책임규명과 사태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와 그래도 남는 숙제가 있다.
우선 무엇이 진실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서로의 상반된 주장간의 옳고 그름과 과연 합의점은 찾을 수 없는 것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야기된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것도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 반드시 따져 보아야 할 일이다. 또한 과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나 하는 문제를 함께 논의해 나아가야 한다. 생산적인 논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를 따져보고 도시환경을 다루는 도시계획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당분간은 교육환경·주거환경을 해치는 러브호텔 건립이 허가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미 지어졌거나 현재 허가가 나서 건립중인 러브호텔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문제와 추후 또다시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숙제가 여전히 나아 있다.
도시계획 등을 통한 제도적 장치를 확고히 마련해 두거나, 시민단체 등을 통한 계속적인 모니터링 기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큰 틀로서의 장기적인 도시정책 방향(도시계획조례 등)을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주거환경 확보에 두도록 공공과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선 문제실상을 해결방안 모색과 연계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잘못된 학교보건법 운영 문제와 교육환경
현재 일산 러브호텔 입지문제의 일차적인 제도적 결함으로 학교보건법상의 소위 절대정화구역과 상대정화구역에서의 교육환경 위해환경시설의 입지 제한 규정이 지적되고 있다. 즉 학교주변을 50m와 200m 이내로 구분하고, 상대정화구역인 200m 이내인 경우 숙박시설(러브호텔 등)에 대해 학교환경정화위원회에서 환경위해 여부를 판단하여 허용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바람직한 교육환경 확보를 위해서는 상대정화구역에서도 러브호텔 등이 건립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숙박·위락시설을 불허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환경 확보라는 차원에서 보면 합당한 논의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차원의 전국적인 표준으로서의 학교보건법 개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대부분의 여러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일반 기성시가지에서 부족한 학교시설을 확보하는데 오히려 제약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당초 지역적 여건이나 특성 등을 고려한 융통성을 부여한 것은 전국적인 표준으로서의 상위법에서 이를 경직되게 한정하기보다는 지역차원의 운영의 묘를 살리도록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단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이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였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법을 고쳐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일산과 같은 신도시에서 만이라도 200m이내에는 일체의 숙박·위락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도시계획 및 도시설계의 잘못
학교보건법 개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한 것은 일산의 경우 당초 도시를 개발할 때 매우 세밀한 도시설계가 이루어졌고, 현재도 개별 건축허가가 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신도시와 같이 백지상태에서 도시를 개발할 때 학교보건법에서와 같은 융통성을 부여할 필요는 없었다. 즉 도시설계를 통해 용도규제를 할 때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인접해 있고, 학교주변인 점을 고려하여 보다 엄격한 용도제한이 필요했다면 단서조항은 필요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로 상충되는 용도인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계획을 한 것이나, 학교 등 도시계획시설의 배치를 상업지역과 인접하게 설치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도시계획으로 인한 도시개발은 어찌할 수 없다하더라도 앞으로 또다른 신도시 등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한편 적어도 잘못된 도시설계로서의 러브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에 대한 용도규제에서의 단서조항은 지금이라도 삭제해야 한다. 도시설계는 이전 건축법에서도 그러했고 바뀐 도시계획법상의 지구단위계획에서도 매 5년마다 도시가 변화 발전하는데 따라 예상치 못했던 문제나 여건변화에 대응해서 이를 재정비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즉 고양시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초 토지매입자가 도시설계 변경에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겠으나, 도시설계 혹은 도시계획은 도시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는 정당한 행정행위이며 공공적 목적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합의를 거쳐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 행정당국의 태도와 대응의 잘못
현재 일산에서 야기되고 있는 많은 도시정책상의 주민과의 갈등은 상당부분 행정당국의 태도와 대응의 미숙함 때문에 더 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로가 신뢰를 잃지 않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초기의 좋은 기회를 잘못된 행정관행 때문에 상실해 버린 것이 문제를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한 것이다.
우선 우리 행정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행정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실수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이 문제제기를 하는 데에 대해 지나치게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와 같은 주민참여와 의견제시에 대한 행정의 능동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하겠다. 심지어 잘못의 인정까지도 포함한 적극적 대응으로 오히려 보다 나은 발전을 모색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하겠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행정이 지나치게 법규정 중심(rule-bounded)의 소극적인 운영에만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본래 법규정이란 최소한의 기준만을 제시할 뿐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제도 도입의 취지와 현장 대응능력일 것이다. 더욱이 우리 나라와 같이 법 제도가 치밀하지 못한 경우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자의적인 해석과 그리고 반대로 지나치게 경직된 운영이 되기 싶다. 제도는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야 하는 것이며, 결국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하기보다는 어떡하면 현실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고쳐 나갈까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세 번째는 행정의 지향점을 주민에게 두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를 들 수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제는 ‘아래로부터의 주민에게서 나오는 것(bottom-up)’이라는 사실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차원의 상의 하달식(top-down) 행정 관행은 벗어나야 한다. 심지어 고양시의 경우 건설교통부의 친환경적 도시정책 방향전환이나 경기도의 도시설계 재정비 요구마저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행정의 좌표를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시된다 하겠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행정의 지향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주민과 함께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도시계획측면에서의 해결방안과 외국의 사례
○ 용도지역 세분화와 용도규제 강화
일산에서의 러브호텔로 인한 교육환경·생활환경 침해 문제는 도시계획에서 보면 용도지역제(zoning) 그리고 이에 따른 용도규제(landuse control)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생겨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지정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즉 용도지역을 더욱 세분해서 단계적으로 지정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도시계획에서의 용도지역은 우리보다 훨씬 세밀하고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주거지역은 10가지(R1∼R10), 상업지역은 8가지(C1∼C8)로 나누어져 있고, 일본의 경우에도 주거지역이 7가지, 상업지역은 주로 지구계획을 통해 세밀한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는 최근 법개정을 통해 주거지역 6가지, 상업지역 4가지 등 제도적으로는 세분화를 꾀했으나 아직 세분되어 지정된 곳은 없는 실정이며 새로 도입된 지구단위계획도 아직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이와 같은 용도지역 세분이 필요한 것은 용도지역별 용도규제를 이에 연동하여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주 순수한 주거중심의 지역과 어느 정도 근린생활시설이 혼재되어 있는 지역, 그리고 주거서비스 중심의 상업에 한정된 지역, 아주 중심적인 상업기능 밀집지역 등 점진적인 용도 혼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도시의 약 70%∼80%정도를 일반주거지역 하나만으로 지정하고 있고 상업지역도 도로변을 따라 노선상업 형태로 많이 지정되고 있어 도시 전체가 매우 심각한 용도혼재와 기능간의 상충 예컨대 주거환경 위해시설 입지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작년 한해 서울시에서도 이와 같은 위해환경시설 입지로 인한 주민민원이 전체 민원 6,723건중 1,307건(19.4%)를 차지하는 등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용도혼재로 인한 문제는 일산과 같은 신도시에서도 대동소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도시계획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선을 통한 용도규제의 차등적인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용도지구 및 새로운 용도규제 방식 도입
전술한 용도지역의 세분 문제는 보다 장기적인 개선방안은 될 수 있겠지만 일산과 같이 이미 러브호텔 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단기적인 개선대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용도지역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도시문제의 대응을 위해 용도지구(overlay zoning district) 제도와 지구단위계획(일종의 special zoning) 제도가 있다. 즉 당장에 라도 모든 학교주변 지역에 대해 학교시설보호지구(일종의 school zone)를 지정하고 반경 200m내에 숙박·위락시설 등의 입지를 막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용도규제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하여 용도규제를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일산에는 이미 이전의 도시설계구역(개정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해당)이 지정되어 있음으로 이를 변경하여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현재 지어져 있거나 건축허가가 나서 건립중인 러브호텔은 새로 헐고 짓지 않는 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현재의 용도규제 방식이 주로 사전규제방식, 즉 입지 허용여부만을 관리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이다. 외국의 경우 용도규제는 사전 입지규제 뿐만 아니라 사후규제로서의 성능규제(performance control)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즉 일단 건물이 지어졌다 하더라도 소음이나 공해 발생, 주변에 미치는 환경피해 등을 계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즉 러브호텔 등의 경우에도 번쩍이는 네온사인이나 악취를 발생시키는 하수배출 여부, 프라이버시 침해나 도덕적 환경침해 등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이러한 환경침해에 대해 정당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주거지역내 공장이나 환경위해시설에 대해 영업시간과 환경부담금을 상호 교환조건(trade-off)으로 제시하고 주민과 소유주간의 협상을 유도하여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즉 영업시간을 늘려 환경부담금을 내는 대신 영업이익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면 영업을 하는 것이고, 환경부담금이 이익에 비해 더 많다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영업장소를 부담금이 싼 다른 지역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차제에 일산에서도 이와 같은 선진적인 새로운 용도규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제도 도입과 함께 일산 전체에 대한 소위 러브호텔이나 나이트크럽 등의 총량규제와 같은 특단의 조치도 함께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 토지교환 또는 토지매입 등 적극적 해결방안
상기한 제도나 계획적 수단은 결국 간접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은 문제가 되는 러브호텔 등에 대한 토지매입 등 재정적 처리방안과 다른 지역 시유지나 국유지 등과의 토지교환(대토) 방식과 같은 재산권 처리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의 러브호텔 소유자가 이에 응한다는 전제하에 살펴보면 전자의 경우는 결국 토지매입에 소요되는 재원(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마땅한 토지가 있는지 그리고 공공이 그만한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 토지를 매입하는데 소요되는 경비를 주거환경 확보나 피해보상 차원에서 토지공사나 고양시 등 공공이 직접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재원조달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중요한 문화자산이나 환경보호 등을 위해 주민들에 의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직접 기금을 마련하여 토지매입이나 보수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금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충분한 주민들의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후자의 경우로서 공공이 아직 토지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다른 상업지역의 빈 땅(나대지)이나 공공소유의 시유지, 국유지 등과 현 러브호텔 부지를 일대일로 교환하는 방안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러브호텔 소유자가 인정할 만한 위치에 있는 토지인지 또 건축비용 등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처리될 수 있을 지, 토지 가격차이를 얼마나 보전해 줄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공이 그만한 수고를 아끼지 않을 만큼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토지교환 및 토지매입 방안은 어느 한 가지 수단을 통한 해결방안 마련보다는 여러 가지 수단을 함께 총동원하는 형태의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능한 한 토지공사나 고양시 등 공공이 의지를 가지고 토지교환이나 보상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주민 또한 자체 노력을 통해 일정부분의 비용부담을 함으로써 강한 명분과 주장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기타 주민협정, 학교설치기준 및 스쿨 존 등 제도 보완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의 러브호텔 논의를 통한 어느 정도의 문제해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제도적으로 명문화해 두지 않는 경우 일정기간이 경과하여 현재의 아파트 거주자가 바뀌고 또 공무원이 바뀐 후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그리고 학교가 같은 공간 내에 남아있는 한 언젠가 다시 러브호텔 또는 나이트클럽 등 위락시설이 건립되고 똑같은 갈등이 빚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이 또한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외국의 경우 이와 같이 지역 공동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주민들의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특정 용도의 입지를 소유자가 바뀌든, 시간이 경과하든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이를 민간간의 계약과 같은 형태로 주민협정을 맺고, 이를 어길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이 도시계획제도에 도입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아직 이러한 제도는 도입되어 있지 못하지만 기존의 도시설계 즉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통해 이번 합의사항을 명확히 제도로서 명분화해 두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일산과 같은 경우 학교의 설치가 지나치게 상업지역과 가깝게 설치되었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당초 학교설치를 소위 근린주구 개념에 의한 일정 단위 예컨대 ○○마을 단위별로 지역의 중심에 하나씩 설치하도록 설계된 이후에 중심도로를 따라 상업지역이 길게 지정되면서 몇몇 지역의 학교들이 상업지역에 인접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시설 설치를 할 때 상업지역 혹은 위락집중지역과의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기준을 교육환경 확보차원에서 새롭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별도의 통학로 조성 등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학교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외국에서와 같이 스쿨 존(school zone) 등의 설치를 통한 통학로 조성, 보행안전 개선, 용도규제 등을 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이번 계기를 통해 반드시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결론 및 바램
사실 러브호텔과 같은 교육환경 위해시설 입지로 인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이는 비단 일산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서울이나 인천과 같은 기성시가지이건 분당, 산본, 평촌 등 신도시이건 간에 곳곳에서 교육환경,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시설입지로 인한 갈등과 다툼이 만연해 있다. 단지 대부분의 지역에선 이미 그 고통에 둔감해져 버렸거나 자포자기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몇 십년을 살던 정든 옛집을 밀려드는 상업위락시설과 소음·주차문제로 인해 어쩔 수없이 떠나온 신도시 사람들일 지도 모른다. 좋은 환경 속에서 살고 싶다는 바램에서 정착하고 막 정이 들려는 찰나에 또다시 밀려드는 상업위락시설들이 자녀 교육과 잠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번 일산주민들의 일치된 목소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물러서서도 안 된다는 절박한 위기감과 용기가 어우러진 ‘작지만 큰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내 마을, 내 고향, 내 삶터를 지키겠다는 건강한 주민의 바램을 이 사회는 저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하여서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시장 통에서 장사하는 것이나 싸움박질하는 것, 늘 묘지에서 상여와 곡소리만 흉내내고 보고자란 아이가 훌륭한 선비나 학자가 되고 미래를 짊어질 대들보가 되기를 희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식이 무너지고, 가족이 붕괴되고, 공동체가 파괴된 사회에서 미래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일산주민들의 용기 있는 노력을 보다 나은 일산 가꾸기로 이어 가야할 의무가 우리 사회에 있다. 그 동안 개발이다, 성장이다 하는 온갖 구호 속에 희생해 왔던 우리 삶터의 환경과 내 가정, 내 인생을 이제는 가꾸고 보호해 가야할 때이다. 그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며, 우리의 미래이고, 우리 후손의 미래인 것이다. 도시계획도, 교육환경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가꾸어지고 보호되어야 한다. 이젠 모두 뜻을 모아 어떡하면 일산을 살기 좋은 도시, 쾌적한 삶터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다면, 서로 힘을 모아 이를 가능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