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환경
이시형 박사(삼성사회정신겅강연구소)
① 서언
주변환경이 아이들 정서나 인성발달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이 왜, 어떻게 작용하여 문제를 만드느냐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이따이병 등 특수한 예를 제외하고는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그러한데 하물며 10년, 20년후에 나타날 교육환경의 영향을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논한다는건 쉽지 않다.
②장사꾼의 논리
장사꾼들이 노리는건 이점이다. 구체적인 증거를 대라는 것이다.
러브호텔이 유해하다는 것도 어른들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아이들은 거기가 무얼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놀이터쯤으로 알고 있는데 창문을 열어놓고 발광을 하지 않는 이상 무슨 영향이? 더구나 이혼, 재혼이 쉽지도 않고, 동거도 쉽지 않은 한국 사회 구조에서 그나마 숨통을 터 줄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나마 가정이 유지되고 청소년 문제 예방에 공헌을 하고 있다. 굳이 미국 예를 들지 않더라도.
③ 이런 항변에 뭐라 대답할 것인가?
이러니까 이렇더라는 당장의 증거를 데라고 한다면 뭐라 답할 것인가.
인성, 정서교육이란 시험성적처럼 자로 자를 수 있는 평가 기준이 있는건 아니다. 그렇게 즉효가 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의 효과 판정을 할 순 없다.
그리고 나쁜 환경에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예외적인 인물을 논의의 대상으로 해선 안 된다.
④ 유해환경과 아이들
뉴욕의 깨여진 유리창을 말끔히 갈아 끼움으로서 범죄가 줄어들었다는건 좋은 실례다.
소음만해도 그렇다. 소음은 아이들 성품을 거칠게 만들고 주의가 산만하여 깊은 생각이나 사색을 못하게 방해한다. 당장 뇌파가 흔들린다. 어려운 실험이 아니라도 이런 것들은 우리 일상 경험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게 교실붕괴의 큰 원인이다.
유흥가의 번쩍거리는 색깔조명도 우리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만든다. 오락실 게임방도 예외가 아니다.
욕지거리, 폭력, 선정적 장면 등 러브호텔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한다. 밀고 댕기고 하는 추태, 여름날엔 낯뜨거운 장면도 벌어진다. 말 안 듣는 여자를 때리고 끌고… 이게 교육적으로 영향이 없다니?
비디오 TV만이 아니다. 온갖 폭력 장면을 목격, 노출된 아이들이 공격적으로 된다는 실증적 보고는 많다. 모방범죄도 흔히 본다.
⑤ 성인문화와 어린이 문화.
이 둘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아이스럽게 자랄 수 있다. 돈 있다고 아이를 일등 칸에 태워서도 안되고 일류식당에 데려가선 안 된다. 무식한 졸부나 하는 짓이다.
표현의 자유란 목소리도 드세지고 있다.
예술, 문화의 표현양식이 과감하고 직설적으로 되어간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성인물에서도 안된다는게 보수적인 의견인데 하물며 아동용이랴. 심지어 청소년 보호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급진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⑥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자
유해, 무해의 논란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자.
그러잖아도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는 청소년의 성품이 삐뚤어지는 등 청소년 문제가 폭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는 새삼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밀라노, 뉴욕, 파리의 패션이 한 두 사람의 유명 디자이너, 모델로 되어 지는게 아니다. 비엔나의 음악, 피렌체의 조각, 회화 등 도시전체의 환경, 분위기가 그러해야 한다.
인성발달은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릴 적 경험이 쌓여 인성이 형성되고 그 위에 또 나이를 먹으면서 인성이 형성되어간다. 기초가 나쁘면 그 위에 좋은 집을 지을 순 없는 법이다. 인성은 한번 잘못되면 쉽게 돌이켜 고칠 수 없다. 인성발달은 진행성이고 비가역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