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법의 환경친화적 개정에 대한 의견
(2002. 3. 27, 충북환경연합 염우 사무처장)
1. 환경친화적 광산개발 토론회에 참여하며
·산업화의 과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살던 고장에서 이러한 안타까움을 만회(?)시켜 주었던 두 가지 추억이 있다. 하나는 동네 뒷산(충북 음성군 읍성읍)의 석산이다. 이 석산에서 생산된 화강암이 품질이 매우 좋아 일본으로 수출된다 하였다. 또 하나는 금왕읍의 금광이다. 매장량이 많아 일제시대 때부터 개발되어 온 금광이란다. 늦게서야 화강암 석산이 자연경관과 농촌공동체를 와해시켜왔으며, 폐광·방치된 금광이 지반 침하 및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광산개발은 산업사회에 있어 원료와 에너지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이면에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키고 있다. 부르럼처럼 자연경관을 훼손시키고,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 지하 깊이 파들어간 갱도는 지하수의 흐름과 수질을 변화시켜 놓고, 채광 시 발생한 토석이 하천과 토양 및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광미, 산성폐수 등에 의한 치명적인 광해사례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광물 대부분이 파쓰고 나면 재생되지 않는 비순환적 자원이라는 점이다. 이용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개발을 최소화시켜야 하며, 가능한 대체자원을 실용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업은 축소지향해야 할 가장 원시적인 산업이며, 이를 규정하고 있는 광업법도 보전과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행 광업법은 대표적인 개발 법률이다. 충북지역의 경우 맹동지역의 무분별한 금광개발을 통하여 광업법 개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환경친화적 광산개발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생각되며, 이를 통하여 광업법 개정의 단초가 마련되길 바란다.
2. 개발억제전략으로 법 취지 전환 – 광업권의 공개념화
우선 법 취지를 변화시켜야 한다. <광업법 제1조 (목적) 광물자원을 합리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국가산업의 발달을 도모하기 위하여 광업에 관한 기본적 제도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광업법은 개발을 장려하고 개발의 유리한 여건을 보장해 주기 위한 법률이다. 광업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사유권한으로서 광업권을 부여하도록 되어있으며, 25년으로 되어 있는 광업권의 존속기간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비순환적 광물자원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개발을 최소화하고 개발과정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유화 되어있는 광업권을 공개념화하기 위한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3. 주민동의에 대한 절차
폐기물관리법, 4대강특별법 등 최근 제정된 법률을 보면, 개발(시설의 설치) 또는 규제 시 주민동의를 구하는 것을 당연한 절차로 규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주민들의 생존권 등 기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개발 법률들을 그대로 두는 상황에서 광업법에만 주민동의 절차를 삽입한다면 형평성의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민주성 등 현대사회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 기존의 개발 법률을 최근 법률의 추세에 맞게 개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광업권 설정 시 주민동의절차를 구하도록 광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4. 환경영향에 대한 검증 절차
환경영향평가는 지표면 10만㎡ 이상의 변형이 초래되는 개발사업을 대상사업으로 한다. 그러나 광업의 경우 갱구로 인하여 변형되는 지표면은 적은 반면 지하 갱도에 의해 변형되는 부피가 크다. 지하구조를 변형한다는 것은 지하수 오염 및 지하수위 저하, 지반 침하의 위험 등 환경상의 영향이 더욱 크다. 따라서 광업 행위에 따른 환경영향에 대한 검증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과는 별도의 방식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특히 현행 광업법에는 <제29조 (공익상 이유등에 의한 불허가) ① 산업자원부장관은 광업권설정의 출원구역의 광물채굴이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거나 산업자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광종별광체의 규모 및 품위에 미달되는 때에는 광업권의 설정을 허가하지 아니한다.>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에 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한 판단근거가 부재하다. 따라서 환경영향 검증에 대한 규정을 광업법에 포함시켜야 한다.
5. 토석채취 규정의 통폐합
토석은 산림법에서 임산물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산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토석과 광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광물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토석의 성상과 개발양상 및 영향으로 볼 때 임산물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것 보다는 광물에 가깝다. 따라서 광업법에서 광물과 토석을 통합적으로 규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 붙임 – 무분별한 광산개발 사례 ‘맹동지역 금광개발’
맹동지역 일대 대규모 금광개발에 대한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공동의견서
(2001. 4. 10)
1. 의견제출의 배경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일대에 최근 태극광산(태화광업 김혁희), 군자광산(박춘숙), 금봉광산(금풍 김춘식), 유일광산(이경형) 등 광업권 설정면적 약 600여만평 규모의 금광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 금봉광산과 유일광산은 일부광업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협약하였으나, 태극광산(3,705천평) 및 군자광산(504천평)은 지역주민들의 강한 민원에도 불구 무모한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지질조사 뿐 아니라 주변환경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인근 지역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다.
·광산개발이 지속될 경우 지하수 고갈 및 오염, 지반붕괴, 광산폐수 오염 등 환경의 파괴가 예상되며, 지역주민들과 꽃동네가족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산개발이 지속되자 맹동읍을 비롯한 4개 읍·면 지역주민과 꽃동네 구성원들이 광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현재 태극광산 갱구를 차단하며 힘겨운 농성을 펼치고 있다.
충북지역시민사회단체들은 맹동지역의 대규모 금광개발이 우리고장의 농업기반 및 사회복지시설, 지역공동체와 자연환경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심각한 현안임을 인식하여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2. 음성 맹동지역의 특성
·맹동지역은 한남금북정맥(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의 준봉인 소속리산과 덕솔, 암솔, 함박산 등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미호천 최상류의 깨끗한 물줄기가 발원하는 곳이다. 진천, 청원 등 하류지역은 미호천이 흐르며 빚어놓은 충북 최대의 곡창지대이다.
·생활이 여유롭고 인심이 순후하여 오랫동안 농업이 번성해 왔으며 특산물인 수박은 품질이 좋아 다량 수출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대명사이자 사랑과 봉사의 성지로 알려진 꽃동네가 자리잡고 있다.
3. 맹동지역 금광개발의 개괄
·개발현황 – 금광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산업자원부산하 광업등록사무소장으로부터 광업권 허가를 얻어야 한다. 또한 본격적인 채광에 앞서 지방자치단체장(충북도)으로부터 채광계획인가를 얻어야 한다. 현재 맹동지역에는 4개 광산, 1,958ha(약5,874천평) 가량의 면적이 광업권으로 설정되어 있다.
·태극광산 – 태극광산 김태순은 1976년 5월에 1935년 최초 설정된 광업권 100만평을 인수하여 충청북도로부터 채광인가를 얻었고, 1997년 4월과 동년 12월에 1,346천평에 대하여 추가로 광업권 설정을 확대하였으며, 2000년 6월 채광계획변경인가를 얻어 광산개발을 착수하였다. 또한 동년 10월에 주거·공공시설밀집지역 및 농업밀집지역 1,359천평에 대하여 추가로 광업권 설정허가를 얻어 총 3,705천평을 소유하고 광산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금왕읍 삼봉리에 갱구를 뚫어 맹동면 쪽으로 340m정도 굴진한 상태이며 주민들의 결사저지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군자광산 – 1999년 2월 광업권설정등록(168ha – 504천평)을 하고 현재 탐광을 위하여 시추 중이다.
·금봉광산 – 금왕읍 봉곡리에서 금광을 개발해 왔으며 2000년 1월 신규지역에 광업권설정등록(322ha – 966천평)을 하였으나 현재 주민민원으로 인해 일부광업권을 포기하기로 협약을 한 상태이다.
·유일광산 – 1993년 10월 광업권설정등록(233ha – 699,000평)을 하고 1999년 9월 채광계획인가를 얻어 개발하던 중 주민민원으로 인해 일부광업권을 포기하기로 협약을 한 상태이다.
4. 맹동지역 금광개발의 문제점
1) 금광개발의 절차상 문제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질조사에 따른 근거가 없다. 가장 첨예한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는 태극광산의 경우 금매장량을 70-100톤(7천억-1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업자인 일본인 투자자들과 태화광업이 자체조사한 결과이다. 그러나 광업권설정 등록과정에서 광산업체는 신청서와 간단한 도면만 제출하면되고 산자부의 광업등록사무소는 단순한 현장 노두조사를 실시한 후 허가한다. 이후에 광산업체에서 광상설명서를 제출하면 종료된다.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의 매장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업체의 주장에 의존하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질조사 절차는 없다.
·주변에 미치는 환경 및 공익상의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 광업법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산업자원부장관은 광업권설정의 출원구역의 광물채굴이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거나 산업자원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광물별 광체의 규모 및 품질에 미달되는 때에는 설정을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대법원판례(대판 1993. 5. 27, 92누 19477, 법원공보 1993하, 1910쪽) 중 “채광계획이 중대한 공익에 배치된다고 할때에는 인가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아야하며, 채광계획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불인가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 아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자원부장관은 광업권 허가시 공익상의 피해에 대해서는 검토한 사실이 없으며, 충북도지사 또한 채광계획 인가시 공익에 배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동의절차는 물론 의견 자체가 무시되었다. 환경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개발사업 추진 시 지역주민들의 동의절차는 관례화 되었다. 주민들의 환경권 및 생존권이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맹동지역 광산개발에 있어서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태극광산 측은 오히려 식품공장을 추진한다고 속여 현 광산갱구의 토지를 매입하였으며, 삼봉리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사문서를 위조하여 남용하였고, 허위사실을 유포시켜가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광산개발을 강행하고있다.
2) 주변환경의 파괴
·지역주민들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고갈 또는 오염될 것이다. 지하에 거대한 갱도를 똟게 되면 지하수의 흐름이 바뀔 뿐 아니라 이보다 수위가 낮은 인근 지하수 관정을 고갈시키게 된다. 또한 산성화된 광산폐수와 중금속들이 노출될 경우 수질오염을 일으키게 되는데 한번 오염된 지하수는 쉽게 정화되지 않는다. 맹동지역은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아 식수, 농업용수, 생활용수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1,300여개의 지하수 관정이 농민들의 식수 및 농업용수로 쓰이며, 20여개의 관정이 꽃동네의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된다.). 결국 생명수를 잃게되는 것이다.
·다량의 산성폐수 및 폐석 발생, 중금속 노출로 인하여 환경이 오염될 것이다. 지하암반에는 대체적으로 황(S)이 함유되어 있다. 암반을 채굴하기 시작하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황(S)과 산소와 지하수와 반응하여 산성폐수를 발생시킨다. 산성폐수는 지상으로 방류되어 인근 하천과 농경지를 오염시키게 된다. 또한 금맥을 채굴하다 보면 다량의 폐석이 발생한다. 폐석은 아무런 규제없이 업체에 의해 처리되게 된다. 광산폐수와 폐석에 중금속류가 포함되어 있어 이것이 지상에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환경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지반침하로 인한 대형사고가 우려된다. 광산개발로 인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지반침하이다. 특히 광산개발 종료 후 사후관리에 대한 규정이 명료하지 않아, 폐광되거나 광산업체가 철수하여 버리면 대부분 방치되게 된다. 일제시대 때부터 우리나라 최대 금광지역이었던 금광읍(맹동면에 인접)에서는 현재 곳곳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집채만한 산이 가라앉고 있으며, 포장도로의 아래에 끝을 알 수 없는 지하공간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인적이 없는 산간지역에서도 산사태 등 대형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광산개발이 삶의 터전 바로 아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3) 지역사회 공동체 및 긍지의 파괴
·농업기반과 지역사회 공동체가 파괴될 것이다. 맹동지역은 최근 드믈게 농업이 번성하는 지역이다. 탈농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다른지역 농촌현실과는 반대로 귀농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수박재배를 통하여 2000년도에 약 80억원의 농가소득을 달성하였으며. 2001년 100억원을 목표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풍부한 지하수와 비옥한 토지, 농업에 대한 지역민의 애착이 이루어 낸 모범적인 사례이다. 대부분의 광산지역은 방치된 폐허의 땅이 되고 있다. 맹동지역의 광산개발이 지속될 경우 농업은 중단되고 농촌공동체는 해체될 것이다.
·사랑과 봉사의 성지 꽃동네가 위기에 처하여 우리고장의 긍지가 훼손될 것이다. 꽃동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회복지시설이며 우리고장의 자랑이다. 이곳에는 사랑과 봉사의 실천장인 부랑인시설, 정신요양시설,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입양기관 천사의집, 병원등 사회복지시설과 국민의 교육장인 사랑의연수원 시설이 있다. 일일 평균 4천여명이 거주하고 연평균 100만명 가량의 인원이 이곳을 방문하여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을 배워가고 있다. 광산개발이 중단될 경우 지하자원은 그 자리에 보전되어 우리후손들의 영원한 자산으로 남겨질 수 있으나, 광산개발이 지속될 경우 가난한 자들의 삶의 터전은 쫓겨날 수 밖에 없고 후손들에게는 고장의 자랑거리를 상실한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