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강남서초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1. 들어가는 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등 각종 건축현장은 물론이고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 학교, 기존의 석면공장 주변에서 석면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지어진 건축물이 한창 재건축 되는 요즘, 대한민국의 건축물 철거 및 해체건수는 해마다 8~10만 건인데 2006년 노동부에 제대로 석면처리를 신고하고 철거한 건축물은 756여건에 불과하다. 아직도 건축물에서 석면의 적절한 폐기는 거의 방치된 상태이다.
2006년 노동부는 전국의 사업장 건물 84개를 표본조사 한 결과 76개 사업장에서 석면이 검출되어 국내 사업장 건물의 90%가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로 지어졌음이 밝혀졌다.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사업장 내 건축물 대부분, 우리 주변의 건물 10개중 9개에는 석면이 함유되어 있다는 말이다. 석면이 검출된 사업장은 지역과 업종의 차이 없이 건축자재에 상관없이 지붕재, 단열재, 벽재, 방음재, 바닥재 등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또한 석면이 검출된 건축자재의 상태를 보니 조사대상 사업장의 33.3%가 석면 위험도 1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위험도 1등급 이라는 것은 작은 진동이나 충격에 의해서도 석면 먼지가 날릴 위험성이 높아 당장 위험방지 행동에 나서야 한다. 공사장, 건물의 분진이 무섭다. 발암물질인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장치를 해야 하지만 기술력있는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대부분 철거, 건설업체는 석면 제거는 돈 낭비로 보고, 노동부의 공사중지 명령도 무시하고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시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있다. 하루 1,000만명이 이용한다는 서울 지하철에 2006년 6월에 이어 2007년 1월에도 지하철 승강장 곳곳이 석면이 분포하고 석면먼지가 시민들 머리위로 그대로 날리고 있다는 사실이 지하철노조와 환경단체에 의해 강도 높게 제기되었다.
또 최근에는 석면제조공장 근처의 주민들에게서 석면으로 인한 질병인 중피종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어 다시한번 석면의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종합적 대책 마련에 대한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사례 1) 재건축과 학교 주변 관련 학생들에게 미치는 석면–반포주공 3단지 사례
2005년 11월 반포주공 3단지는 5층짜리 66개동이 재건축 철거에 들어갔다. 6만 여 평 단지 안의 있는 중학교에서 수업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10m 떨어진 바로 옆 동에서 포크레인으로 찍어내리며 철거를 시작했다. 시공사는 재건축 건축물에 석면 함유 여부를 조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불법철거에 들어가 환경운동연합과 학부모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불법 석면 철거가 제지된 사례이다. 당시는 석면이 포함된 건축자재에 대한 데이터 등이 전혀 없었고 분석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 그러나 제대로 석면철거에 대한 감시, 주변에 대한 석면 공기질 모니터닝을 통해 주민과 환경단체의 ‘공동감시단’이 만들어졌고 철거 전과정에 대한 모니터닝이 최초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성공적인 드문 사례이다. 이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불법 석면 철거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있지만 그 대부분은 철거가 많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제기되기에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별로 없고 그 처벌 규정도 석면 제대로 처리비용에 비해 미약하다. 아직도 불법석면제거가 더 싸고 경제적이고 이에 대한 시민의식도 낮다.
원촌중학교 학부모와 환경단체는 재건축공사 주변 현장에서 건강을 지키며 학습할 수 있는 환경권을 주장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학생들이 학습하는 9시~4시까지의 학교주변의 공사를 중단하는 새로운 판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던 학교건물안도 석면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재건축 과정에서 특별한 관리와 전국적으로 학교내 석면 사용실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만들어져 진행되고 있지만 진행속도는 아주 더디다.
전국적으로 2006년말 현재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451곳에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에 있고, 계획 중인 곳 만해도 504곳이다. 더욱이 재개발•재건축 공사 100미터 이내 인접 또는 1천세대 이상으로 진행되는 학교 수 만해도 서울 23, 경기 33, 부산 14, 대구 11개교인데 학생 안전•건강•학습권 보호를 위한 조치 및 대책은 ‘감감’하다.
원촌중 판결은 ‘돈보다는 인본이다.’라는 기본적인 가치를 확인한 성공이나 아직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소리 없는 살인자 석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나머지가 완성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학습 환경 저해 방지 대책 수립 ▲학교보건법 등이 개종되고 환경부에는 ▲환경영향평가제 평가항목에 교육부분 내용 강화 ▲대기환경보전법.악취방지법 및 수질환경보전법.소음진동규제법 등이 더 고쳐야하고 이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
사례2) 2003~ 2006년 서울 잠신고
서울 잠신고, 잠신중도 잠실 재건축 한가운데 있는 학교이다. 공사가 시작된 2003년에는 건축물 철거시 석면 함유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법률조차 없어 석면여부에 대해 검사도 못했던 교사, 학생들이 석면 먼지 등을 다 들여 마신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석면여부는 지금 확인해 볼 길이 없지만 소음, 분진, 통행 불편, 안전성, 환경의 삭막함에 더해 특히 발암 가능성, 호흡기 질환, 피부병, 정서 장애 등으로 인해 교사들과 학생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아직 재건축은 진행 중인데 석면에 대한 정밀 건강진단 한번 없다니 분통을 터집니다.
사례(3). 지하철역 냉난방공사과정에서 석면 비산확인
환경운동연합은 2006년 6월 홍대입구역 닥트철거공사현장에서 공기 중에 석면이 비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루 300만명이 이용한다는 서울지하철의 모든 공사역사에서 석면함유자재 철거과정이 매우 허술하게 진행되어 이용시민과 지하철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석면이 지하철역 어느 부위에 얼마나 쓰였는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2001년 석면분포에 대한 문제 제기후 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5년간 행정기관은 “문제없다”만 계속 되풀이 되고 노동자들의 폐암은 늘고 있다.
사례(4). 2007년 지하철 14개역 승강장에서 석면발견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상당수 역 승강장 천장 마감재에서 강력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었다. 지금까지 지하철 역사 역무실 천장이나 냉난방장치 연결부 등에 석면이 쓰였다는 점은 알려져 지하철 노동자만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했으나, 조사한 지하철 역 대부분에서 시민들이 머무는 곳에서, 많은 양이 검출되는 것을 보고 일반 시민들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2006년 말 서울 메트로 노•사의 의뢰로 지하철 2호선 30개 역 가운데 서초역 등 17개 역의 승강장 천장과 벽의 석면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청•을지로입구•상왕십리•한양대•삼성•선릉•교대•서초•방배•낙성대•신림•봉천•문래•영등포구청 등 14개 역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특히 방배역의 승강장 천장과 벽은 마감재 가운데 석면 함유량이 각각 15%와 20%에 이르렀고, 신림역 천장과 영등포구청역 천장 등 모두 6곳에선 백석면보다 발암 위험도가 수십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갈석면이나 청석면도 나왔다. 이들 승강장 천장 표면은 개통 이후 지금까지 20여년간 크고 작은 설비 보완 공사가 계속 이어졌지만, 석면의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사 때 폐암이나 악성 중피종과 같은 치명적 질환을 일으키는 석면 먼지에, 작업자는 물론 지하철 이용객들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일부 승강장 천장에는 표면이 떨어져 나간 부분도 적지 않아, 전동차의 진동과 바람으로 석면 먼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노동부는 10년 이상 지하철에 근무한 노동자 3,000명에 대한 석면에 대한 질병 여부에 대해 조사 중입니다.
사례 (5) 석면제조공장과 석면광산 주변 주민
지난달 17일에는 한 방송사가 부산대 의대에 의뢰한 결과,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에서 1969년부터 1992년까지 24년간 가동되었던 석면방적공장 ‘제일화학(현 제일 ENS, 경남 양산시 소재)으로부터 2km 이내에 살던 주민 11명이 치명적인 암인 악성중피종에 걸려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어 석면에 대한 대책 요구가 빗발쳤다. (현재 2명 생존) 제일화학 외에 부산지역에는 사하구 장림2동에서 1970년부터 1992년까지 23년간 가동되었던 ‘한일화학’과 사상구 덕포동에서 1974년부터 현재까지 34년간 가동되고 있는 ‘동양아스베스트’ 등 석면업체들이 있었고 이들 3개의 공장주변에서 1년 이상 살았던 주민 14명이 악성중피종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병률로만 보면, 부산의 3개 석면공장 주변지역(2km 이내)의 평균 발병률은 부산 전체의 7.8배, 제일화학의 경우에는 11.6배나 높다. 환경단체들은 석면피해사례를 접수하여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3. 석면관리 현황과 대책
최근에 석면 원재료 수입량은 크게 감소되었으나 석면 함유제품의 수입량은 아직도 증가하는 추세이고 석면의 인체 잠복기간과 과거 석면수입실태를 감안할 때 석면으로 인한 질병 증가가 우려된다.
아직 제대로 된 역학조사, 실태조사도 없었으나 앞에서의 사례에서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한국내 중피종 발생건수가 2000년 이후 연간 평균 165건(건강보험 자료–실제 추적은 어려움) 늘어나고 있다.(카토릭 대학 김형렬 교수 자료)
1) 석면함유 건축물 관리
지금 이 시간에도 지하철역사와 학교교실, 군대 막사, 일반 건물 및 공장 등 수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석면에 노출되고 있다.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 등이 70년대부터 학교, 공공건물, 다중이용시설 등에 다량 사용되었는데 장기간 자체 노후화 등으로 공기 중으로 비산되어 건강상 위해를 미칠 가능성 많다. 또한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건축되었던 석면슬레이트 농가건물 및 소규모 영세공장에 대한 현황이 전무하여 자연붕괴, 풍화작용으로 인한 석면 피해가 우려된다. 석면함유 건축물의 해체․ 제거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전문기관이나 인증기관이 없어 함유여부 확인에 애로점이 많다. 건물 소유자가 건축물의 철거시 석면함유 여부에 대한 확인의무가 있으나, 석면함유 검사 전문기관 또는 면허제도 등이 없어 자의적으로 판단, 건축물을 해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석면이 어느 곳에 사용되었고 노출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석면지도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건물철거와 개보수과정에서 석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전국석면지도‘를 작성하여 공개해야 한다. 특히 민감계층 이용시설(학교,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지하철, 역사 등) 등은 석면지도가 시급하다.
2) 폐석면 분류 및 처리
석면 분진이 비산될 우려가 있는 것을 지정폐기물로 분류하여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석면함유 건축자재 폐기물의 경우 비산여부의 판단이 곤란하여 현실적으로 적정한 분류가 곤란해 다른 폐기물과 혼합 배출될 우려가 많습니다. 또 처리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불법처리를 부축이고 있다.
3) 석면의 건강피해 관리
첫째. 석면의 제조 및 사용업체 등 작업장 근로자(퇴직 근로자 포함)를 대상으로 중피종 등 직업병 정밀 실태조사와 석면 제조업체 인근 주민, 재건축 철거전문 노동자, 인근 주민, 지하철 근로자와 장기 이용시민에 대한 건강피해 실태조사도 석면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동안 직업적인 석면노출로 인해 걸리는 직업병으로만 알려졌던 악성중피종이 일반 시민들에게 발병하는 환경성질환임이 확인됐다. 지난 6년 동안 194명의 악성중피종 환자들이 보고되었는데 이중 80%는 직업적인 석면노출이 없는 경우였다. 석면에 노출되면 중피종 외에도 폐암도 발병할 수 있다. 석면으로 인한 국민건강피해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가 시급하다.
둘째. 부산지역의 3개 석면공장이 가동된 기간 동안 인근 2km 이내에 살았던 인구가 50만명이 넘는다. 1980년대에는 전국에 40여개의 석면공장이 있었음을 고려사면 수백만명의 주민들이 석면노출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석면사용량과 잠복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석면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전국 40여개의 석면공장의 가동실태와 주변 주민들의 건강피해 역학조사가 즉각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셋째, 그 동안 발암물질의 환경성 노출로 인한 건강 피해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정부는 단편적으로만 대응해왔다. 환경부에서 석면종합대책을 내놓고 환경보건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런 조처로 국민들이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오염물질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는 힘들다. 그 같은 조처들이 단순히 기초적인 조사 수준에 머물거나 건강 관련 부서의 비협조로 반쪽짜리 환경보건정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 추방운동을 전개하고 이를 위한 환경보건종합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환경피해는 예방이 최선이다” 란 진리아래 지금 환경보건단체, 시민, 전문가들이 나서 석면피해신고사례를 접수하여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간 한국사회는 ‘개발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자투리라도 빈터에는 무조건 새 건물은 세워야하고, 낡은 건물은 효율성을 위해 무조건 부수고 새롭게 높이 지어야한다’라는 한가지 구호만을 외쳐왔다. 이 과정에서 석면의 위험은 확산되고 건강권과 학습권이 침해당한 채 방치되어 왔다. 석면처럼 잠복기가 긴 유해물질은 ‘지금 당장 해롭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를 ‘해가 없다는 증거’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이제까지 사용된 석면이 제대로 관리, 제거되도록 시민들이 감시를 하고,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지적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감시와 지적을 통한 요구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방책이더라도 흐지부지,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제대로 지킬 수 없을 것이니까요. 석면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 날아다니는 시한폭탄 석면과 싸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