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부결 요청 의견서

2016년 6월 22일 | 법률대응 자료 및 기타

6월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입니다.

  1.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따라, 방사선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귀 위원회의 노력에 감사드리면서, 생명과 평화의 인사를 올립니다.

 

  1. 저희 녹색법률센터는 원전과 원전으로부터 나오는 전력을 송전하는 송전탑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법률지원과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1. 귀 위원회는 2016. 6. 23. 제5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에 대하여 심의, 의결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원전의 안전성이나 전력수급의 문제는 이미 다른 개인이나 단체가 제출한 의견에 대하여 귀 위원회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저희 녹색법률센터는 법률적인 측면, 특히 환경법의 일반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에 반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은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 1992년 리우 선언, 2002년 요하네스버그 선언 등을 통하여 이미 확립된 국제법상 원칙입니다. 또한 우리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에서도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및 국민에게 ‘현 세대의 국민이 그(환경의) 혜택을 널리 누릴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미래의 세대에게 그 혜택이 계승될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부과하면서 위 원칙을 간접적이나마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될 예정인 지역에는 이미 다수호기가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별지2(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사전검토 결과)의 종합결론[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15면]에서는 ‘다수호기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계획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다수호기 리스크 평가 방법론의 개발 및 다수호기 리스크 평가와 안전목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만 적고 있습니다.
 
즉 사고발생 확률은 비록 낮다고 하더라고, 발생 시기는 언제일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수호기 리스크도 평가하지 아니하고, 이제 와서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고, 안전목표에 대하여 연구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재 세대가 질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에 반합니다.
 

  1.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은 사전예방의 원칙에 반합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환경오염물질 및 환경오염원의 원천적인 감소를 통한 사전예방적 오염관리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면서, 사전예방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전의 가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인간생활과 영구히 격리하여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데도, 최종처분장은 아직 부지를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및 노후 원전의 단계적 폐로만이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환경오염원의 원천 감소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원전의 건설을 허가하여 사용후핵연료의 추가적인 발생을 묵인하는 것은, 위와 같은 환경정책기본법상 사전예방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입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를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에도 배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은 사전배려의 원칙에 반합니다.

 
사전예방의 원칙과 구별되는 사전배려의 원칙은 ‘중대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피해의 위협이 있을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이 환경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비용·효과적인 조치를 지연시키는 구실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 원칙도 1992년 리우선언과 유럽연합 차원에서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인정되고 있는 국제법상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붙임 2-2> 다수호기 리스크 분야 실무검토위원회 검토결과(제17면)에서는, ‘다수호기 사고 발생은 외부적 재해를 제외하고는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로, 관련된 모든 경우를 결정론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확률론적 접근방식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다수호기 사고발생 확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건설허가를 가결하는 것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환경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지연시키는 것으로서 사전배려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합니다.
 

  1.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은 협동, 정보공개 및 참여의 원칙에 반합니다.

 
헌법 제35조 제1항 후단에서는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협동의 원칙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환경정책기본법 제2조에서도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 및 국민 모두에게 환경을 보다 양호한 상태로 유지·조성하도록 노력할 책무를 부과하면서, 같은 법 제6조에서도 명시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전시책에 협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협동(협력)을 위해서는, 같은 법 제24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국민이 환경에 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제공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협동과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귀 위원회의 심사대상 서류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 건설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해체계획서, 원자로시설의 설치에 관한 기술능력의 설명서, 원자로의 사용목적에 관한 설명서 등 일체 서류[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 제1면]가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일반 국민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관하여 안전성 등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밀실 심사를 행하는 것은 협동과 참여의 원칙에도 반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1.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부결하여 주십시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원칙, 사전예방의 원칙, 사전배려의 원칙, 협동·정보공개 및 참여의 원칙 그 어떤 것도 준수하지 못한 수준 이하의 것입니다.
 
최근 미국 오마하 전기공사는 포트 칼훈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이유로 ‘미연방 에너지 정책이 앞으로는 기존 원전에 대하여 탄소배출이 없는 무공해 발전소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들고 있습니다(뉴시스 2016. 6. 17.자 ‘미 오마하 전기공사, 포트 칼훈 원전 연내 폐쇄키로 결정’ 기사 참조). 무공해 발전소가 아닌 것은 신설 원전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전의 추가적인 건설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부결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끝.

 2016년 6월 21일

 녹색법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