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환경인사이드 ②] 정확한 측정·평가 없이는 환경정책도 없다

2017년 4월 11일 | 녹색칼럼

지난해 12월, 의정부지방검찰청이 9개월에 걸친 환경 기획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 측정대행업체 관련자 총 32명을 입건해 그중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이다. 이 수사 결과는 몇 개 언론에서 검찰 보도자료 일부를 그대로 옮기는 수준으로 다뤄졌지만, 사안의 심각성만큼은 이슈화되지 않았고 그 본질이 부각되지도 않았다.
 
대기환경보전법 등 오염매체별 환경법령에서는 배출시설 운영 사업자로 하여금 배출 오염물질을 정기적으로 자가 측정하도록 하고, 스스로 측정할 수 없는 사업자는 ‘측정대행업자’에게 그 측정의무를 대행시키도록 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측정장비나 인력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배출업소들이 외부 측정대행업자에게 측정을 의뢰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제도가 환경영향평가에도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그 사업을 시행하려고 하는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 실시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자의 선택에 따라 스스로 평가서를 작성하거나 ‘환경영향평가업자’에게 평가서 작성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약하면,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이나 개발사업으로 인해 유발되는 환경영향에 대해 정부나 객관적인 제3자가 측정·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 스스로 또는 사업자가 직접 선임한 대행업체가 측정·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2011년부터 실제 측정을 하지 않고 발급한 허위 측정시험성적서가 2만7458장에 이르고, 588개의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대한 사전·사후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질을 허위로 측정한 영향평가서가 제출됐다고 한다.
 
측정대행업체들은 왜 허위 성적서를 발급하고 부실 측정을 했을까? 이 사건은 단순히 일부 측정대행업체들의 범법행위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가측정·자가평가 제도에 내재한 구조적인 문제점, 그리고 사업자(배출업소)와 측정·평가 대행업체 간 ‘갑·을 관계’에 주목해 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측정대행업체는 지자체별로 등록을 하는데, 2013년 6월 말을 기준으로 경기도에 등록한 업체만 74개소에 이른다. 이 업체들은 배출업소로부터 측정업무를 의뢰받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고,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고객관리가 필수적이다. 환경영향평가도 마찬가지인데, 평가대상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업자를 선정하고 그의 고객이 된다. 상식적으로도, 측정·평가 대행업체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그들의 고객들에게는 미덕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 측정·평가 대행업자들은 가격으로 경쟁하거나 고객의 요구사항을 측정·평가 결과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형적인 이해상충의 문제다.
전혀 다른 분야지만, 최근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로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도 유사한 이해상충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데,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기업들로부터 회계감사 업무를 수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부감사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번 수사가 진행되면서, 측정대행업체의 허위 측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부실·덤핑 대행계약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환경부가 입법예고 한 바 있지만, 처벌이나 관리를 강화하는 수준의 해법으로 이해상충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살펴본 회계법인 사건에서도, 현행 ‘감사인 자유선임제’를 ‘감사인 지정제도’로 전면 개편하는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받는 회사가 감사인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감사가 수행될 수 없다는 논리다.
현재 환경 측정·평가 제도에서는 측정·평가 대행업체가 검증자·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업자의 측정·평가의무를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계법인 문제와는 사안의 본질도 해결책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사업자가 스스로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스스로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객관성·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제도이며, 측정·평가업체의 선정까지 사업자의 자유에 맡겨 두면서 외부 전문기관의 독립적인 업무수행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①환경영향평가를 하려는 사업자는 스스로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환경영향평가업자에게 평가서 작성을 대행하게 하고, ②평가업자 선정 등 대행계약 체결은 환경공단에 위탁하게 해 환경공단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평가업자를 선정하게 하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의안번호 1906904, 임기만료로 폐기). 이러한 방안이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나 근본적인 개선책을 고민했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제대로 된 측정과 평가는 환경정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고, 측정과 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면 배출허용기준도 환경영향평가도 의미 없는 제도가 되고 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 측정·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책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글 / 법률사무소 엘프스(ELPS) 이소영 변호사 soyoung.lee0210@gmail.com>
 
* 본 글은 ‘환경일보’에 기고한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이소영변호사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