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인사이드 ⑤] 폐기물 ‘순환자원 인정제도’, 시행령에서 범위 축소 말아야

2017년 5월 30일 | 녹색칼럼

법은 그 보편적 성격으로 인해 어느 정도 추상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될 때는 의도하지 않은 불합리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를 ‘법과 현실의 괴리’라고 한다면, 환경법 분야에서 이러한 괴리가 자주 발생하는 지점은 바로 ‘폐기물’의 개념이다.
우리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에 대해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을 말한다”고 정의할 뿐인데, 이러한 정의 규정만으로는 나에게 필요하지 않게 되면 그 때부터 폐기물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쓸모가 없어져야 비로소 폐기물이 되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이에 대한 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물질이 당해 사업장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이상 그 물질은 폐기물관리법에서 말하는 폐기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당해 사업장에서 폐기된 물질이 재활용 원료로 공급된다고 해서 폐기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대법원 2009두6681 등)”라고 해, 당해 사업장인 ‘나’에게 필요하지 않게 되면 그때부터 폐기물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물질이 다른 사업장에서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거나 유가성이 있는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 입장이다.
법과 해석이 이렇다 보니, 사업장에서 1차 공정을 거치고 남은 원료물질을 추가 공정설비가 부족해 2차 가공업자에게 판매하는 경우와 같이 유가성이 있어 방치될 우려가 없고 시장에서 원료로서 거래되는 물질들까지 ‘폐기물’이라는 딱지를 달고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해 왔다.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은 그 물질을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득해야 하고, 폐기물처리시설에 적용되는 입지규제, 시설규제, 운반규제를 모두 적용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오랫동안 많은 기업들의 골칫거리였다.
이렇듯 재활용가능자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규제 범위에 넣어 버리는 ‘폐기물’ 개념은 환경 분야에서 해결돼야 하는 주요 입법 과제로 인식돼 왔고, 2016년 5월29일 자로 제정된 자원순환기본법이 ‘순환자원 인정제도’를 입법화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자원순환기본법은 2018년부터 시행 예정이며, 현재 환경부가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순환자원 인정제도’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의 범주에 들어간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환경부장관의 인정하에 폐기물의 지위를 면하게 해 주는 것이 골자이다.
현재 자원순환기본법에서는 ①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아니할 것, ②경제성이 있어 유상 거래가 가능하고 방치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행령에서 필수 요건을 추가로 규정해 인정이 가능한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제도가 ‘폐기물’의 개념이 거래계에서 거래·유통되는 다양한 물질들의 구체적 실질을 고려하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행령에서 그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환경부장관에게 넓은 재량적 판단권을 부여해, 구체적 실질을 고려한 판단으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바란다. 지금까지의 폐기물 관리제도가 발생한 폐기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초점에 뒀다면, 앞으로는 폐기물의 매립·소각을 줄이고 자원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이 환경행정의 중요한 과제다. 자원순환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법이 현실과 괴리된다면 누군가 그 괴리를 좁힐 수 있도록 재량의 공간을 남겨 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글 / 법률사무소 엘프스(ELPS) 이소영 변호사 soyoung.lee02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