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동 주차장 소송(서울행정법원 제11부 2017. 5.19. 선고 2016구합55803 도시계획시설결정처분 취소 청구(2016구합63125 사업실시계획인가처분 취소 청구 병합)
2017. 6. 26. 변호사 안현지
서울 중구청은 2015. 12. 3. 중구 다산동 성곽길 인근의 34필지 건물 25개동을 강제 수용하여 주차장과 근린생활시설을 설립하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하였다.
노후 불량 주거지 내 부족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라는데 정작 주민들은 왜 소송까지 하며 반대했을까?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서울시내에 주차공간이 풍족한 곳은 거의 없다. 우리 동네에 주차장이 부족한데 나라가 세금 들여 주차장을 세워 준다면 주차가 쉬워지고 동네가 더 좋아지므로 막연히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을 것이다.
다산동에서도 그랬다. 중구청이 성곽길에 공영주차장 설립이 필요한지 설문조사를 하자 많은 주민들이 찬성을 했다.
그러나 공영주차장이 정확히 어디에 생기는지와 그 위치에 지금껏 함께 살던 이웃집 25채가 있고, 주차장을 세우려면 그 이웃들의 집을 강제수용해야 함을 주민들이 적극 알리고 나서 한 설문조사에서는 더 많은 주민들이 ‘필요없다’고 답변했다. 주차장 설립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강제수용지 외 주민들마저 강제수용지 주민들의 마음에 공감한 것이다.
공익과 공익 사이, 공익과 사익 사이
중구청은 주차장 수요 및 주차장 건립 필요성이라는 공익을 내세웠다. 주민들은 그런 공익의 근거가 약하며 오히려 강제수용 대상자들의 사유재산권 침해 정도가 극심하며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방지의 공익이 더 크다고 반박하였다.
주민들은 중구청이 주차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수십년간 살아온 집을 잃고 동네에서 쫓겨나는 원고 주민들에게 수긍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중구청이 내세우는 주차난 해소, 소방안전 및 진출입로 확보라는 공익은 근거가 미약하고 추상적일 뿐이며 강제수용보다 피해가 적은 대안들을 검토하지 않는 등 주민들의 사익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의 공익을 고려하는데 무성의했고 심지어 사업 추진을 위하여 정보 약자인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호도했다고 주장하였다.
노후 불량 주거지에는 무조건 주차장이 필요한가?
오래된 주거지에 주차공간 자체가 적은 것은 사실이나 역설적으로 오래된 주거지는 원래 차량 통행이나 주차가 곤란하여 차량 보유 대수 자체가 적기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차공간 부족 현상이나 주차난이 없다. 원고 및 원고 보조참가인 17인이 속한 세대(타지역 거주하는 경우는 임차 주민 세대 포함)의 보유 차량은 총 5대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 불법 주차가 있었으나 좁은 도로, 심하게 꺾인 도로, 심한 경사도, 계단 등으로 단절되어 사실상 막다른 길과 같은 도로가 다수 있는 동네의 지형적 특성상 도로 소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지점에 자체 질서에 의하여 관행적으로 주차를 하고 있었다. 즉 주민들은 오래 살아온 동네에서 지혜롭게 주차 문화를 형성하여 아무 문제 없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이웃과 살아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인정한 사실
- 법원은 다음의 이유로 이 사건 사업의 전제가 된 사실조사가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였다.
1) 주차시설 수급의 적정성, 지역적 특성 등이 서로 다른 이 사건 사업지와 신라호텔 등이 위치한 장충동 지역을 하나의 사업 영향권으로 포섭하였으므로 이 사건 타당성 조사에서의 사업영향권 설정은 부당함
2) 영향권에 포함되지 않아야 할 장충동의 신라호텔 등을 영향권에 포함시키면서 주차면수의 산정에서는 신라호텔 등의 주차면수를 제외하는 한편 신라호텔 등에 등록된 차량대수를 제외하지 않아 주차수급률 산정방식에도 오류가 있었음
3) 사업의 비용대비편익은 0.23(서울연구원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가 재분석한 비용편익비)에 불과하여 공용주차장 설치의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부족함
- 또한 법원은 주차장 설치의 공익상 필요에 관한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중구청이 갑자기 이 사건 사업지로 대상지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인구, 교통, 환경, 토지이용 등에 관한 기초조사를 미실시
2) 다산동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며 고도제한으로 대규모 공동주택이 신축되기 어려운 위치에 있고 향후 개발이 예정되어 있지도 않음
3) 사업지 인근 가로망은 차량 교행이 어려운 좁거나 굽은 도로 또는 경사도가 심한 도로로 이루어져 있거나 절개지 등으로 단절되어 차량통행이 많지 않음
4) 주차장 출입구는 성곽길 쪽에만 설치되고 성곽길 아랫마을에는 주차장 출구만이 설치되어 아랫마을에서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없음
5) 이 사건 사업에는 근린생활시설도 포함되는데 이 시설이 유발하는 주차수요와 주차장에서 출차하는 차량이 성곽길 및 성곽길 아랫마을 가로망 이용함으로 인한 교통 영향에 대하여 조사 미실시
6) 주차장은 절개지와 이격거리를 두고 지어지는데 절개지 구조보강을 위한 계획 불포함
7) 이 사건 사업지 인접한 장충동 2가 202 일대에 신라호텔 기부채남으로 2018년 6월 완공 예정으로 버스 18대, 승용자 100대를 수용하는 공영주차장이 설립될 예정
- 위 사실을 인정한 다음 법원은 아래의 이유로 이 사건 주차장 신축은 공익상 필요가 뚜렷하거나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였다.
1) 향후 주차장 출구가 성곽길 아랫마을 쪽에 설치되면 출차차량으로 자동차 통행량이 증가되고 교통사고 발생 위험도 증가될 것
2) 신당119안전센터의 소방차는 주차장 설치 후 주변 가로망의 정비나 확충 없이는 화재현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 질 것
3) 근린생활시설이 유발하는 통행량, 주차수요는 중구청이 조사하지 않았으나 그로 인하여 초래되는 교통 방해, 보행자 통행 안전 위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4) 주차장 출입구는 성곽길 쪽에만 만들어지고 출구는 성곽길 아랫마을 쪽에 만들어지므로 사업지 인근 주민들은 차량 교행이 어려운 출구 방향 가로망으로 자신의 주택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
5) 절개지 구조안전에 관한 조사 미실시로 절개지 구조안전 확보 미지수
6) 불법주차차량이 다수 있긴 하나 그로 인하여 차량 통행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지 않으며, 불법주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의 지장 가능성보다 신축 주차장이 야기하는 차량 통행량 증가로 인한 소방차 진입의 지장 가능성이 더 적다고 단정할 수 없음
7) 사업지 인근 주거조건을 고려할 때 장래 주차수요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음
8) 피고 중구청은 성곽길 개발사업으로 늘어날 주차수요에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러한 주차수요 조사를 하지도 않았고 그와 같은 관광객에 의한 주차수요는 위 신라호텔이 기부채납할 주차장 운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
- 이에 따라 법원은 중구청이 이 사건 도시계획시설을 입안, 결정함에 있어서 정당성, 객관성을 갖춘 이익형량을 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민 추은경씨가 작성한 동영상 촬영 위치도>
마지막으로
소송과정에서도 매 기일마다 참석한 주민들의 무언의 지지도 도움이 되었지만 그보다 직접적 도움을 주신 분은 원고보조참가인인 주민 추은경씨였다.
추은경씨는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때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 보유차량조사, 공영주차장 대기자명단등을 잘 정리해 주셨고, 생각지도 못한 중구청장 녹음파일(“위치 확정이 아직 안된 거야 위치가..”), 신라호텔이 기부채납하는 인근 공영주차장계획까지 발굴해 주시는 등 일당백의 활약을 해주셨다.
최고의 의뢰인 추은경씨를 만나 의뢰인과의 소통과 협동이 결과를 떠나 변호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추은경씨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공정하게 판단해 주신 서울행정법원 제11부의 세 분 판사님께 가장 감사드린다.
녹색법률센터가 이 사건 소송에 결합할 때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미 원고 10명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한 상태여서 녹색법률센터의 변호사 배영근, 최재홍, 신지형, 서국화, 김윤정, 안현지는 원고보조참가인인 주민 7명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에 참여하면서 일체 수임료를 받지 않고 주민들이 녹색법률센터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해 줄 것만을 부탁하였다. 지금까지 주민 1명 추은경씨만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였다고 하는데 나머지 주민들도 어서 승소의 여운이 가시기 전 회원 가입해 주시길 독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