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서재] 서국화 변호사의 추천, 「동물미술관」

2020년 9월 1일 | 녹색칼럼, 활동

 

서국화 변호사(법무법인 울림 변호사,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녹색서재] 서국화 변호사의 추천, 「동물미술관」
 
여름이 사라졌다. ‘장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길었던 폭우로 더위를 느낄 틈이 없었고, 비가 그치고 나니 덥긴 하지만 선선한 바람과 높아진 하늘을 보면서 ‘가을이네’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동물미술관」은 제목만 들으면 ‘동물이 그려진 미술’을 소개하는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에 실린 130여 장의 동물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읽어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들을 간혹 본 적이 있지만, 현실에서 무심코 ‘어? 다람쥐네’하고 지나치는 정도 이상으로 그 그림 속 동물을 살펴보거나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동물미술관」에 실린 그림들을 설명하는 저자의 코멘트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대략적인 생김새와 이름만으로 인식하고 있던 그 동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존해왔고, 얼마나 오랜 시간 지구에 존재했고, 우리 곁에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동물 명화에 대한 소개와 에세이가 조합된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에서 저자는 ‘반려동물의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동물복지’, ‘동물계의 왕, 절지동물의 비밀과 자연의 질서’, ‘동물의 지능’,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인간의 고유성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 ‘동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사람이 호모사피엔스가 어떤 존재인지 말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알려는 이라면 자신의 선조를, 자기가 태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태어난 시점까지의 역사부터 먼저 알아야 하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호모라는 속(Genus)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왜 언제부터 항시적 직립(이족)보행이 지구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도, 인류의 조상이 왜 삼림지대를 포기하고 들판으로 나왔는지도 알아야 한다. 물론, 동물이 지구에서 탄생한 역사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동물미술관p.7~8
 
진화인류학, 인간 생물학적으로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라는 인류학적,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 저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이기는커녕, 다른 동물과 공통되는 부분이 상이한 부분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은 지구 생물권의 한 일원, 한 생물종에 불과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이 지구 생명과 자신의 생명을 소상히 이해하고 인지하기 시작한 유일한 동물임을 인정한다.
이처럼 유일한 특징을 가진 인간의 힘은 동시에 지구생태계의 지질학적 질서를 교란하며 심각한 기후 변이를 일으켰다. 자연을 지배하는 능력을 과시해오던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역효과-새로운 고통, 새로운 기후 질병, 새로운 기후 계급–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누스피어가 왜 지구에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더라도 지구와 우리 자신에게 이롭도록 우리 스스로 누스피어를 조정해갈 수는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른 선택은 가능하며, 이 선택은 인간과 동물에 관한, 지구와 생물에 관한 다른 생각과 인식, 입장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동물미술관p.285
 
인간이 인간 외의 수많은 생물종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극히 미미하고, 이를 알기위한 연구를 시작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 기후 위기를 몸소 경험한 우리는 마땅히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호모사피엔스가 어떤 존재인지, 동물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동물미술관」은 그 시작을 함께할 무언가를 찾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