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토지 강제수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하며

2011년 7월 25일 | 녹색칼럼

골프장 토지 강제수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하며

 

 

최재홍 (운영위원, 변호사)

 

 

2011년 6월 28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에서 골프장 강제수용 관련 헌법소원의 선고기일통지서가 도착했다. 선고기일은 6월 30일. 2008년도에 헌법소원을 접수한 이후 3년이 흘렀다. 선고 결과는? 그 동안 안성 동양마을 주민들과 진행하였던 14건의 소송은 위헌적 법률과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도과로 무효확인소송을 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기에 모두 패소하였었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살고 있던 집은 강제철거 되었고, 마을에 함께 살아왔던 분들은 정당한 보상이라고 책정된 공탁금으로는 도저히 마을에 거주할 수 없어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밖 에 없었다.

마을주민들은 5년 동안 골프장과 안성시와의 싸움에 많이 지쳐있었고,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억지를 쓴다는 사회적 편견에 마음아파 했었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2주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가서 자료를 수집하고, 주민들과 함께 안성시청에서 집회를 하였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공개변론기일에 대심판정 대리인석에서 변호사가 된 이후 첫 법정에 섰던 것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해간 원고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대심판정의 전자시계 10분은 왜 그리 빠르던지.

법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수용의 합헌요건으로서 공공의 필요성 문제에 가장 적합한 사례가 골프장이라고 생각했다. 민간업자가 순수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사업, 18홀 골프장 기준 35만평 이상의 사업부지가 필요하면서도 골프장을 이용하는 인원은 거액의 회원권을 구입한 사람만이 가능한 사업, 하루 입장객수가 한정되어 있고 골프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필연일 수 밖 에 없는 녹색사막화 사업…. 이러한 사업에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적수용의 사적보유를 가능케 하여 골프장 사업자에게 개발이익을 독점하게 하는 반면 수용대상 주민들은 자신의 주거지를 박탈당할 수 밖 에 없었고, 마을 주민들은 지하수 오염과 고갈, 농약 피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 에 없게 한다.

이러한 골프장 사업은 결코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골프장으로 인한 강제수용이 발생한 곳은 200곳이 넘어갈 정도로 많은 지역에서 골프장 때문에 주민들이 강제로 자신의 토지를 빼앗길 수 밖 에 없었다.

수용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재산이 골프장업자에게 강제로 빼앗긴다는 현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고도의 법이론에는 무지한 그들이었지만, 골프장 때문에 토지를 수용당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2011년 6월 30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선고를 기다렸다. 헌법재판소 재판장이 하나씩 선고를 읽어나가고, 드디어 골프장 강제수용건. 재판관의 말을 들으며 메모를 하던 중 메모가 중단되었고, 두뇌활동도 중단되었다. 헌법불합치결정. 이제 마을 주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달할 수 있겠구나

 헌법재판소는 이날 국토계획법 제2조 6호 라목 체육시설 부분에 대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을 이유로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8:1의 위헌의견이라고는 하나 합헌 의견을 피력한 재판관도 포괄위윔이 아니라는 견해에서 반대를 하였지만, 골프장에 강제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라고 헌법재판소가 선언을 하여야 된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여 결과적으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의 위헌의견이었다.

위헌적 법현실은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이라는 이름하에 침해하고, 국민의 삶을 공권력을 통해 파괴해 버린다. 골프장으로 인한 강제수용은 이러한 문제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도 국토계획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 의하여 골프장 설치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강제수용 또한 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국토계획법에 의한 강제수용문제도 아직 어떠한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위헌적 법현실을 제거한 헌법재판소와 이번 결정을 받아내기 위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이번 결정을 받아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 분들이 있는 한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