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인터뷰] 설악산케이블카반대농성장에서 만난 박그림 대표님

2021년 3월 1일 | 활동, 활동소식

 

세종시의 정부청사 앞에 한 천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자 농성과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설치한 천막입니다. 녹색법률센터는 지난 2월 25일, 농성 현장에서 1인 시위에 동참하며,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님(녹색연합 공동대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설악산케이블카 반대농성천막 뒤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현장예배가 진행 중이다 Ⓒ2021. 박성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소송

지난 2019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심각한 환경 훼손이 우려되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렇게 사실상 백지화되는 줄 알았던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금 논란이 되는 이유는 원주지방환경청의 부동의 처분에 불복한 양양군이 행정심판을 청구하여, 결국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맞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협의의견 처분을 취소한 인용재결을 재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박그림 대표님은 과거에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으로 참여한 사건에서 법률상 이익과 원고적격을 인정받은 당사자로서 지금의 소송에도 함께 하고 계십니다.

 

세종정부청사 앞 1인 시위 중인 박그림 대표 Ⓒ2021. 박성율

설악산과 박그림

박그림 대표님과 설악산의 인연은 참 깊습니다. 설악산에 첫눈에 반해 항상 설악산을 찾던 박그림 대표님은 1992년, 서울을 떠나 설악에 정착하여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셨습니다. 당시의 큰 이슈였던 속초시 청초호 매립 계획에 ‘청초호 되살리기 시민모임’과 함께 반대 투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설악녹색연합에 소속된 채로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설악산의 산양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에 힘쓰셨던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설악산 곳곳 산양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만 해도 우리나라 산양에 대한 자료가 전무하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을 통해 러시아의 산양 연구자를 직접 초청해 합동 조사하기도 하고, 해외의 자료를 한국에서 출판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산양을 만나기 위해 열정적으로 설악산을 누비던 일도 뒤로 한 채 지금은 케이블카 설치 반대 농성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강원도청 앞에서의 텐트 농성 443일, 원주에서의 364일 비박 농성, 수차례의 대청봉 1인 시위, 설악산에서 청와대까지의 도보 순례 등, 오랜 기간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알려왔던 박그림 대표님은 지금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오색케이블카 계획 백지화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중입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백지화하라 Ⓒ2021. 박성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이미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여러 번 반려되어 왔습니다. 케이블카가 설악산의 생태에 미치는 해악이 분명하고 큰 탓입니다.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산에 설치되는 많은 인공설치물은 산의 모습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미 케이블카가 설치되어있는 권금성 일대는 식생이 파괴된 지 오래입니다. 친환경적인 개발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전 정부부터 국립공원 개발규제를 완화하고 삭도 거리규정을 연장하면서 새로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케이블카 설치 요구에 대한 횟수 제한도 없어서 결정이 한 번 반려되어도 설치 신청이 계속될 수도 있습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내용을 백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한 이유입니다. 설악산은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은 광대한 범위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산양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악산에까지 추가적인 케이블카 설치가 허용된다면, 다른 산들의 훼손은 더욱 쉽게 자행될 것입니다. 박그림 대표님은 이에 더해 지금까지 설치되어있었던 데크 등의 인공 시설들 또한 철거하여 설악산 본래의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설악산의 오색마을이 설악산만의 특색을 살린 산골마을로 가꾸어진다면 설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하셨습니다. 케이블카의 경제적 효과가 상상만큼 크지 않다면, 더더욱 오색케이블카는 설치되어야 할 명분이 없지 않을까요.

 

박그림 대표님은 마지막으로 “간절할수록 온 힘을 바치니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삶을 바쳐 간절하면 얻어질 것”이라는 말씀을 덧붙이며, 케이블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설악산에도 뉴질랜드의 왕거누이강처럼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전해주셨습니다. 대표님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힘쓰겠습니다.

 

[관련기사 읽기]

<연합뉴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또 법정으로…환경·시민단체 소송 제기” 

<한국일보>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보완, 근거있나”

<설악뉴스> “환경단체, 오색케이블카 인용 취소 소송”

[보도자료]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중앙행심위 인용재결 취소 소장 접수

 

https://www.yna.co.kr/view/AKR20210209086300062?input=1195m

 

글. 이수빈 인턴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