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동물원·수족관법 이대로 괜찮은가, 사랑하기와 사살하기

2021년 8월 2일 | 녹색칼럼, 활동

동물원·수족관법 이대로 괜찮은가 – 권나현 인턴활동가

 

어렸을 때 한 번 쯤 동물원에 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커다란 생명체들을 마주하는 것에 들떠했던 아이의 눈에는 이제 그 생명체의 눈물이 보인다. 그들이 생명체라는 사실과 인간에 의해 전시되고 물건처럼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의식도 함께 보인다.

 

동물원, 그리고 수족관의 실상을 알고 있는가? 야생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본연의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동물들은 콘크리트 벽과 쇠창살로 된 우리 안에서 의미나 목적 없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이는 정형행동으로, 야생성이 강한 동물들이 협소한 공간과 원치 않는 인간과의 대면 속에서 느끼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는 것이다. 돌고래와 원숭이는 지치고 아파도 계속해서 공연을 하고, 곰과 호랑이는 먹을 것을 구걸한다. 이것이 야생인가? 이것이 종 보전인가? 넉넉하지 못한 예산 속에서 동물들은 노후화된 시설에 갇혀 관리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것이 동물원과 수족관의 실상이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다양한 안전, 생명문제, 환경과 연관이 되어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까지 이를 관리하는 법적 제도가 없었다. 여러 사건 사고가 언론에 알려지며 중요한 문제점으로 자리잡고 나서야 19대 국회에서는 동물원 관련 법안을 본격적으로 발의하고 논의했다. 그 결과 제정된 것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그러나 제정 당시부터 이 법률은 많은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반쪽자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개정 요구를 받게 된다. 해당 법안만으로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점, 새로운 사육시설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 처벌수준이 낮아 기업형 동물원을 규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이 그 근거가 되었다. 실제로 법안이 제정되고 나서도 대한민국의 동물원과 수족관은 법망을 피해 동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그 예시가 바로 실내형, 체험형 동물원이다. 영등포의 한 복합 쇼핑몰에 입점한 실내동물원은 연 매출 규모 100억 원을 넘기고 있다. ‘실내’와 ‘동물원’, 두 단어가 함께 붙어있는 것이 끔찍하게 어색하다. 해당 업체의 선전 문구처럼 ‘날씨, 미세먼지와 관계없이’ 동물원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종 습성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뜻이다. 콘크리트 벽으로 사방이 막혀있고 밖을 볼 수 있는 건 오직 유리창 하나인 감옥 같은 곳에 동물을 몰아넣고 쇼윈도에 물건을 DP해두는 것처럼 말 그대로 전시한다. 체험형 동물원은 또 어떤가 하면, 멸종위기 종인 사막여우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다. 관람객은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귀여워”라는 말을 반복하며 털을 만지작거린다. 동물들이 이것을 교감이라고 생각할까? 먹이 사슬 구조에서 사냥을 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다른 동물들과 접촉할 일은 매우 드물다. 우리는 교감이 아니라 일방적인 위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체험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되는 먹이주기는 좁은 통로로 팔을 뻗어 구걸행동을 하는 수달을 만들었다. 이것이 옳은 체험활동인가? 동물 복지 기준을 찾아볼 수 없는 동물원수족관법의 빈틈을 노려 이와 같은 실내 동물원과 체험형 동물원, 심지어 야생동물 카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꾸준히 촉구되어왔고 그 결과 환경부는 2020년 12월 23일 2021~2025년까지의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동물원 설립을 허가제로 변경(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검사관으로부터 직접 현장을 검사받는다)하고, 야외 방사장을 갖춘 동물원만 맹수를 사육할 수 있는 등 사육환경에 따른 전시가능 야생동물을 제한하고, 특별 보호 및 관리가 필요한 종을 별도의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원 설립 규모 미만 시설로 분류하여 전시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안에 개정이 된다면 2022년부터 시행이 가능한 계획이었으나 8월이 된 지금까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은 개정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우리가 6개월이 넘도록 미적거리는 동안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과연 동물원수족관 법이 이대로 괜찮은지 아닌지,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랑하기와 사살하기 김형진 인턴활동가

 

이처럼 동물원과 수족관, 동물카페에 이르기까지 동물을 귀여워하고 가까이에서 보고자 하는 마음, 즉 동물원에 대한 사랑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예로부터 호랑이 등 야생동물의 위험한 아름다움은 인간의 호기심과 정복욕을 자극했다. 진기한 동물을 우리에 가둬놓고 구경하고자 했던 왕족들의 유희거리였던 동물원은 근대 이후에 대중에게 공개되며 인기를 누렸다. 현재 동물원수족관법에서 정의하는 동물원은 “야생동물 등을 보전ㆍ증식하거나 그 생태ㆍ습성을 조사ㆍ연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전시ㆍ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해외에서는 동물의 전시, 동물쇼 등을 지양하고 생추어리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연간 30일, 하루 4시간 이상 일반인에게 개방해야 한다. 동물이 백화점 쇼윈도의 핸드백 같은 전시품임을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동시에 고통을 줄 수 있는 것일까? 2018년, 동물원에서 탈출해 신고 후 4시간 반만에 사살된 퓨마 사건이 이 질문의 답이 될 것이다. 최초 야생에서 포획했을 동물들은 시간이 지나 동물원 내에서 번식을 하며 더 이상 야생동물이라 칭하기에도 애매해졌다. 대전동물원의 퓨마는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사랑받는 구경거리’였다. 그는 동물원 밖을 나가자마자 위험요소로 간주되어 사살되고 말았다. 즉, 우리 안에서 얌전히 인간에게 복종할 때는 사랑을 주지만, 본래의 자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이는 동물원수족관법 제8조 제2항에 명시되어 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①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와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자는 보유 생물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와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자는 보유 생물이 사육구역 또는 관리구역을 벗어나 사람에게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발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포획ㆍ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시ㆍ도지사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심지어 ‘지체 없이’라는 문구는 지정된 자리를 벗어난 동물에 대한 공포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실은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육장을 탈출한 곰,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 멧돼지. 환경부령으로 지정된 ‘유해 야생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유기된 개와 고양이도 길에서 살해당하기 일쑤이다. ‘우리에게 이익이 될 때만’이라는 단서 하에 그들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사살과 대립되는 행동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럼, 도시 한복판에 퓨마가, 곰이 돌아다니는데 손 놓고 있어야 하냐는 물음이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반문해보아야 한다. 어쩌다 동물이 도시를 돌아다니게 되었는지, 그 동물이 원래 속한 곳, 원래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지. 그리고 인간이 그것을 정할 권리가 있는지, 왜 동물원의 바깥 영역은 모두 인간동물의 영역인지 말이다.